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terfly Kiss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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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25 Handmade Nikon MC-31 (6)
  2. 2009/08/05 Minolta Flash Meter V (2)
  3. 2007/11/08 Yashica T5D (16)
  4. 2007/10/29 Hasselblad 503cx


Handmade Nikon MC-31

2009/08/25 15:20 mono(物)/카메라
요즘에는 디지털 사진 파일에 촬영 일시 뿐 아니라 각종 촬영 정보, 별매품을 사용한다면 촬영 장소의 위도 및 경도까지 함께 첨부되어 촬영 데이터를 어렵지 않게 확인해 볼 수 있지만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이러한 촬영 정보 수집을 위해 별도의 데이터백을 장착, 필름 혹은 필름의 프레임 사이에 작은 글씨로 간략한 촬영 날짜와 정보를 기록하거나 그것이 용이하지 않을 경우에는 일일히 손으로 메모하여 현상된 필름과 비교해 보며 데이터시트를 만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니콘의 일안 반사식 카메라인 F5가 발매되었던 1996년의 상황도 앞서 언급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F90, F90X, F100, F5로 구성되는 니콘 F의 5세대 카메라들은 그간 진보를 거듭해 온 전자기술과 더불어 당시로서는 최신 IT기술의 일부가 접목되었는데도 불구하고 큰 주목을 받지 못했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니콘 F5는 최대 80롤의 필름 촬영 데이터를 동시에 내부 메모리에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촬영 데이터를 확인해 보기 위해서는 별매품인 MC-31 데이터 케이블, 전자 릴리즈 겸용 혹은 MC-33 데이터 케이블과 Nikon Photo Secretary-I For F5라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지요.

발매 당시에 MC-33 과 Nikon Photo Secretary-I For F5의 가격이 4만엔대 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선뜻 구입하기에 너무나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MC-33도 Photo Secretary도 단종이 되어 신품을 구입할 곳이 없어지고 또 4~5년 전에 MC-33의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는 RS-232 시리얼 컨버터 회로가 인터넷에 떠돌면서 많은 사용자들이 MC-33을 자작하여 서드파티에서 판매되는 SoftTALK2000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촬영 데이터를 확인하거나 카메라의 커스텀 세팅을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일안반사식 은염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이 줄어 이 마저도 시들해져 버렸지만 말입니다.

나도 당시에 어떤 분의 도움으로 SoftTALK2000을 구해 6핀 마우스 선과 만능기판에 조악하게 조립한 사제 MC-33으로 몇 번 카메라에 접속하여 데이터를 확인해 본 적이 있지만 그것도 잠깐 사이에 흥미를 잃어 어딘가 던져 버리고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얼마전에 환상 속의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했었던 Nikon Photo Secretary-I For F5을 또 다시 어떤 분의 도움으로 입수하게 되고 과거의 그 자작품 MC-33을 뒤집어 찾아 보아도 어딘가로 망실되어 발견할 수 없었기에 다시 한번 예전의 인터넷 자료를 찾아 부품을 구입해 휴가 중에 다시 하나 만들게 되었습니다. 여담이지만 다 만들고 나서 인터넷에 완제품을 5,500원에 파는 곳을 발견, 다시 한번 망연자실하기는 했었지만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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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장터를 통해 니콘 F 및 D시리즈에도 사용가능한 전자 릴리즈 MC-30도 구입했습니다. MC-30의 중고가격이 3만원, 기타 다른 부속 일체 해서 배송료까지 만원 안팍으로 가격은 저렴했습니다. MC-30에서 제공되는 니콘 전용 10핀 케이블을 잘라 전자릴리즈와 데이터케이블 겸용의 MC-31을 제작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재미있는 것이 요즘 나오는 컴퓨터에는 25핀 혹은 9핀 시리얼 단자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시리얼을 USB로 변환해 주는 케이블 까지 구입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겪고 나서야 카메라를 PC에 연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다행히도 Nikon Photo Secretary-I For F5는 윈도우즈 98용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XP에서도 큰 문제 없이 작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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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카메라를 접속 시키자 아래와 같이 카메라의 아이디가 출현 합니다. 기본값은 255, 시리얼 포트만 지원해 준다면 동시에 256대의 카메라를 접속하여 제어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기존에 사용했던 SoftTALK2000은 니콘 F 5세대 계열 공용인데 비해 Photo Secretary For F5는 F5 전용 소프트웨어로 보다 정교한 제어가 가능해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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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확인 해 본 것은 지금도 디지털 일안반사식 카메라인 니콘 D를 통해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3D RGB측광의 패턴보고, 피사체의 명암 뿐 아니라 컬러패턴까지 인식하여 최적의 노출을 찾아 낸다는 그 막강한 반사식 노출계의 패턴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상당히 그로테스크 하기는 한데 지금도 그렇고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니콘의 제품에 대한 철학은 조금 우직하고 무식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경쟁 C사는 카메라에 잔재미를 조금 많이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석에서 우수갯소리로 혓바닥이 길다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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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 F5의 커스텀 세팅입니다. 니콘 F5는 24개 항목에 달하는 사용자 지정 옵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 본체에 A, B 두개의 뱅크에 저장 시켜 놓고 필요할 때 로드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Photo Secretary를 사용하면 이 커스텀 세팅을 보다 정교하게 지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앙부 중점 측광의 측광 범위를 1mm 단위로도 조종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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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원격 제어부입니다. 카메라에 손대지 않고 개인용 컴퓨터를 통해 카메라의 모든 기능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스튜디오에서 제품 촬영 같은 정적인 촬영을 수행할 때에는 카메라를 삼각에 고정 시키고 노트북을 통해 원격 조정, 릴리즈 촬영을 할 수 있어 정교한 작업에 도움이 될 듯 합니다. 물론 필드에서야 크게 쓸 일이 없는 기능이지만 서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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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제어시 콘솔에 카메라 상태가 아래와 같이 표시됩니다. 액정 콘솔이나 뷰파인더 HUD와 비교해 큼직하고 가시성이 좋기 때문에 특수목적, 예를 들어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일주일 정도에 걸쳐 인터벌 촬영 같은 것을 수행하고자 할 때 상당히 쾌적한 환경을 마련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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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촬영 데이터에 관한 건인데, 꺼내 보니 카메라를 구입하고 지금까지 약 160롤 정도를 촬영한 것으로 되어 있더군요. 원래 사진을 많이 찍지는 않지만 내 카메라가 자동차로 치자면 이제 1,000키로도 주행하지 않은 완전 신품인 것에 즐거워 해야 할지 아쉬워 해야할지 만감이 교차합니다. 기본적인 데이터는 자동적으로 저장이 되며 기타 코멘트 부분에 특이사항을 입력할 수 있고 귀찮기는 하지만 필름을 스캔하여 BMP타입의 섬네일로 만들 경우 프리뷰 기능까지 제공하는 것으로 볼때 당시로서는 너무 앞서간 모듈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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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두 시간 정도 투자해서 만들어 놓은 시스템 치고는 색다른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사실 니콘 F는 가장 많이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좋아하는 카메라이기도 하고요. 그 동안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사용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기능들을 확인해 볼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혹시 니콘 F90, F90X, F100, F5를 사용하시는 분 중에 아직 MC-33 연계 기능을 사용해 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한번 쯤 시간을 투자해 확인을 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관련 자료는 인터넷에 많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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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5 15:20 2009/08/2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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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olta Flash Meter V

2009/08/05 17:27 mono(物)/카메라
카메라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자랑거리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소풍이나 나들이 갈 때 사진관에서 몇 천원 주고 하프카메라(올림푸스 펜 EE, 요즘은 펜 F가 마이크로 포서드라는 렌즈군을 가진 디지털 카메라로 환생하여 큰 인기를 얻고 있지요.)를 빌려 24컷트 짜리 필름으로 48컷트를 찍으며 즐거워 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사진찍을 기회도 여유도 많지 않았던 시절이었지요.

그러던 것이 어찌 어찌 하다보니 이제는 누구나가 한 대 이상의 카메라를 가지고 있고 엄청난 양의 사진이 쏫아져 나오는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필름이 필요 없고 사진을 찍으면 그자리에서 바로 바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담뱃갑 보다는 작은 최신형 디지털 카메라는 물론이고 휴대용 전화기에도 카메라가 부착되어 있어 언제 어디서나 사진을 찍고자 마음 먹으면 바로 실행에 옮기고 그 자리에서 사진을 볼 수 있는 그런 세상 말입니다. 특히나 예전에는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생각되었던 일안반사식 카메라를 (왜 꼭 어깨에 메고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어깨에 메고 다니는 아가씨들을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싸이월드로 대표되는 SNS형 웹로그 시스템의 대표적인 아이템이라 할 수 있는 자랑질에는 이런 카메라들이 없어서는 안될 필수 요소가 아닐런지요. 특히 식당에서는 음식이 나오면 먹기 전에 카메라로 요리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반드시 목격하게 됩니다.

자, 그럼 자랑질(taking photo)과는 별도로 사진을 만드는 작업(making photo)를 생각해 봅시다. 개인적으로 사진을 만드는 작업은 사기(欺)와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 보다 더욱 아름답게, 더욱 간결하게, 어쩌면 더욱 추하게 피사체를 담아내는 것에는 하나의 이야기 만들기란 허구성이 상당히 많이 개입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잡설이 길어졌습니다만, 사진으로 이러한 허구의 세상을 만들어 내는데는 빛의 양과 유입 속도를 조절하는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게 되지요. 사진사는 피사체에 반사된 빛을 얼마만큼 받아들일 것인가를 결정해 자신의 이야기에 적당한 사진을 찍게 됩니다. 흔히들 개소말닭소라고동말미잘 누구나 다 쉽게 이야기하는 노출(exposure)이 바로 그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카메라에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노출계가 하나 씩 부속되어 있습니다. 피사체로 부터 반사되는 빛을 판독해 얼마만큼의 빛을 받아들여야 피사체가 정상적인 모습으로 촬영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해 사진사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게 되지요. 더욱이 전자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카메라에 장착된 마이크로 프로세스는 노출계가 전달해 주는 값을 기반으로 카메라의 조리개와 셔터속도를 자동으로 제어해 단지 셔터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프로그램 모드를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카메라에 장착된 노출계는 "앤설 애덤스"와 "프레드릭 아쳐"가 정해 놓은 존 시스템의 존5, 18% 회색 반사율을 기준으로 동작하는 반사식 노출계이기 때문에 완전한 흰색과 완전한 검은색이 반반씩 배열된 벽을 찍는다는 가정 하에 이론적으로는(물론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만) 둘 다 회색으로(흑백 사진에서)촬영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연광(태양을 광원으로 하는)의 경우에는 광원이 지구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에 동일 기후조건과 시간에서 서울에서 측정한 노출과 도쿄에서 측정한 노출에 차이가 없지만 스튜디오 처럼 인공 조명을 사용하는 경우(광원에 따른 노출 변화가 급격한)와 스토로보 같이 수십분의 일초 사이에 번쩍하는 광원의 경우에는 반사식 노출계로는 측정할 수 없거나 힘든 경우도 존재합니다.

간혹, 뇌출계(뇌로 재는 노출, 상식적으로 이게 가능한지 모르겠지만)운운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디지털 카메라로 대강 몇 번 찍어 보면 된다는 분도 계시기는 하지만 단연코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그렇게 찍은 사진은 결코 자랑질 이상의 사진이 될 수 없습니다. 내것이 아니라 그냥 우연의 결과일 뿐이지요. 그래서 나는 노출계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정확한 노출의 측정이 나의 사진을 만드는데 시금석이 된다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신념입니다. 특히 노출계가 없는 카메라, 찍으면 바로 결과를 확인 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은염 카메라를 사용할 경우가 빈번한 나 같은 경우에는 한번의 노출측정 실패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노출계의 필요성이 극대화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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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사라져 버린(소니 알파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미놀타의 입사식 노출계 플래쉬 메타V는 지난 8년 간 단 한번도 그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미놀타가 사라지고 난 뒤, 고센, 세코닉 등, 더욱 편리하고 진화된 노출계들이 많이 출현했지만 그간 손에 익어 버린 메타V를 떠나 다른 노출계를 생각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나에게는 이미 소중한 물건이 되어 버렸습니다. 디스플레이 패널에 표기된 몇 몇 숫자를 조합해 최종적으로 촬영될 사진을 미리 예측하는 일은 마구잡이로 셔터를 눌러대고 LCD를 통해 프리뷰 사진을 보는 것 보다 훨씬 재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랬습니다.

세상이 바뀌고 카메라도 사진의 의미 마저도 과거와는 사뭇달라져 버린 지금, 곰삭은 노출계를 바라보는 일상의 시선 마저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져 버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만들고, 이야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노출의 의미 마저 달라져 버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진이 언제까지 살아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빛이 존재하는 세상이 사라지기 전까지 노출계 역시 어떠한 모습으로든 생존해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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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5 17:27 2009/08/0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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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shica T5D

2007/11/08 14:45 mono(物)/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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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ROOF(T5D)로 찍으면 우리동네도 캘리포니아"

오래전에 어떤 일본인의 홈페이지에서 이런 글귀를 본 적이 있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조그마한 자동카메라에 대한 감상을 피로한 페이지였는데, 당시에 나도 자동 컴팩트 카메라에 상당히 촉각이 곤두서 있던 시절이어서 꽤 장문이었던 게시물을 거부감없이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이 T-PROOF라는 것은 오래전 "야시카"란 카메라 제조사가 존재했던 무렵에 판매가 시작된 "야시카 T"시리즈의 한 모델명으로 일본에서는 "쿄세라 T-PROOF", 일본 이외의 국가(우리나라를 포함)에서는 수출용의 "야시카 T5D"란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T5D는 야시카 T시리즈 단초점 모델의 마지막 버전으로 1994년 생산이 시작된 후 2001년 단종될 때 까지 7년간 판매되었던 장수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즈음해서 <신세기 에반겔리온>으로 널리 알려진 "안노 히데아키(庵野秀明)"감독의 실사 데뷔작 <LOVE&POP>을 보고 영화 속의 여주인공이 목에 걸고 다니는 조그마한 자동 컴팩트 카메라에 상당히 호감을 가졌다고 할까요? 요즘 애용되는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를 기준으로 보면 그렇게 작지도 않은 사이즈(35mm 풀 프레임 기종)에 두툼한 두께를 가지고 있어 "컴팩트"라는 말이 우습게 들리기도 합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해서 가볍고 휴대하기 편하고 노출이나 초점을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35mm 소형 카메라를 알아 보던 중에 T-PROOF의 소개를 접하고 며칠간의 시장조사, 또 며칠간의 판매점조사 그리고 몇 달간의 고민 고민 끝에 남대문에 있는 카메라 전문 매장에서 구입했습니다. 그 때가 2001년 경으로 아마도 제가 구입한 T5D는 거의 마지막 부분의 생산품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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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을 보자면 별 다른 것이 없습니다. 당시에 일반적으로 많이 판매되던 여타의 컴팩트 자동 카메라들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습니다. 레인지 파인더 형식의 이안으로 35mm 단초점 렌즈를 탑재하고있고 DX코드 인식으로 필름의 ISO값을 자동으로 판독해 주며 조그마한 내장 스토로보와 사진 귀퉁이에 촬영 날짜를 넣어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건전지는 CR123형 1개를 사용해 36커트 필름 10롤 정도를 촬영 할 수 있습니다.

특징적으로는 생활 방수형 케이스로 각 개폐부 및 셔터 부분의 고무 패킹과 렌즈 하단 부의 배수구 설계로 약한 비를 맞아도 카메라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되어 있고 카메라 상단에 웨이스트 레벨 파인더가 있어 허리 위치에 카메라를 두고 촬영을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캘리포니아 어쩌구 운운하던 렌즈 부분인데, 가격에 걸맞지 않게 칼 짜이스의 T* 테사 35mm F3.5렌즈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이 렌즈 때문에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많은 애호가들로 부터 호평과 혹평을 달게 받고 있기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T5D의 렌즈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칼 짜이스라고 해서 핫셀블라드나 롤라이에 탑재되는 오리지널 독일생산품은 아니고 독일의 짜이스재단과 제휴된 야시카(현 쿄세라광학)에서 라이센스로 일본 내에서 생산하는 물건입니다. 요즘 많이 광고되는 소니 캠코더와 디지털 카메라의 Vario Sonnar류의 렌즈와 마찬가지로 저가 제품용으로 생산된 염가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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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T5D의 렌즈는 포지티브 필름과 네가티브 필름, 컬러와 흑백 필름 모두에서 그리 모나지 않은 묘사력을 보여줍니다. 콘트라스트가 강하고 발색이 공격적이며 해상력이 수준 이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T5D가 자신 보다 몇 단계 상위 기종인 콘탁스 T2나 T3와 그 결과물에 대한 경합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컴팩트 카메라에 짜이스렌즈가 탑재되는 경우 혹은 컴팩트 카메라라고는 하나 그 만듦새나 가격, 결과물이 여느 SLR카메라를 능가하는 경우는 많이 보아 왔습니다. 우선 생산된지 수십년이 지나도록 오래 사랑받고 있는 롤라이35 시리즈(개인적으로는 가장 우수한 소형 카메라라고 생각합니다.)가 칼 짜이스 소나 혹은 테사 렌즈를 탑재하고 있고, 야시카 T의 혈통을 이어 받아 쿄세라 그룹에서 다시 탄생한 콘탁스 T2(오래전에 사용했었는데 그 후속기인 T3 혹은 TVS보다 나는 더 높게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T3, TVS등의 카메라도 짜이스 렌즈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니콘35Ti, 라이카 미니룩스(개인적으로 자동 라이카 M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탑재된 40mm 주마리트 렌즈의 품질이 좋습니다.) 등의 고급 컴팩트 카메라들도 나름대로의 특장점을 가지고 많은 사용자들로 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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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shica T5D / FujiFilm Reala 100


T5D를 앞서 언급한 혈통의 카메라들과 비교하는 것은 어쩌면 무리일지 모르겠습니다. 정찰가격이 150만원, 200만원씩 하는 컴팩트 카메라와 20만원짜리 똑딱이(라는 컴팩트 카메라 비하용어가 있습니다.)를 비교한다는 것이 결코 공정하지 못하겠지요. 하지만 T5D는 놀라운 결과물을 보여줍니다. 물론 저가 렌즈의 고질적인 문제라 할 수 있는 주변부 광량 부족(최근에 LOMO라는 카메라가 이걸 터널이펙트라는 모호한 용어로 포장된 마케팅 포인트로 크게 성공하기는 했습니다만)이 전체적인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플라스틱제 카메라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뛰어난 해상력과 농도가 심하게 깊은 착색이 붙은 발색과 계조는 어디에 내어 놓아도 뒤쳐짐이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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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shica T5D / FujiFilm Superia 100

내장 스트로보와의 궁합도 괜찮은 편인데, T5D의 특성상 아무 조작 없이 셔터만을 누르는 것으로도 실내 사진에서도 그럴듯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첨단 스트로보 측광 시스템의 도움없이 이 정도의 결과물이라면 나름대로 합격점을 주고 싶은 생각입니다. 셔터랙이 조금 긴 편입니다. 반 셔터 감도 정확하지 않아 처음 사용할 경우에는 초점을 잡다가 그냥 촬영해 버리는 실수를 범할 수 있습니다. 셔터를 누르고 촬영 까지 약 1.5초 정도의 갭이 생기다 보니 순간적으로 발생한 상황이나 피사체에 대해서 손해를 감수할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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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shica T5D / FujiFilm Superia 200


이제는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이 줄어들었고 특히나 자동 컴팩트 카메라는 대부분이 디지털 컴팩트 카메라로 물갈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세상이 변해 버렸습니다. 아무래도 필름 사진이 귀찮고 금전적으로도 약간의 부담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디지털 컴팩트 카메라의 새끼손톱만한 CCD촬상소자가 35mm필름의 박진감 넘치는 프레임과 해상도, 발색, 계조를 만들어 주지는 못합니다. 주머니나 가방에 넣고 다니며 SLR카메라에 뒤지지 않는 고급스럽고 안정적인 사진을 촬영하기에는 아직 디지털 컴팩트 카메라의 갈길은 멀고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렌즈를 탑재하고 우수한 결과물을 만들어 주는 35mm 컴팩트 카메라는 아직까지는 버리기 너무나도 아까운 물건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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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8 14:45 2007/11/0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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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selblad 503cx

2007/10/29 12:43 mono(物)/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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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렌즈의 품질이 좋아서 가격이 비싸더라도 한번 쯤 사용해 봄직한 카메라를 꼽으라면 롤라이의 SL66 시리즈, 라이카 M 그리고 핫셀블라드 V 시스템의 500시리즈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특히 롤라이의 SL66 경우 칼 짜이스와 슈나이더 렌즈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묘사력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그 선택의 폭이 더 넓다고 할 수 있겠고 라이카 M의 경우에는 35mm란 소형 포맷에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계조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이야 디지털 카메라, 더욱이 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 디지털 일안 리플렉스(DSLR)카메라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렌즈 묘사력의 판단 기준 역시 디지털이라는 특성에 잘 맞아 가는 쪽으로 이동해 가고 있기는 하지만 사진이란 것이 은염사진이다 디지털사진이다를 놓고 그 좋고 나쁨을 가릴 수 없는 것이기에 어떻게 보면 일반화할 수 없는 무엇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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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사진을 찍어 오면서(요즘처럼 사진작가라는 호칭이 난무하는 시절을 결코 알지 못하거니와 작가나 사진사가 아닌 보통의 취미로서 사진을 찍어온 평범한 일반인으로서) 최고의 디지털 시스템이나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면서도 말도 안되는 결과물을 생산해 내는 경우도 많이 보았고, 잡지사 부록으로 딸려 나온 마데제 플라스틱 단초점, 조리개 고정의 장난감 카메라로 찍은 기똥찬 사진들도 여럿 보았기 때문에 감히 이곳에서 카메라와 렌즈가 좋아야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카메라도 그렇고 렌즈도 그렇고 나아가서는 필터라던지 현상/인화 약품, 인화지, 데이터 등등 사진을 만들어가는데 필요한 물건들에 개인 취향에 따른 차이가 있다는 것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인 듯 합니다.

오늘 말씀드리고자 하는 카메라는 핫셀블러드 V시스템 500시리즈 중 1970년 부터 1994년 까지 생산되었던 3번째 모델인 503cx로 렌즈 셔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바디에 밀러와 파인더 그리고 와인더 정도 밖에는(노출계도 달려 있지 않습니다.) 가지고 있지 않은 완전 기계식, 그야말로 석기시대의 유물과도 같은 카메라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카메라가 제 손에 떨어진 것은 20세기가 막바지로 치닫던 1999년경으로 원래는 '92년 즈음 해서 홍콩에서 구입했던 물건이었습니다. 바디와 CF80mm F1:2.8 Planar 기본렌즈 한개, 그리고 12컷트의 필름을 장착 할 수 있는 A12필름 매거진 한개의 기본 세트였고 이 시스템을 실전에 사용하기 위해 CF120mm F1:4 Makro Planar와 CF150mm F1:4 Sonnar렌즈를 추가로 구입했고, 반사식 노출계가 내장된 팬터프리즘 파인더 PME50이 중고도 잘 없고 나와도 가격이 너무 부담스러워 핫셀블러드 500을 카피해서 러시아에서 제조한 KIEV88용 프리즘파인더를 구입해 사용하기는 했지만 여기 장착된 노출계가 황당할 정도로 널을 뛰는 바람에 사용하고 있는 입사식 노출계 미놀타 플래쉬메타V에 장착하는 반사식 5도계를 추가로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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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이런 저런 사정으로 렌즈도 몇개 팔아먹고 핫셀블러드로 사진도 거의 찍지 못하지만서도 심도 있는 사진 작업에 애용하는 카메라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초음파 모터와 손떨림 보정 시스템을 탑재하고 초당 8컷트 혹은 그 이상을 촬영할 수 있는 최신형 디지털 DSLR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성능입니다. 렌즈는 수동 포커싱으로 스플릿 스크린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매우 꼼꼼하게 포커싱을 확인해야 하며 셔터 속도는 최고 1/500초를 넘지 못하며 전자 측광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프레임 구석 구석의 노출을 일일히 측정해 표현될 이미지에 적합한 노출을 계산해 줘야하고 팬타프리즘을 사용하지 않으면 좌우가 거꾸로 움직이기 때문에 프레임을 만들 때 원숭이가 되어 버린 느낌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컷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몇 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디지털바디로 피사체를 대충 흟고 나서 죽죽 긁어 버리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한장 한장 촬영될 때 마다 챙겨야 하는 부분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촬영 당시에 느꼈던 수고스러움을 합당케 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저는 주로 흑백작업에 많이 사용했지만 남성적이고 선이 굵은 계조는 개인적으로 사용해 보았던 어떤 형태의 렌즈군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독특한 매력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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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selblad 503cx / CF 120mm F1:4 Makro Planar / Ilford 100 Delta Professional


6X6이라는 브로니판 중형 필름이 보여주는 그 박진감이란... 루뻬를 통해 원고를 들여다 볼 때 느낄 수 있는 입자감, 확대기에 걸어 인화지에 이미지를 투영시키고 현상액에 던져진 인화지에 마치 수묵화가 피어오르듯 번져 오는 화상은 이런 구닥다리 카메라가 왜 그리 오랜 세월 동안 사랑 받고 애용되어 오는지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나의 경우에는 주로 사람을 많이 촬영하기 때문에 망원계 렌즈를 주로 사용했었고 광각계 렌즈 Distagon 혹은 Biogon은 그 살인적인 가격에 때문에 마운트 해 볼 기회 조차 많지 않았습니다. 특히 스튜디오 작업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는 자연광 상태에서 섬세하게 조정하기 힘든 노출 시스템의 약점을 스튜디오라는 공간이 어느 정도 보완해 주기 때문은 아닌가 짐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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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selblad 503cx / CF 80mm F1:2.8 Planar / Ilford 100 Delta Professional


20여년을 잘 사용하던 카메라에 결국 문제가 생겼습니다. 언제 부터인가 갑자기 셔터가 동작을 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워낙 간단한 구조인데다가 기계식이고 바디에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녀석이기에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렌즈 쪽 셔터를 확인해 본 결과 렌즈 쪽 셔터는 문제없이 동작을 하고 이틀동안 궁상을 떤 후에 남대문에 있는 공식 A/S센터에 찾아 갔습니다. 바디 쪽 셔터 모듈에 습기가 차서 녹이 슬었다고 하더군요. 견적이 솔찮게 나왔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구석기시대의 깡통, 핫셀블러드 라인을 모두 정리하고 집사람과 가까운 곳으로 여행이나 한번 갈 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셈을 치르고 수리를 해왔습니다. 전체적으로 점검을 해 보았더니 다른 곳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간혹 한달에 한번 씩 장에서 꺼내 공방 셔터 몇 방 날려 주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핫셀블러드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봅니다. 오래 되었기 때문에 불편하기 때문에 비용이 드는 은염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고지식한 고물은 현실에서 얻지 못한 그 무엇을 사진을 통해 얻을 수 있게 해줍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이녀석을 들고 사진을 찍는 순간이 온다면 사진을 통해 그 감흥을 다시 한번 경험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그 순간에 다시 한번 삶을 뒤돌아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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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selblad 503cx / CF 150mm F1:4 Sonnar / Ilford 100 Delta Profess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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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9 12:43 2007/10/29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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