Butterfly Kiss 21

초속 5센티미터 / 秒速5センチメートル

2008/05/23 15:02 영화일기/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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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2007, 新海誠 / コミックス・ウェーブ・フィルム / 秒速5センチメートル

초속 5센티미터?
벚꽃의 꽃잎이 떨어지는 속도…

뛰어난 영상미를/만을 자랑하는 일본의 신예 애니메이터 “신카이 마코토(新海誠)”의 최신작 <초속 5 센티미터(秒速5センチメートル)>는 이렇듯 대단히 감성적인 코드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벚꽃의 꽃잎이 바람에 날려 땅에 떨어지는 모습에 빗대어 이루어 지지 않은 첫사랑의 아련함을 보여주지요. 그것이 감독이 이야기하는 속도에 대한 이야기 일수도 또 벚꽃에 대한 이야기 일 수 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 되었건 나는 그다지 개의치 않고 싶습니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는 초속 5Cm가 아니라 초속 300m였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일본인에게는 벚꽃에 대한 어떤 형식의 이미지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우리가 붉은색에 민감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요.(물론 국가대표 축구팀과 그 서포터즈의 유니폼 색깔이 붉은색이기 때문에 요즘에는 이른바 레드컴플렉스라 불리우는 색깔론에 있어 붉은색이 가지는 상징성이 좀 물러지기는 했지만요.) 나의 벚꽃이야기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로 돌아갑니다. 패색이 짙은 당시 대일본제국 해군은 중요 목표물 공격에 있어 화기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어마 어마하고 무시 무시한 계획을 전개합니다. 우리에게는 이미 카미카제(神風)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자살 특수 공격부대가 그것입니다. 특공대란 명칭은 당시의 일본에서는 자살공격대를 의미하는 말이었습니다. 인간이 조정하는 비행기나 폭탄, 어뢰를 사용하여 적의 항공모함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물론 조종사는 목표물과 같이 장렬히 전사하게 되고 당시에 일본군은 이것을 “산화한다”라고 명명했습니다.

산화(散花)… 그 뜻을 곰곰히 들여다 보자면 꽃이 부서진다는 뜻으로 그들은 천황의 꽃이었고, 천황을 위해 그 몸을 부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요. 당시 일본해군의 군가 중에는 산화한 전우여, 야스쿠니(신사)의 벚나무에 꽃으로 피어 다시 만나자라는 것도 있었습니다.(참으로 이상야롯한 것이 우리 가수 심수봉씨의 무궁화란 곡의 뉘앙스가 어째 만만치 않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조금 더 진도를 나가 보자면 카미카제 특공대가 사용한 무기 중에 “오우카(桜花)”라는 인간폭탄이 있습니다. 로켓 엔진을 장착하고 비행기 모양을 하고 있지만 앞 부분에 고성능 폭탄이 탑재되어 목표와 충돌할 경우 최대의 파괴력을 얻을 수 있게 만들어진 인간 유도 방식의 자살 순항미사일로 생각하면 될 듯 합니다. 이 오우카(벚꽃잎)의 속도는 초속 300m입니다.

나는 <초속 5센티미터>를 통해 전쟁, 죽음 그리고 애틋한 첫 사랑의 감성과 이 모든 것이 “산화”되어 버리는 것을 느낍니다. 영화의 감독이 가지는 벚꽃의 이미지가 또 그 꽃잎이 떨어지는 속도가 어떠한 의미에서 구성되었는지는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나는 그 이미지가 어디서 출발했는지에 대해 어설프게나마 추측해 보고 싶습니다. 벚꽃과 꽃잎의 모양으로 죽어간 사람들의 시대를…

<초속 5센티미터>는 미완의 작품입니다. 물론 사랑에 관한 짧은 이야기 모음이란 부재를 달고 있기는 하나 이야기는 단편 구성이 아닌 아카리와 다카키의 일관성 있는 사랑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원래 6부 구성으로 준비되었다는 감독의 인터뷰에서 많은 부분들이 압축되고, 제거되었다는 뉘앙스를 받습니다. 그래서 주제가의 제목이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초속 5센티미터>의 매력적인 감성과 섬세한 묘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 감성은 무색 무취의 수면을 떠도는 기름방울과도 같았습니다. 더욱이 <초속 5센티미터>라는 영화의 제목에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나의 속도는 초속 300m이기에 그 속도의 의미를 결코 사랑이야기에 붙이고 싶지 않기에…

참고로 일본의 국화는 벚꽃(桜花)이 아니라 국화(菊の花)입니다. 해 마다 난리 북새통을 떨고 있는 벚꽃놀이를 반대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 꽃의 이미지는 어쩐지 우울하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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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3 15:02 2008/05/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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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형사 갸방 / 宇宙刑事ギャバン

2008/03/17 15:20 영화일기/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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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전 도쿄의 한 고서점에서 50엔 주고 산 <판타스틱 컬렉션 우주형사 갸방>

記憶
통행금지가 사라지고 프로야구가 출범했던 1982년, 이 때 즈음해서 태어난 아기들이 이제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버릴 정도의 아득했던 시절에 나는 몇 가지 잊을 수 없는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사교육 열풍이다. 조기유학이다 해서 영어와 입시에 관련된 학원이 많아졌지만 당시에는 주산/부기/속독학원이 일반화되어 있었고, 이런 학원들은 더 많은 원생들을 모집하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으로 주말 마다 주변 국민학교(난 초등학교란 곳을 다녀본 적이 없습니다.)학생들을 모아 놓고 만화영화를 상영해 주며 학원을 홍보하던 그런 시대의 기억들 말입니다. 당시에 가정용 VCR이란 것은 주위에 찾아 보기 힘들 정도로 생소했고, 매주 방영되는 만화영화는 방영 당일 보지 못하면 재방송 외에는 볼 방법이 없었습니다. 특히 TV에서 방영해 주지 않는 일본 만화영화나 특촬 전대물은 주산학원이 아니면 보기 힘든 희소성이 높은 아이템이었기 때문에 이곳 저곳에 새로운 프로그램이 들어왔다는 소문을 들으면 그 쪽의 학원으로 우르르 몰려가기도 했었습니다. 대부분이 8밀리(가정용 8밀리 비디오가 아닌 8밀리 필름) 영사기로 상영된 만화영화들은 우리말 더빙이 붙어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미국 혹은 일본에서 직수입하여 원어로 상영되기도 했습니다. 단연 인기 있었던 것은 <그레이트 마징가>와 <가면 라이다>시리즈, 특히 지금 이야기하려 하는 <우주형사 갸방>에도 게스트로 출연한 “미야우치 히로시(宮内洋)”주연의 <가면 라이다 V3>는 항상 화제를 몰고 다녔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주산학원에 VCR이라는 물건이 들어왔습니다. 흔히들 익숙한 VHS방식이 아닌 지금은 사라져 버린 BETA방식으로 프로그램은 일본에서 녹화해 온 어린이 프로그램이 몇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 때 처음 보게 된 <우주형사 갸방>은 나에게 너무나도 신선한 충격이었고 지금에서야 우주형사 삼부작, 혹은 그 뒤로도 계속되어진 메탈 히어로 시리즈의 기념비적인 첫 작품으로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로보캅>의 원형으로 더욱 잘 알려진 갸방의 컴벳슈트는 어린 시절 나만의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그 때에 나는 두 가지 종류의 어린이 잡지를 구독하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고단샤(講談社)에서 발행되는 테레비매거진(テレビマガジン)이란 잡지였고 또 하나는 토쿠마쇼텐(徳間書店)의 테레비랜드(テレビランド)란 아동용 TV프로그램 잡지였습니다. 당시 한달 용돈이 3,000원으로 잡지 가격이 한 권에 2,000원이었기 때문에 매달 테레비매거진과 테레비랜드를 격월로 구입할 수 밖에 없었지요. 당시엔 뉴타입 같은 잡지는 창간도 되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아니메쥬나 아니메디아, 디 아니메 같은 애니메이션 전문지는 컬러화보 보다는 기사가 더 많아 선호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이 두 잡지에는 공히 만화판 <우주형사 갸방>이 연재 중이었고, 테레비랜드쪽의 연재가 더 재미있었기 때문에(반면 테레비매거진쪽은 부록이 화려해서) 주산학원에서 친구들이 알지 못하는 갸방의 뒷 이야기(갸방 전용 탱크 갸비온의 스펙이나 갸방의 약점 등)를 자랑 삼아 이야기 하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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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도 테레비매거진 부록인 <우주형사 갸방>은하경찰 수첩과 테레비랜드 부록인 <우주형사 갸방> 벰괴수 해부 북

감자주말농장
매달 3,000원의 용돈으로 2,000원의 일본 잡지를 구독하던 소년은 이제 나이를 먹어 그 때의 아버지 정도의 나이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돌이켜 보면 어떻게 살아왔는지, 훌륭하진 않지만 그래도 잘 버텨왔다는 느낌입니다. 25년의 세월이 순식간에 흘러 버린 작년 가을, 감자농장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과거의 그 <우주형사 갸방>의 DVD가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총 44화, 8장의 DVD로 구성된 박스세트는 소년의 기억 속에 존재했던 아련한 <우주형사 갸방>의 기억을 명확하고 실존적으로 되살려 내고야 말았습니다. 어릴 적엔 잘 몰랐는데, 지금에 다시 보니 <우주형사 갸방>은 정형적이라 할 정도로 그 포맷이 균일했습니다. 크래셔들과의 전투->증착(변신)->벰괴수 혹은 더블러와의 대결->마공 공간진입->갸방 블레이드 출현->레이저 블레이드로 업그레이드->갸방 다이내믹으로 마무리 되는 일련의 프로세스는 시청자에게 반복 주입되어 어느 순간부터는 중독증세를 보이기 까지 합니다. 물론 사이바리안, 갸비온, 초차원 고속기 도루기란 등의 메카 액션이 가미되기도 하고 아버지 “보이서”를 찾는 “갸방”의 드라마적 에피소드가 어린이 대상 특촬 액션물의 단조로움을 어느 정도 완화해 주기는 하지만 서도요.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던 문제의 43화 <재회>편에서 보여주었던 감동적인 드라마와 뛰어난 연기력, 그리고 44화/최종화 <돈 호러의 목>으로 이어지는 차기 우주형사 샤리방의 등장이 압권이기는 하지만 나는 어째서 인지 제 18화 <공주님 컨테스트, 어기여차 용궁성>편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여름 특집으로 구성된 18화는 일본의 “우라시마 타로의 전설”(우리가 볼 때는 별주부전과 신선놀음이야기를 합쳐 놓은 듯 한)을 기초로 용궁의 보물을 차지하려는 우주범죄조직 마크의 음모를 그려내고 있는데, 나에게 있어서 그런 에피소드는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해변을 중심으로 비키니 언늬들이 많이 많이 등장하며 특히 18화에는 더블걸(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마크의 수성인)역으로 전설의 AV배우 “히라세 리에(平瀬りえ)”가 게스트 출연하는 것에(그것도 비키니 차림으로) 열광하게 되었습니다. “히라세 리에”는 홋카이도 유바리 출신으로 극진 가라데와 JAC(Japan Action Club)의 일원으로 특촬물에 간혹 얼굴을 내밀기도 한 모양입니다. 원래 더블 걸 역의 “아즈마 마리코(東まり子)”의 그 아흐트랄한 외모만 계속 보다가 18화의 더블 걸이 너무 인상적 이어서 그녀의 뒷조사를 해보았는데, 지금은 잠적해서 현재의 모습을 찾을 순 없었습니다. 주로 성인영화를 중심으로 활동했고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하고 볼륨감있는 몸매가 압권이었는데 말입니다. 현재 활동은 하고 있지 않지만 오십을 바라보고 있을 나이로 어디에선가 살아가고 있을 그녀를 생각할 때 세월의 잔인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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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화 <공주님 컨테스트, 어기여차 용궁성>에 출연한 "히라세 리에"

<우주형사 갸방>은 해외에도 팬이 많습니다. 프랑스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고 태국이나 미국에도 많은 팬이 존재합니다. 영화감독 “쿠엔틴 티란티노”는 <우주형사 갸방>과 <우주형사 갸방>의 주인공역으로 출연한 “오바 겐지(大葉健二)”의 차기작 <어둠의 군단>시리즈의 팬으로 그의 영화 <킬빌 Vol.1>에 갸방역이 “오바 겐지”와 그의 아버지 보이서역의 “치바 신이치”가 출연합니다. 영화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우마 서먼”에게 전설의 일본도를 만들어 주는 “핫토리 한조”와 그의 조수 “시로”가 바로 보이서역의 “치바 신이치”, 갸방역의 “오바 겐지”였습니다.

한 때 우리나라에서도 <벡터맨>으로 대변되는 토종 특촬 전대물이 인기를 끈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불행하게도 대부분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특촬물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고렌인저>, <베틀피버>, <덴지맨>, <선발칸>, <고글V>, <가면 라이더 V3>, <가면 라이더 슈퍼원>, <가면 라이더 제트크로스>는 나의 어린시절의 우상이었고 꿈이었습니다. <우주형사 갸방>또한 그렇습니다. 일본문화가 철저하게 금지되었던 시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특촬 히어로물을 보면서 자랄 수 밖에 없었던 세대로서 이제는 어린시절의 추억이 메이드 인 제펜이었다는 것을 허물 없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시절이 온 것에 감회가 새롭기만 합니다. 너무나, 너무나 늦었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우주형사 갸방>관련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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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7 15:20 2008/03/17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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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지구 / planet earth

2008/03/11 12:05 영화일기/B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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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2006, Alastair Fothergill / BBC, Discovery Channel, NHK / KBS Media

최근들어 디지털 방송이라던지 HD(High Definition)라는 말이 주위에서 많이 들려 옵니다. NTSC방식의 흑백 방송 시절을 거쳐 컬러 방송으로 스테레오/음성다중 방송, 문자방송, 데이터 방송으로 진화한 방송기술이 이제는 완전한 디지털 고해상도 방송으로 자리매김을 하기 시작한 21세기, 바로 그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지요. 비록 현재 방송되고 있는 규격이 이른바 Full HD라 일컬어지는 1080p/24f 규격이 아닌 1080i/60Hz이기 때문에 아직도 가야할 길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서도요.

가정용 영상매체로 자리매김했던 VHS나 일부 애호가들 사이에서 호평받았던 고화질 포맷 SVHS혹은 LD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디지털 매체인 DVD가 대체하기 시작한 후 10년, 이제는 디지털 HD방송에 발맞추어 HD급 영상과 음향을 수록한 차세대 매체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른바 "블루레이(Blu-ray)", "HD-DVD"로 이야기 되는 차세대 영상 매체의 출현은 올 1, 2월을 분기로 "블루레이" 쪽으로 기울어져 버렸고 디지털 전송 규격인 HDMI 1.3b 및 블루레이 타이틀 저작 규격인 BD-JAVA, BD-Profile 2.0(BD Live)등의 새로운 표준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 아직은 블루레이 시스템에 발을 담구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어찌되었건, 살짝 업계에 관련된 나는 엉겁결에 블루레이 시스템을 구축하고 말았습니다. 원래는 기존에 사용하던 DVD플레이어가 이제 천수를 다하여 교체를 고려하였고 480p의 DVD영상을 1080p의 HD영상으로 업스케일링 할 수 있는 플레이어를 찾던 중, 주위의 뻠뿌에 의해 BD플레이어를 구입하게 된 것이지만 서도요. 잡지사의 리뷰 관계로 해서 이십여장 가까운 블루레이 타이틀이 거쳐갔지만 정작 내가 구입한 타이틀은 단 한개에 불과 합니다. KBS를 통해 방영된 BBC/NHK 합작의 다큐멘터리 <살아있는 지구>는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구입했다고 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고 초도 발매량 2천 카피가 모두 팔려나가는 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북미에서는 DVD로만 250만장 이상이 판매된 메가 히트 시리즈로 아시아에서는 최초의 블루레이 타이틀로 우리나라에서 발매되었고 전세계 최초로 음향을 돌비 디지털 5.1로 리마스터링 하였으며 오리지널 내레이션과 더불어 TV시리즈 <X-Files>의 "폭스 멀더"역으로 유명한 성우 "이규화"씨의 우리말 내레이션이 포함된 명실공히 세계최고, 국내최초의 블루레이 타이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일까? 살아있는 지구가 사야하는 지구, 이미 사버린 지구 등의 우수갯소리로 불리워 지는 것이 조금은 경망스럽게 까지 느껴지기도 합니다.

4장의 블루레이 디스크 패키지로 11편의 에피소드, 총 9시간에 달하는 장대한 HD영상이 수록되어 한 장면 한 장면이 마치 윈도우즈 배경화면을 보는 것 처럼 맑고 선명하기 때문에 장대한 지구의 생태계를 감상하며 큰 감동을 얻을 수 도 있습니다.

사실 그 간 나의 블루레이 플레이어에 문제가 있어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습니다. 상영이 시작된 후 25분이 지나면 화면과 음향이 심하게 끊어지기 때문에 제대로 볼 수 가 없었던 것이지요. 결국 플레이어를 교환받고(이 S사와 나 사이에 무슨 마가 끼었는지, 매번 구입하는 제품마다 한번에 깔끔하게 마무리 되는 적이 없네요.) 정상 플레이 환경이 마련되고 나서, 퇴근 후 한편 씩 느긋하게 감상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 편의 에피소드를 감상하는 시간은 50분, 이 50분 사이에 너무나도 환상적인 장면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살아있는 지구>가 그리도 성공한 이유가 아닐런지요. 시베리아에 살다가 겨울에 한반도로 날아오는 30만 마리의 가창오리의 군집, 백상아리의 공격을 피해 목숨을 걸고 최고 속력으로 질주하는 수백 마리의 물개들, 해저 3,000미터에 밀려온 향유고래의 시체를 뜯어 먹는 심해 갑각류, 적을 만나면 푸른 불빛을 내뿜는 흡혈 오징어, 지하로 수백 킬로나 뻣어 있는 지하/해저 동굴에서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곳의 경계가 선열하게 그려지는 것을 보면 좁은 사무실에 앉아 더 좁은 모니터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나의 답답함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립니다.

가혹한 촬영 환경 때문에 화질의 편차가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과연 이런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얼마나 힘든 작업을 했으며 그 화면을 마스터링 하는데 또 얼마나 고된 과정이 있었을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시리즈의 마지막에 지구 온난화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어 가는 북극곰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살아있는 지구>가 아닌 이제 <죽어가는 지구>의 느낌을 받는 것이 나만의 편견과 아집일지 그런 생각에 조금은 우울해져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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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1 12:05 2008/03/1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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