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terfly Kiss 21

제노기어스

2006/03/21 20:03 게임/PSX
최근 몇 개월 간, 과거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발매되었던 RPG게임에 빠져있습니다. 그 계기가 된 것이 IBM PC/WindowsXP 상에서 동작하는 플레이스테이션 에뮬레이터 ePSXe 1.6으로 ePSXe는 일반 PC상에서 SONY사의 게임전용기 플레이스테이션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가상적인 환경을 구성해 줍니다. 예전에 오락실용 롬 게임 에뮬레이터 MAME(Multiple Arcade game Emulator)나 닌텐도의 슈퍼패미콤 에뮬레이터로 몇 가지 게임을 즐긴 적은 있지만, 3D 게임의 본격적인 시대를 열었던 플레이스테이션의 게임은 아직까지 에뮬레이션이 어려우리라 생각되었기에 더욱 놀라운 발견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이 한창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시절, 양키들이 만들어 낸 상용 에뮬레이터 Bleem을 사용해 본적은 있지만 제대로 된 게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성능이 떨어졌기에 ePSXe로부터 받은 충격은 대단한 것이었지요. 마침 그 당시 DVD로 발매된 3D 영상물 <파이널 판타지 어드벤트 칠드런>을 보았기 때문에 <파이널 판타지 어드벤트 칠드런>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전작에 해당하는 게임 <파이널 판타지 7>을 플레이 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과 <파이널 판타지 7>발매 당시 국내에 불어 닥친 선풍적인 인기 속에서도 플레이 시간 30시간에 중도 포기해 버렸다는 왠지 모를 아쉬움에 이번에는 반드시 라는 열망이 솟구쳐 오른 것입니다. 물론 저는 SONY사의 플레이스테이션을 구입해서 가지고 있기 때문에 ePSXe가 사용하는 BIOS에 대해 사용권을 가지고 있고 <파이널 판타지 7> 역시 정품 게임 패키지를 구입하고 있었기 때문에 에뮬레이션으로 게임을 즐긴다고 해서 저작권자의 권리를 침해 했다고 생각 하지는 않았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7>을 플레이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는 보다 오리지널에 가까운 게임을 하기 위해 용산전자상가로 달려가 IBM PC에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패드를 연결 할 수 있는 슈퍼듀얼박스라는 컨버터를 구입했고 ePSXe로 오리지널 게임에 가까운 그래픽과 사운드를 뽑아 내기 위해 며칠을 세팅에 투자했습니다. 결국 80여 시간의 플레이 시간을 가지고 <파이널 판타지 7>을 클리어 했지만 클리어 하면서 모아 놓은 세이브 자료와 이미지 자료를 모두 잃어 버리는 바람에 많이 낙담했었지요.

(c)1998, SQUARE / 株式會社 スクウェア / ゼノギアス

결구 오기가 발동 하고 과거에 클리어 했었지만 가장 인상에 남았던 RPG게임을 하나 더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포스트 파이널판타지를 제창하며 어쩌면 <파이널판타지 7>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게임 98년 스퀘어(現스퀘어에닉스)사에서 발매한 게임 <제노기어스>는 방대하고 치밀한 네러티브와 뛰어난 게임 디자인, 심도있는 주제로 8년의 세월 동안 저의 기억 속에 사라지지 않는 명작으로 남아 있었지요. 8년 전에는 용산 등지에서 흔히 구할 수 있었던 이른바 서민CD(중국 등지에서 복제한 복제품 게임;엄연한 불법임)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서 플레이 했었고(나름대로의 변을 말하자면 당시에 플레이스테이션은 물론이고 그 게임 조차도 국내에서는 발매가 되지를 않았던 시절이었기에…) 2년 전 쯤에 아내와 일본여행을 갔을 때 BOOK OFF(중고 책, 음반, 게임 판매 체인)에서 중고품 <제노기어스>를 발견하고 500엔(당시 환율로 약 5,000원 그러고 보니 8년 전에 구입했던 서민 CD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서 가지고 있었기에 마음 단단히 먹고 8년 전의 감동을 되살려 보고자 <제노기어스>를 플레이 하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약 100시간을 투자해서 완벽하게 플레이 했고 지난 1월 16일 대망의 엔딩을 보았습니다. 언젠가 나름대로 <제노기어스>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 해보자고 생각한지 8년 만에 그리고 두 번째 클리어의 감동을 만끽한지 2개월이 지나서야 키보드를 들게 된 것이 한 없이 게으른 나의 성격과 어쩔 수 없는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c)1998, SQUARE / 株式會社 スクウェア / ゼノギアス
발매 당시로서는 경이로울 수 밖에 없었던 아름다운 3D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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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자(아발)은 지상인(람즈)를 관리통제하고 그 생사여탈의 권리를 갖는다.-

(c)1998, SQUARE / 株式會社 スクウェア / ゼノギアス
-전신이 화염에 휩싸인 거인과 피의 계약을 맺은 왕 파티마 1세다.-

<제노기어스>는 방대한 이야기 입니다. 인류의 과거와 미래 그리고 그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 군상들 5,000년에 걸친 죽음과 환생 그리고 사랑, 테크놀로지가 이제는 생사여탈을 관장하는 신의 영역을 넘어 버린 그런 세상의 이야기 그리고 종교와 믿음의 초라한 단면 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면서도 뛰어난 게임성과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플레이어를 빠져들게 하는 매력만점의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류가 어머니의 별 지구를 떠나 먼 항성계로의 여정에 오른 미래, 이민 우주선에 탑재된 두 개의 가공할 기술이 사건의 발단이 됩니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미지의 적을 발견하면 자체적으로 판단해 별 하나 쯤은 손 쉽게 날려 버릴 수 있도록 설계된 대행성 공격 무기 “데우스”와 “데우스”에 무한한 동력을 제공하는 생체 동력 수퍼 컴퓨터 “조할”의 만남이 비극의 시작이지요. “데우스”기동의 첫 실험일, 조할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에너지를 우주로부터 끌어들여 “데우스”에 주입하면서 예상치 못한 무엇인가가 “데우스” 안에 갇혀 버리게 됩니다. 자신이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려는 그 무엇은 자신을 가둔 우주선의 인간을 공격 하게 되고 대행성 공격 무기 “데우스”에 의해 격침된 이민선은 우주의 어느 곳, 어떤 행성에 침몰하게 되지요. 슈퍼컴퓨터 “조할”은 자멸을 막기 위해 “데우스”와 분리되면서 스스로를 복제한 후손을 남기게 됩니다. 후손은 여성의 모습으로 어머니로서의 “조할”과 무기로서의 “데우스”의 특성을 가지게 되는데 이 여성이 불시착한 행성에 새로운 인류를 만들어 내면서 게임이 시작됩니다.

(c)1998, SQUARE / 株式會社 スクウェア / ゼノギアス
거대로봇(기어)로 벌이는 대전격투기 미니게임 "배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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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공학......나노테크놀러지 창세의 땅, 제보임문명의 수도가 아크비의 해저에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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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 하면 튀어나오는 만물상 "빅죠" 만화 내일의 죠의 야부키 죠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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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꿈은, 나를 바꾸어 놓았다... 그 꿈 덕분에 나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낸 듯 한 느낌이 든다.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길고 긴 꿈의 기억... 그것은 혼의 기억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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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불타는 미니게임 카드 맞추기, 중독성이 장난이 아닌...

“조할”이 만들어 낸 어머니로서의 여성 “에리”와 우주 이민선의 유일한 생존자 “칸”의 5,000년에 걸친 만남과 이별, 죽음과 환생이 거듭되면서 이어진 이야기는 그들의 다섯 번째 삶에 그 마침표를 찍게 되는데 그래서 <제노기어스>의 원제목은 < Xenogears Episode V >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을 견디지 못해 생체기술로 수천 년을 살아가며 신이 되고자 했던 남자 “라칸”, 역시 같은 여자를 사랑했지만 죽음 앞에 무력한 자신을 증오하며 육체를 바꿔가며 수천 년을 살아 남아 궁극의 힘을 얻어 세상을 파멸 시키려 했던 “그라프”, 몇 개의 인격 속에 숨어 자신을 속이고 도망하려 했던 “페이”, 그 “페이”의 인격 속에 숨어 있는 그녀가 사랑했던 태초의 남자 “칸” 그리고 이 모든 사랑 싸움에 한 복판에 서있는 어머니 “에리”는 신화와 전설, 역사와 전쟁이란 파란만장한 세월 속에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하는 아름답고 애절한 그러면서도 매력만점의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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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깊은 곳에서 우리는 이상한 모양의 물체를 보았다. 갇혀진, 이곳 저곳이 석화된 그로테스크한 생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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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야 말로 신의 지혜의 원천 "라젤의 나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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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어머니 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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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보스 "데우스"와의 불타는 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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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동존재와의 만남 그리고 그 너머의 세상은?

기본적으로 <제노기어스>의 필드는 3D 그래픽스로 캐릭터는 2D 그래픽스로 만들어져 있지만 자세히 보면 캐릭터들도 입체감을 가지기 위해 몇 장의 2D 이미지를 몇 겹으로 겹쳐 놓아 미술팀이 얼마나 힘든 과정을 겪었는지 실감케 해줍니다. 박진감 넘치는 전투 시스템이나 아기자기한 퍼즐들, 그리고 배틀링과 카드게임으로 양분되는 미니게임들은 게임의 재미를 더욱 배가 시키는 동기를 부여합니다. 비록 두 번째 디스크에서는 많은 부분들이 생략된 채 독백으로 일관하는 <카마이들의 밤> 혹은 <오토기리소우>같은 사운드 노블이 되어 버렸지만 이러한 약점이 어떻게 보면 이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여운을 남긴 것이 아닐까 합니다. 플레이스테이션2 시절에 와서 <제노기어스>는 <제노사가>란 이름으로 타이틀을 바꾸고 3부작으로 탈바꿈 한 채 “에리”와 “칸” 이전에 인류의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지만 아직 완결이 되지 않은 터라 그 이야기의 진면목을 찾기는 힘들 듯 합니다.

(c)1998, SQUARE / 株式會社 スクウェア / ゼノギアス

이제는 명곡이 되어버린 주제가 “Small Two of Peaces”가 흐르며 엔딩 스크롤이 올라갈 때의 찡한 여운… 그 여운이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의 기억 속에 남아 다시금 <제노기어스>의 세상에 뛰어들게 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간혹 시간이 날 때 마다 에닉스(現스퀘어 에닉스>사의 RPG게임 <스타오션 세컨드 스토리>를 진행 중인데, 발매 당시 호평에도 불구하고 플레이 해 보지 못했던 것이 한으로 남아 발매된지 8년이나 지나버린 추억의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게임은 나에게 어떤 존재일까? 그 해답을 이야기 하기엔 내가 아직 너무 어린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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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1 20:03 2006/03/2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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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wc 님의 글입니다.

    저도 한때 무척이나 빠져있던 게임이였죠... 스토리가 굉장히 좋았던 게임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그땐 그래픽도 높은 점수를 주었죠.... PS게임중 마지막으로 하고 군대갔던.. 게임..
    PS2에 제노사가를 살짝 꺼내서 해봐야겠네요~ ㅋ

  2. edgar 님의 글입니다.

    저도 글쓴님과 마찬가지로 어렸을 때 부터 꼭 다시 해봐야지 했던 게임이 제노기어슨데 어른이 되서야 다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 akane 님의 댓글입니다.
      2012/03/10 20:25 고유 링크 수정/삭제

      오래된 글에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노기어스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입니다. 기회 되는 데로 제노사가에 도전해 보려고 하는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판을 벌리기가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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