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이크로 결사대 (Fantastic Voyage)마이크로 결사대 Fantastic Voyage | 1966년, 미국
리처드 플레이셔 Richard Fleischer 감독
지난 2006년 타계한 "리처드 플레이셔"감독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2007년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를 통한 회고전으로 극장에서 상영되기도 했던 작품으로 당대 최고의 섹스심볼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는 "라켈 웰치"가 출연 합니다. <마이크로 결사대>는 사실 일본 공개 당시의 제목이고 원제목은 빤따스틱한 여정입니다. 70, 80년대 명화극장 등을 통해 수 차례에 걸쳐 국내에 방영되기도 했던 <마이크로 결사대>는 동서냉전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던 60년대 망명 도중 뇌에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 동구권 과학자를 살리기 위해 관련 의사와 해군 장교들이 마이크로 크기로 축소된 잠수정을 타고 인체에 주입되어 종양을 제거하는 일련의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특수효과와 지금은 전설이 되어 버린 잠수정 프로테우스호의 미래지향적(?)인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전반적으로 평이한 영화이기는 하지만 공개된지 4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까지도 SF영화 애호가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셀 애니메이션과 기괴한 조명, 펄럭이는 휘장으로 연출한 인체의 모습 등 60년대의 열악한 특수효과 기술을 뛰어넘는 아이디어에 찬사를 보냅니다.
2. 마이너리티 리포트 (Minority Report)마이너리티 리포트 Minority Report | 2002년, 미국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 감독
다수결의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교묘한 조소와 냉소를 보내고 있는 "필립 K 딕"의 단편 소설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스템이 총아라 할 수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화 했습니다. 국내외적으로 흥행적으로 크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다양한 특수효과를 사용한 미래 사회의 모습은 눈요기거리로 충분합니다. 기술을 맹신하며 소수의견을 묵살하고 범죄예방이란 인권침해의 소지가 만연한 미래사회의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집니다. <라이언일병 구하기>를 통해 쏠쏠한 재미를 보았던 블리치 바이패스란 현상 기법을 남용하여 화면 자체가 거칠고 말쑥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일작이었습니다.
3. 일본의 가장 긴 날 (日本のいちばん長い日)일본의 가장 긴 날 日本のいちばん長い日 | 1967년, 일본
오카모토 키하치 岡本喜八 감독
사실 이 영화는 8.15 광복절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보았기 때문에 만감이 교차했다고 해야할까? 여하튼 그런 영화였습니다. 제 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 패색이 짙은 제국주의 일본의 마지막 24시간 (1945년 8월 14일 정오에서 1945년 8월 15일 정오까지)을 실록 형식으로 그린 <일본의 가장 긴 날>은 영화적으로 상당히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붐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오시이 마모루 押井守"나 "안노 히데아키 庵野秀明"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오카모토 키하치"감독은 대일본제국의 마지막 24시간을 섬세한 터치와 디테일을 곁들인 157분의 장대한 드라마로 선보입니다. 특히 학도병의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꾸겨 넣어진 교과서나 너덜 너덜 닳아 버린 짚신의 커트 등은 제국주의 시절 전쟁을 돌아보는 감독의 날카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종전선언(일본은 공식적으로 패전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을 앞두고 "2천만, 아니 일본 남자의 절반만 특공 시킨다면 일본은 반드시 이긴다"라는 말을 서슴치 않는 각료, 종전반대, 본토결전을 선언하는 육군 청년 장교들의 8.15 궁성 반란 사건(물론 모조리 자살로 종지부를 찍지만서도), 종전 선언을 앞두고 할복으로 생을 마감하는 육군대신 "아나미 고레치카 阿南惟幾"의 모습 보다는 지금까지도 문건의 문제성이 지적받고 있는 천황 히로히토의 "종전조서 800자"의 집필 과정에 더욱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짐은 세계의 대세와 제국의 현 상황을 감안하여 비상조치로써 시국을 수습코저 너희 신민에게 고한다. 짐은 제국정부로 하여금 미,영,소,중 4개국에 그 공동선언을 수락한다는 뜻을 통고토록 하였다" 로 시작하는 종전조서의 내용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얼마만큼 알고 있었던가 자문하게 됩니다.(흔히들 알고 있는 무조건적인 항복 이런 말은 종전조서에 나오지도 않습니다.) 히로히토의 종전조서를 통해 일본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미국의 신탁통치를 거쳐 대한민국으로 거듭난 우리는 과연 우리를 해방시킨 종전조서의 내용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요. 천황의 전쟁책임을 삭제하고 기만에 가득찬 이른바 옥음방송의 내용이 집필되는 과정에 보여지는 정치인들의 권모술수가 가희 예술의 경지에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이런저런 내용 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하루라도 빨리 전쟁을 끝내고 싶었던 연합군의 시대적 판단 아래 받아들여진 종전조서가 종전 후 5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국주의 시절의 피해자였던 우리에게 고스란히 짐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한 없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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