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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olta Flash Meter V

2009/08/05 17:27 mono(物)/카메라
카메라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자랑거리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소풍이나 나들이 갈 때 사진관에서 몇 천원 주고 하프카메라(올림푸스 펜 EE, 요즘은 펜 F가 마이크로 포서드라는 렌즈군을 가진 디지털 카메라로 환생하여 큰 인기를 얻고 있지요.)를 빌려 24컷트 짜리 필름으로 48컷트를 찍으며 즐거워 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사진찍을 기회도 여유도 많지 않았던 시절이었지요.

그러던 것이 어찌 어찌 하다보니 이제는 누구나가 한 대 이상의 카메라를 가지고 있고 엄청난 양의 사진이 쏫아져 나오는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필름이 필요 없고 사진을 찍으면 그자리에서 바로 바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담뱃갑 보다는 작은 최신형 디지털 카메라는 물론이고 휴대용 전화기에도 카메라가 부착되어 있어 언제 어디서나 사진을 찍고자 마음 먹으면 바로 실행에 옮기고 그 자리에서 사진을 볼 수 있는 그런 세상 말입니다. 특히나 예전에는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생각되었던 일안반사식 카메라를 (왜 꼭 어깨에 메고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어깨에 메고 다니는 아가씨들을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싸이월드로 대표되는 SNS형 웹로그 시스템의 대표적인 아이템이라 할 수 있는 자랑질에는 이런 카메라들이 없어서는 안될 필수 요소가 아닐런지요. 특히 식당에서는 음식이 나오면 먹기 전에 카메라로 요리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반드시 목격하게 됩니다.

자, 그럼 자랑질(taking photo)과는 별도로 사진을 만드는 작업(making photo)를 생각해 봅시다. 개인적으로 사진을 만드는 작업은 사기(欺)와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 보다 더욱 아름답게, 더욱 간결하게, 어쩌면 더욱 추하게 피사체를 담아내는 것에는 하나의 이야기 만들기란 허구성이 상당히 많이 개입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잡설이 길어졌습니다만, 사진으로 이러한 허구의 세상을 만들어 내는데는 빛의 양과 유입 속도를 조절하는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게 되지요. 사진사는 피사체에 반사된 빛을 얼마만큼 받아들일 것인가를 결정해 자신의 이야기에 적당한 사진을 찍게 됩니다. 흔히들 개소말닭소라고동말미잘 누구나 다 쉽게 이야기하는 노출(exposure)이 바로 그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카메라에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노출계가 하나 씩 부속되어 있습니다. 피사체로 부터 반사되는 빛을 판독해 얼마만큼의 빛을 받아들여야 피사체가 정상적인 모습으로 촬영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해 사진사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게 되지요. 더욱이 전자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카메라에 장착된 마이크로 프로세스는 노출계가 전달해 주는 값을 기반으로 카메라의 조리개와 셔터속도를 자동으로 제어해 단지 셔터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프로그램 모드를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카메라에 장착된 노출계는 "앤설 애덤스"와 "프레드릭 아쳐"가 정해 놓은 존 시스템의 존5, 18% 회색 반사율을 기준으로 동작하는 반사식 노출계이기 때문에 완전한 흰색과 완전한 검은색이 반반씩 배열된 벽을 찍는다는 가정 하에 이론적으로는(물론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만) 둘 다 회색으로(흑백 사진에서)촬영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연광(태양을 광원으로 하는)의 경우에는 광원이 지구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에 동일 기후조건과 시간에서 서울에서 측정한 노출과 도쿄에서 측정한 노출에 차이가 없지만 스튜디오 처럼 인공 조명을 사용하는 경우(광원에 따른 노출 변화가 급격한)와 스토로보 같이 수십분의 일초 사이에 번쩍하는 광원의 경우에는 반사식 노출계로는 측정할 수 없거나 힘든 경우도 존재합니다.

간혹, 뇌출계(뇌로 재는 노출, 상식적으로 이게 가능한지 모르겠지만)운운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디지털 카메라로 대강 몇 번 찍어 보면 된다는 분도 계시기는 하지만 단연코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그렇게 찍은 사진은 결코 자랑질 이상의 사진이 될 수 없습니다. 내것이 아니라 그냥 우연의 결과일 뿐이지요. 그래서 나는 노출계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정확한 노출의 측정이 나의 사진을 만드는데 시금석이 된다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신념입니다. 특히 노출계가 없는 카메라, 찍으면 바로 결과를 확인 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은염 카메라를 사용할 경우가 빈번한 나 같은 경우에는 한번의 노출측정 실패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노출계의 필요성이 극대화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제는 사라져 버린(소니 알파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미놀타의 입사식 노출계 플래쉬 메타V는 지난 8년 간 단 한번도 그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미놀타가 사라지고 난 뒤, 고센, 세코닉 등, 더욱 편리하고 진화된 노출계들이 많이 출현했지만 그간 손에 익어 버린 메타V를 떠나 다른 노출계를 생각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나에게는 이미 소중한 물건이 되어 버렸습니다. 디스플레이 패널에 표기된 몇 몇 숫자를 조합해 최종적으로 촬영될 사진을 미리 예측하는 일은 마구잡이로 셔터를 눌러대고 LCD를 통해 프리뷰 사진을 보는 것 보다 훨씬 재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랬습니다.

세상이 바뀌고 카메라도 사진의 의미 마저도 과거와는 사뭇달라져 버린 지금, 곰삭은 노출계를 바라보는 일상의 시선 마저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져 버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만들고, 이야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노출의 의미 마저 달라져 버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진이 언제까지 살아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빛이 존재하는 세상이 사라지기 전까지 노출계 역시 어떠한 모습으로든 생존해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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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5 17:27 2009/08/0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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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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