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terfly Kiss 21

영화 몇 편 2010년 4월

2010/04/20 16:12 영화일기/DVD
1.  뜨거운 오후 (Dog Day Aftern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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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오후 Dog Day Afternoon | 1975년, 미국
시드니 루멧 Sidney Lumet 감독

사회파 감독으로 명성이 높은 "시드니 루멧"감독이 1972년 뉴욕 브룩클린에서 발생한 실제 은행강도 사건을 모티브로 재구성한 영화입니다. 당시 <대부>시리즈로 주목 받고 있던 "알 파치노Al Pacino"와 "존 카잘John Cazale"의 날이 선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일작이며 흥행과 비평의 모든 면에서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 낸 수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알 파치노"가 외치는 아티카!Attica!라는 대사는 1971년 뉴욕 아티카 형무소의 죄수폭동 사건의 원인이 된 인종차별 문제를 대두시키며 2005년 전미영화협회가 선정한 명대사 100선 중 86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영화 속의 실제 인물이며 양성애자로 알려진 John Wojtowicz(이거이 발음이 좀...)는 1987년 석방되어 2006년 AIDS로 사망했다고 합니다.

2. 시티 오브 갓 (Cidade De De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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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오브 갓 Cidade De Deus | 2002년, 브라질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Fernando Meirelles, 카티아 런드 Katia Lund 감독

지금까지 쉽게 접해볼 수 없었던 브라질 영화로 6, 70년대 리오 데 자네이로의 빈민가 시티 오브 갓을 무대로 펼쳐지는 잔혹한 폭력의 역사를 감각적인 카메라와 뛰어난 연출을 통해 보여 줍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인물이 아닌 장소로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직한 범죄와 가난 속을 살아가는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실존적이면서도 몽환적으로 감각적이면서도 냉소적인 시점으로 바라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상한나라의 앨리스가 하얀 토끼를 쫓아 굴 속으로 들어가 온갖 형이상학적인 세상을 경험한 뒤 다시 현실 세계로 빠져 나온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영화의 마지막에 보여지는 "사실에 기반한다."라는 스크립트를 통해 뒤통수를 한대 심하게 얻어 맞은 듯한 묘한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3. 신간선 대폭파 (新幹線大爆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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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선 대폭파 新幹線大爆破 | 1975년, 일본
사토 준야 佐藤純彌 감독

'94년 공개되어 큰 성공을 거둔 "얀 드봉Jan De Bont"감독의 액션 영화 <스피드Speed>의 원안이 된 영화입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 멈출 수 없는 것은 버스가 아니라 고속전철 신간선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영화는 <스피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각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한편의 범죄드라마를 선 보입니다. 사업에 실패하고 이혼까지 당한 중소기업의 사장이 그를 따르는 공장 직원과 사회주의자와 더불어 국철 신간선 히카리109호에 폭탄을 설치하고 막대한 금액의 미화美貨를 요구합니다. 전철은 멈출 수 없으며 일정 속도 이하로 속도가 줄어 들면 폭탄은 자동적으로 폭발하도록 되어 있고요. 히카리 109호가 종점 하카타博多에 도착하기 까지의 제한된 시간 속에 펼쳐지는 치밀한 구조의 드라마가 단연 압권입니다. 협박범 "오키타 데쓰오沖田哲男"역의 "다카쿠라 켄高倉健", "쿠라모찌倉持운전지령실장"역의 "우쓰이 켄宇津井健", 히카리 109호의 "아오키青木운전사"역의 "치바 신이치千葉真一"의 연기가 일품이었던 일작이었습니다.

4. 마더 (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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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2009년, 한국
봉준호 감독

그저 그랬습니다...
감독인 봉준호가 나와는 고교 동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학교 다닐 때 얼굴을 마주친 기억은 없지만서도...

5. 썸머 워즈 (サマーウォー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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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 워즈 サマーウォーズ| 2009년, 일본
호소다 마모루 細田守 감독

<시간을 달리는 소녀時をかける少女>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최신작입니다. 우선은 재미있었습니다. 하나후다花札게임인 코이코이こいこい로 지구를 지킨다는 전개도 기발했습니다. 반면 "다케다 신겐武田信玄"의 가신 집안이었던 무가武家 "진노우치陣内" 집안에서 무소불휘의 권력을 휘두르는 "진노우치 사카에陣内栄" 할머니의 초법적인 공작정치가 심히 눈살을 찌뿌리지 않을 수 없었고 러브머신의 개발자 "와비스케侘助"가 서자출신이란 점과 그 양반(내가 양반이란 말을 봉건 신분적인 의미로 사용하지 않는 다는 점을 인지 해 주세요.)이 짭새리안(사과 인테리어의 거 머시기 사장을 추종하는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이렇게 부릅니다.)의 필수품인 얼라폰을 사용한다는 부분이 심히 맘에 들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류의 영화를 보다 보면 시간이 80년대에 멈춰 버려 아직도 비닐 레코드로 음악을 듣고, 축구공 처럼 동그란 티비와 비디오 카세트로 영화를 보며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고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를 갈아 끼워 가며 게임을 하던 그런 시절이 더 행복했던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내가 너무 늙어 버린 걸까요? 하 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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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0 16:12 2010/04/2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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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宝 특촬영화 DVD 컬렉션 1/6

2010/02/26 17:26 영화일기/DVD

특촬特撮이란 말을 아시는지요?

예상하시겠지만 특수촬영特殊撮影을 줄여 말하는 용어로 영화에서 실제로 구현하기 어려운 환경을 미니어처, 특수분장, 광학합성 등의 특수효과를 사용하여 실제로 있는 것처럼 표현해 내는 기술을 말합니다. 요즘에는 컴퓨터그래픽스를 많이 사용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투박하고 조악하지만 미니어처와 광학합성을 사용한 예전의 특수촬영 기법이 더욱 박진감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홍보를 위해 거대한 특수촬영 전용 스튜디오를 만들었습니다. 주로 전함들의 함포해전을 미니어처를 통해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는데, 이 당시 터득한 노하우는 전쟁이 끝나고 상업영화를 통해 더욱 빛을 발하게 되었지요. 1954년 토호東宝에서 제작한 괴수영화 <고지라ゴジラ>는 할리우드의 <킹콩KingKong>, <원자괴수 나타나다The Beast from 20,000 Fathoms>에서 차용된 괴수의 이미지를 당시 일본의 시대적 상화에 맡게 그려내어 공전의 히트를 하게 되고 일본 특촬영화의 서막을 알리는 커다란 발자취를 남기게 됩니다.

<고지라>로부터 55년의 세월이 흐른 지난 2009년 이탈리아의 백과사전 간행사인 DeAGOSTINI의 일본 현지 법인에서는 일본 특촬영화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고지라>를 필두로 토호의 명작 특촬영화 55편을 <토호특촬영화DVD컬렉션>이라는 제목으로 매달 두 편씩 발매하고 있는데, 현재 11번째 시리즈인 1966년작 <프랑켄슈타인의 괴수 산다 대 가이라フランケンシュタインの怪獣サンダ対ガイラ>가 출시된 상태이며 이후 <가스인간 제1호ガス人間第1号>, <괴수대전쟁怪獣大戦争> 등의 화려한 라인업이 발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매번 발매 될 때 마다 한편 씩 모아놓는 재미로 요즘 같은 심란한 세상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우선은 작년 9월 첫 발매된 창간호에서 올 2월 초에 발매된 제 10권 까지의 감상을 간략히 적습니다. 매 10권이 발매될 때 마다 포스트를 계속할 예정입니다. 각 DVD의 자켓 이미지는 개봉 당시의 포스터이기 때문에 눈여겨 봐두어도 좋을 듯 합니다.

1. 고지라 (ゴジ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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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라 ゴジラ | 1954년, 일본, 흑백
혼다 이시로 本多猪四郎 감독


지난 84년 타계한 "히라다 아키히코平田昭彦"가 연기한 "세이자와 다이스케芹沢大助"박사의 존재감이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은 30년 쯤 전이었는데,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그 뒤로 십수 년 전에 다시 볼 때 부터 이 분의 연기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대고지라병기=옥시전 디스트로이어라는 공식을 명쾌하게 작성해 주신 이 분은 후대의 영화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데 특히 87년 발매된 "오시이 마모루押井守"감독의 OVA <기동경찰 패트레이버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의 3번째 에피소드 <4억 5천만년의 덫4億5千万年の罠>편에서 히라다박사(캐릭터는 고지라의 세이자와, 이름은 실제 배우인 히라다)로 부활해 더 없는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1954년 발생한 제5후쿠류마루第五福竜丸사건(미국의 수폭실험에 피폭되어 사상자가 발생한 일본 원양어선 사건)에 기초한 영화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이었던 특수촬영과 긴장감 넘치는 인간드라마를 선보입니다.

2. 모스라 대 고지라 (モスラ対ゴジ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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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라 대 고지라 モスラ対ゴジラ | 1964년, 일본
혼다 이시로 本多猪四郎 감독
 
초대 고지라영화가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두자 연발된 후속작 경쟁 라인업 중 가장 큰 인기를 모았던 곤충 괴수 모스라를 고지라와 맞붙혀 놓은 오락물입니다. 수폭실험으로 피폐된 모스라의 고향 인판트 섬의 원주민들만 등장하면 참을 수 없는 폭소가 터져나왔던 필름이었는데, 소미인小美人역의 여성 듀오 "피넛츠ザ.ピーナツ"의 외모가 <모스라モスラ>시절에 비해 괄목한 만한 성장을 거두었다는 점과 "호시 유리코星由里子"라는 걸출한 배우의 발견 외에는 딱히 이렇다 할 점은 없었습니다. 성충 모스라와 두마리의 쌍동이 유충 모스라로 고지라를 물리치는 모습이 마치 프로레슬링 경기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 여하튼 그랬습니다.

3. 3대괴수 지구최대의 결전 (三大怪獣地球最大の決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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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괴수 지구최대의 결전 三大怪獣地球最大の決戦 | 1964년, 일본
혼다 이시로 本多猪四郎 감독

 
<모스라 대 고지라>의 연결 후속작으로 제작된 일련의 시리즈 물입니다. 등장인물도 <모스라 대 고지라> 때와 동일하며(고지라 1작에 출연했던 핸섬 가이 다카라다 아키라宝田明는 이번에는 빠졌습니다.) 시대적 배경, 분위기 자체도 동일합니다. 본 작은 금성 대괴수 킹기도라의 데뷔작이기도 한데, 우주에서 날아온 금비늘의 삼두용을 퇴치하기 위해 지구괴수 고지라, 라돈, 모스라(유충)가 힘을 합쳐 과격(?)한 액션을 선보입니다. 내가 사용하는 진공관 앰프의 제조사 Manley에서는 <3대괴수 지구최대의 결전>의 포스터를 패러디 하여 3극관 괴수 지구 최대의 결전이라는 포스터로 하이파이 쇼에 참가한 적도 있습니다. 각 괴수의 가슴에는 직렬 3극 진공관의 기호가 부착되고 손에는 300B진공관을 들고 있었죠. 이걸 보고 한참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호시 유리코"의 깜찍하고 예쁜 모습만 주시했던 영화였습니다. 이 분은 지금은 70을 바라보는 할머니가 되었지만 당시 21세의 정말 눈부신 모습이었지요.

4. 해저군함 (海底軍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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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군함 海底軍艦 | 1963년, 일본
혼다 이시로 本多猪四郎 감독

 
일본 특촬 영화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몇 해 전에 리뷰를 작성했던 <혹성대전쟁惑星大戦争>의 우주전함 고우텐轟天의 오리지널인 해저군함 고우텐이 등장합니다. 이 영화는 상당히 즐겁게 보았는데, <신세기 에반겔리온新世紀エヴァンゲリオン>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감독 "안노 히데아키庵野秀明"의 애니메이션에도 본 작의 패러디가 상당 수 등장하지요. 일만이천년전 해저로 가라앉아 지열을 에너지 원으로 삼고 수룡 만다マンダ를 수호신으로 섬기는 무우제국은 안노 감독의 TV시리즈 애니메이션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ふしぎの海のナディア>에 등장하는 아틀란티스 제국의 원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일만이천년이란 시간 역시 <톱을 노려라!トップをねらえ!>에서 주인공 노리코와 카즈미가 지구로 귀환하기까지 걸린 시간이기도 하고요. 또한 지금까지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무우제국 정보원 22호는 <신세기 에반겔리온>에 등장하는 "이카리 겐도碇ゲンドウ"사령의 모습과 똑같습니다. 약간의 군국주의적 이미지만 배제한다면 영화적으로 상당히 완성도 높은 수작이었습니다.

5. 모스라 (モス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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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라 モスラ | 1961년, 일본
혼다 이시로 本多猪四郎 감독

 
최초로 여성을 타겟으로 제작되어진 괴수물입니다. 그래서 인지 곤충 괴수 모스라의 디자인이 대단히 화려하고 아름답게 구성되었습니다. 나는 이 <모스라>시리즈만 보면 웃음을  참지 못하는 습성(?)이 있는데 그 이유가 모스라와 텔레파시로 교감을 이루는 소미인의 참으로 엄한 외모와 등장할 때 마다 천배, 만배, 십만배 절만 해대는 인판트 섬의 주민들 때문입니다. 이야기 자체도 신비롭고 구성 요소도 아기자기 한 것이 참으로 여성을 주된 관객으로 생각하고 만들었구나란 생각을 가지게 하지만서도 왜 지금 보면 이렇게 폭소를 참지 못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인판트 섬에서 헤엄쳐 일본 열도에 상륙 후 부러진 도쿄 타워에 고치를 만들고 성충 나방으로 날아오른 모스라가 전세계를 강타하며 미국의 뉴욕에서 납치된 소미인들을 구출하기 까지의 여정을 담은 참으로 편안(?)했던 영화였습니다.

6. 일본침몰 (日本沈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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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침몰 日本沈没 | 1973년, 일본
모리타니 시로 森谷司郎 감독

 
현재 까지 라인 업된 토호특촬영화 DVD 컬렉션 중 가장 최신작(1973년 작)이며 유일한 듀얼레이어 DVD이자 최초로 혼다 이시로가 감독하지 않은 영화가 등장했습니다. 우리에게는 아마도 2006년 리메이크된 가이낙스 출신의 특기감독 "히구치 신지樋口真嗣"의 21세기 버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일본침몰=쌤통 이란 고정적 관념 때문인지 국내 개봉 당시 단기간이기는 하나 예매율과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일본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SF작가 "고마쓰 사쿄小松左京"의 대 히트 소설을 원작으로 2시간 20분에 달하는 대하드라마를 선보이며 당시로서는 상당히 호화로웠던 출연진으로 주목받았습니다. 멸망하는 일본의 마지막 총리인 야마모토역 으로 등장했던 "단바 데쓰로丹波哲郎"의 강렬한 연기는 공개된지 40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까지 이야기 되어지고 있습니다. 잠수정 파일럿 "오노테라 토시오小野寺俊夫"역 으로 등장하는 가면 라이다 1호仮面ライダー1号. "후지오카 히로시藤岡弘"의 멋진 모습도 챙겨두어야 할 일작입니다. 나는 2006년도 히구치 버전의 <일본침몰>은 아직도 보지 못했습니다.

7. 고지라의 역습 (ゴジラの逆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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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자의 역습 ゴジラの逆襲 | 1955년, 일본, 흑백
오다 모토요시 小田基義 감독

 
54년 공개된 <고지라>의 성공에 힘입어 잽싸게 제작되어진 후속작입니다. 첫 번째 고지라의 무대가 도쿄 였다면 두 번째 고지라의 요격지점은 오사카大阪... 이 때 부터 60~70년대를 아우렀던 괴수 VS 괴수라는 포맷이 시작되었는데 고지라의 첫 번째 상대 괴수는 귀여운(?) 안기라스였습니다. 오사카성을 사이에 두고 서로 못 잡아 먹어 으르렁 거리던 고지라와 안기라스의 모습이 조금은 귀여워 보였고요 그 아래쪽에 개미 같이 작은 인간들이 죽기살기로 이삿짐을 싸들고 도망가는 모습은 더욱 귀여웠습니다. 첫 번째 <고지라>가 예상 외의 히트를 기록하자 급박하게 제작된 데다가 간사이関西 지방의 배급자들이 무대를 간사이로 옮겨달라고 요쳥해 만들어진 영화여서 그런지 전작과는 사뭇 다른 오락적 요소가 지배적입니다. 고지라의 이빨에 피를 철철 흘리며 죽어가던 안기라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지만 어짜피 고지라도 안기라스도 몇 년 뒤에는 다시 살아나 스크린을 휘젓는 불사신의 괴수였기 때문에 그다지 잔혹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8. 킹콩 대 고지라 (キングコング対ゴジ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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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 대 고지라 キングコング対ゴジラ | 1962년, 일본
혼다 이시로 本多猪四郎 감독

 
이 영화 대박 코미디였습니다. 미국의 RKO영화사로 부터 <킹콩KingKong>의 사용권을 사들여 제작된 <킹콩 대 고지라>는 최초의 토호 스코프(시네마 스코프) 괴수 영화이자 최초의 컬러 고지라 영화였습니다. 제약회사의 홍보를 위해 스컬섬에서 잡아온 거대 고릴라 킹콩과 고지라를 싸움 붙혀 짭짤한 광고수익을 기대한다라는 영화의 내용이 상당히 자본주의적 헤게모니 위에 구현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가 최근 "공룡과 오징어가 싸우면 누가이겨요?"라는 의미 불명의 질문을 자주 해 오는데, 답변을 못해 쩔쩔 매며 관련 영상을 찾던 중 본작의 도입부에 문어와 킹콩의 일전을 보여주고 무마 시킨 적도 있습니다. 조금 황망한 영화이기는 하지만 개봉 당시 일본에서는 천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9. 하늘의 대괴수 라돈 (空の大怪獣ラド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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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대괴수 라돈 空の大怪獣ラドン | 1956년, 일본
혼다 이시로 本多猪四郎 감독

 
어찌 보면 토호 특촬의 이단적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괴수물이라기 보다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었으니까요. 광산에서 출몰한 익룡 라돈이 관광지로 유명한 아소산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치는 등의 풋풋(?)한 이야기가 펼쳐 집니다. 고지라가 태풍과 함께 상륙했다면 라돈은 광산의 낙반사고와 더불어 등장하는 등 내러티브에 약간의 잔재주를 부린 흔적이 보입니다. 해외에 공개되어 어느정도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데,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구로사와 아키라黒澤明"감독과 만났을 때 "혼다 이시로"감독의 <로단>(라돈의 해외 공개 제목, 영문 표기 RADON에서 A와 O를 바꿔치기한 일종의 애너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라고 이야기 했다는 일화는 특촬팬들 사이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에피소드이기도 하지요.

10. 지구방위군 (地球防衛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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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방위군 地球防衛軍 | 1957년, 일본
혼다 이시로 本多猪四郎 감독

 
<지구방위군>은 놀라운 영화입니다. 1957년 일본은 당시 할리우드와 버금가는 품질의 SF영화를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물이 흐르는 반경 3Km의 비옥한 토지와 지구인 여성과 자유롭게 결혼 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며 반구형 돔에서 발사되는 레이저 광선과 원격조정되는 로봇 모게라モゲラ로 지구인을 위협하는 외계인 미스테리언과 택도 없는 소리 하지 말라며 연합군을 조직해 외계인과 맞서는 지구방위군의 싸움을 경쾌하게 그려낸 영화는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특히 미스테리언의 레이저 광선을 흡수하여 맞받아 치는 지구방위군의 마커라이트파프의 모습은 정말로 멋졌습니다. 40분 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제약 사항 때문인지 미스테리언 돔을 공격해 좁혀 들어가는 마커라이트파프 부대의 모습은 초긴장감이 감돌 정도입니다. 또한 미스테리언의 수령을 연기한 "쓰지야 요시오土屋嘉男"의 기괴한 연기 역시 참으로 볼 만했습니다. 전설적인 토호특촬의 수작으로 꼽기에 주저함이 없는 일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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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6 17:26 2010/02/2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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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훔친 남자 / 太陽を盗んだ男

2009/12/23 12:56 영화일기/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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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훔친 남자 太陽を盗んだ男 | 1979년, 일본
하세가와 카즈히코 長谷川和彦 감독

최근 국내에 공개된 애니메이션 영화 <에반게리욘 신극장판:파 ヱヴァンゲリヲン新劇場版:破>에서 등장인물인 이부키 마야伊吹マヤ의 출근 장면에 본 작의 사운드 트랙인 YAMASHITA가 BGM으로 삽입되어 세간에 아주 약간의 관심을 받았던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소마이 신지相米慎二감독의 <태풍클럽台風クラブ>, 이와이 슌지岩井俊二감독의 <스왈로우테일スワロウテイル>과 더불어 최고의 일본 영화로 꼽아 두고 있던 영화로 상당히 초라한 필모의 소유자인 하세가와 카즈히코감독의 두 번째이자 (현재 까지) 마지막 영화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적어도 피폭국인 일본에서 원자폭탄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모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영화 이전에 몇 몇 형사 드라마에서 원자폭탄 제조에 관한 이야기를 찾아 볼 수 있었지만 두 시간 반에 육박하는 극장판 영화의 전면에 원폭을 내세운 경우는 아마도 <태양을 훔친 남자>가 최초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데뷔작인 <청춘의 살인자青春の殺人者>를 통해 근친살인에 대한 냉혹한 시각을 선보인 후(사실 청춘의 살인자는 위성 CS 채널인 neko채널에서 십수년 전에 본 적은 있지만 그리 집중해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를 할 입장은 못됩니다.) 원래는 무라키미 류村上龍의 소설인 <코인 록커 베이비스コインロッカー・ベイビーズ>의 영화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으나 각본가 레너드 슈나이더Leonard Schrader의 초고 The Kid Who Robbed Japan을 본 후 차기작에 대한 방향을 선회하여 레너드 슈나이더(이 양반은 후에 윌리엄 허트William Hurt 주연의 거미 여인의 키스Kiss of the Spider Woman로 당해 년도 오스카상 각본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되어 버렸지만서도요.)와 함께 <태양을 훔친 남자>를 작업하게 됩니다. 물론 영화화에 있어서 사회적인 반발도 많았다고 합니다. 이에 감독 자신도 태내피폭자임을 증명하는 사회보장 증서를 언론에 공개하는 등의 웃지 못할 뒷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여담이지만 무라카미 류의 <코인 록커 베이비스>는 발킬머Val Kilmer, 아사노 타다노부浅野忠信, 리브 타일러Liv Tyler 등의 캐스팅으로 할리우드에서 영화화가 진행된다고 합니다.

원래 이 영화의 첫 제목은 <일본과 나日本と俺>였습니다. 두 번째 각본에서는 제목이 <웃는 원폭笑う原爆>이 되었다가 <플루토늄 러브プルトニウムラブ>라는 로맨틱 코미디 분위기로 선회, 최후에 <일본을 훔친 남자日本を盗んだ男>를 거쳐 <태양을 훔친 남자>가 제목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사실 이 제목 때문에 후에 말이 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흥행 실패의 원인이 <태양을 훔친 남자>라는 재미없을 것 같은 제목 때문이었다는 제작사 쪽의 비공식적인 견해였습니다. 더 아이러니 한 것은 같은 해 우리나라에서 <태양을 훔친 여자>라는 제목의 영화가 공개된 것이지요. 내용은 전혀 달랐지만 말입니다.

<태양을 훔침 남자>는 삶의 의미를 잃어 버린 고독한 세대에 대한 냉소가 가득 합니다. 과거 박정희 군사 독재 시대를 그리워 하며 "그래도 그때는 굶지는 않았지..."라고 읆조리는 부류의 사람들, 배만 부르면 그만이라는 무목적의 인류, 물질적으로 부족함을 모르지만 또한 삶의 근본적인 생태계마저 망각해 버린 그런 사람들의 모습들 말입니다. 도쿄의 한 중학교 물리교사가 자신의 독신 아파트에 플루토늄 정제 시설을 꾸리고 이바라키현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강탈한 액체 상태의 풀루토늄239를 기폭이 가능한 고체 플루토늄으로 정제하는데 성공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학교 교사 자체도 방사능에 피폭되어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지요. 원자폭탄 제조에 성공한 그는 정부를 협박해 작은 성과를 하나 얻어 냅니다. 다름 아닌 오후 9시 뉴스 시간에 맞추어 종료되는 프로야구 야간경기 중계를 끝까지 볼 수 있도록 해달라는 어처구니 없는 요구였지요. 당시 핵보유국(공식 6개국, 비공식 2개국)에 이어 9번 째로 핵을 보유했다는 이유에서 넘버9이란 이름으로 두 번째 요구를 고민하던 그는 결국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대정부 요구를 모집하게 되고(라디오 프로그램의 DJ의 이름은 사와이 레이코沢井零子로 그녀의 이름에서 제로라는 애칭으로 불리웁니다. 그녀는 9번 다음의 숫자로 노스텔직한 분위기를 자아내지요.) 결국 당시 마약사건으로 일본국내에 공연이 금지된 롤링스톤즈의 래일 공연을 2차 요구로 제시하지만 정부에서는 이 공연을 함정으로 넘버9을 잡을 계획을 꾸밉니다. 플로토늄 정제시설을 만들기 위해 얻어쓴 사채를 갚기 위해 5억엔의 현금마저 요구하는 넘버9, 그에게 원자폭탄은 무엇이든 얻어내기 위한 도구였지만 얻어내고자 하는 존재에 대한 의문은 그를 끝없는 나락에 떨어뜨립니다.(결국 롤링스톤즈는 90년도가 되어서야 일본에서 해금되었습니다.)
 
쥬리ジュリー라는 애칭으로 더욱 잘 알려진 가수 사와다 겐지沢田研二가 목적을 상실한채 방황하는 교사 키도 마고토城戸誠를, 그를 쫓는 악발이 형사 야마시타 마스오山下満州男(에반게리욘:파 에 삽입된 BGM은 바로 이 양반의 테마곡이죠.)에는 <인의 없는 싸움仁義なき戦い>시리즈의 불사신 조장 스가와라 분타菅原文太가 그리고 넘버 9을 사랑했던 여인 넘버 0에는 외모만을 보았을 때 일본 여배우 중 열손가락 안에 든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이케가미 키미코池上季実子가 그들의 영화경력을 아우러 최고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영화의 도입부 키도 마고토가 이끄는 중학교 수학여행 버스를 납치해서 학생들을 인질로 천황과의 면담을 요구하던 노인(일본의 패전을 인정하지 않고 카미카제 특공대의 군복차림으로 기관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했던)의 에피소드를 살짝 끼워 놓아 대단히 구조적인 영화적 복선을 장치한 감독의 연출력 또한 예사롭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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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3 12:56 2009/12/2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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