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terfly Kiss 21

음반 몇장 / 2010년 10월 26일

2010/10/26 23:39 음악감상/Jazz

이미 너무 추워져 버리기는 했지만 가을입니다. 음악을 듣기에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지요. 여유시간이 생기면 그간 틈틈히 모아놓은 음반 중 한 장을 걸어 놓고 하염 없이 멍 때리던 경우도 잦았습니다. 어쩐지 삶이 지루해 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음악을 많이 듣기는 한다지만 가수 이름이나 음악사, 빌보드 이런 쪽으로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길을 걷다가 혹은 까페에서라도 알고 있는 음악이 들려오면 누가, 언제 연주(혹은 노래)한 어떤 곡인지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하건데 그간 틈틈히 모아놓은 음반이 천여장에 육박하면서도 그 쪽 방면으로는 잼뱅이 아닐 수 없는 것이 나란 인간의 기본 나가리가 아닐까 합니다. 가수이름, 노래 제목 암기는 음악을 즐기는 것과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필요충분 조건은 아니라는 것이 막연한 나만의 신념이 되어 버린지도 오래되었습니다.

음악감상이란 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취미생활이라는 것(언젠가 어떤 분이 그러시더군요. 쇼파에서 시작해서 쇼파에서 끝나는 취미라고)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지만서도 내가 듣고 다니는 가락들이 TV나 라디오에서는 잘 들을 수 없는 것들인지라 근자에 접했던 음반 중 몇 장을 추려서 몇 자 적어 봅니다.


Love Standards(PCCY-30114, PONY CANYON) / 石原江里子 / 2007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국에 거주 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겸 재즈보컬인 "이시하라 에리코"의 첫 번 째 스탠더드 앨범으로 무난하게 선별된 스탠더드 넘버 10곡에 오리지널 넘버 4곡을 더한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보컬이 깔끔하기는 하지만 강단이 느껴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조금은 들척지근한 느낌을 풍기는 것이 나같은 아저씨들이 다가가기엔 너무 닭살 스러운 면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무대가 그다지 넓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각 악기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갈무리한 녹음이 인상적이며 자켓에서 보여지는 늦가을 풍경이 요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편안하게 청취할 수 있는 BGM 성격의 음반이었습니다.

Barbara Lea with the Johnny Windhurst Quintets(OJCCD-1713-2, Prestige) / Barbara Lea / 1991
Barbara Lea with the Johnny Windhurst Quintets
CD가 발매된 것은 1991년 이지만 원래 이 음반은 1957년 "바바리 리"가 프리스티지 레이블에서 녹음한 첫 번째 앨범을 디지털로 리마스터 한 것 입니다. 모노녹음입니다. 뉴올리언스 재즈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바바리 리"의 악센트가 매우 극적인데 가사의 내용에 따라 미묘하게 변하는 뉘앙스가 일품입니다. 매끄럽지는 않지만 힘있고 풍성한 마스터링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바바라 리"는 여든이 넘은 현재 까지도 현역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클래시컬한 멋이 물씬 풍기는 썩 괜찮은 음반이었습니다.

Swing Swing Swing(CCD-4882-2, Concord) / Keely Smith / 2000
Swing Swing Swing
70에 가까운 나이에, 더욱이 15년이 넘도록 특별히 앨범 작업이 없었던 "켈리 스미스"가 오랜 침묵을 깨고 1999년 할리우드의 캐피톨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앨범 <Swing Swing Swing>은 진정한 보컬의 힘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반만을 들어서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저돌적이며 울퉁불퉁한 근육의 질감이 느껴지는 "켈리 스미스"의 보컬은 스윙 스탠더드의 대표작 16곡을 숨도 쉬지 않고 휘두룹니다. 스테이지가 넓고 정위감이 뛰어난 녹음과 굵고 힘있는 보컬이 인상 깊었던 음반이었습니다.

White Trash Girl(RUF1084, RUF) / Candye Kane / 2005
White Trash Girl
앨범 자켓만을 보면 애니메이션 영화의 OST 혹은 힙합 앨범으로 착각하기 쉽겠으나 블루스 음반입니다. 샌디에고 출신의 블루스 싱어(겸 영화배우) "캔디 케인"의 걸쭉한 목소리가 고속 피아노 건반위를 거침 없이 내달립니다. 상당히 스타일리쉬하면서도 공격적인 것이 외향적이인 성격의 보컬의 성향을 그대로 드러낸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수록된 14개의 넘버 중 9개의 넘버를 "캔디 케인" 스스로가 작곡하거나 편곡했을 정도로 자신감에 가득찬 모습 또한 엿볼 수 있습니다. 꽉 막힌 듯한 일상에 마주했을 때 미치도록 소리치며 달려 볼 수 있을 법한 음반입니다. 일렉트릭 블루스와 부기가 어우러진 흥겨운 넘버가 가득하니까요.

Shiny Stockings(ENJ-9317 2, ENJA) / Jenny Evans / 1997
Shiny Stockings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인 "Shiny Stockings"는 십 수년전 국내 오디오파일 사이에 화제가 되었던 XLO사의 Test and Burn-in CD의 데몬스트레이션 곡으로 수록되어 빅 밴드 스윙의 화려함을 레퍼런스급 녹음으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기도 했었지요. ENJA 레이블의 간판 보컬이라 할 수 있는 "제니 에반스"의 1997년 녹음인 Shiny Stockings는 원숙미 넘치는 유연한 보컬과 윤기가 반짝거리는 듯 한 브라스의 금속질감이 상쾌하게 들려 옵니다. 베이스가 지나치게 둔탁하지 않으면서도 묵직한 중량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며 코넷의 뻣침이 그다지 공격적이지 않습니다. 보컬은 너무 느슨하지도 그렇다고해서 너무 빡빡하지 않은 적당한 텐션을 들려 줍니다. 개인적으로도 꽤 괜찮은 음반이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10/10/26 23:39 2010/10/26 23:39
맨 위로

트랙백 주소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Write a comment

[로그인][오픈아이디란?]
오픈아이디로만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sub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