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terfly Kiss 21

東宝 특촬영화 DVD 컬렉션 4/6

2011/04/26 23:20 영화일기/DVD

31. 고지라VS모스라 (ゴジラVSモス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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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라VS모스라 ゴジラVSモスラ | 1992년, 일본
오가와라 다카오 大河原孝夫 감독

나고야와 요코하마를 무대로 벌어지는 전형적인 괴수 배틀 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고지라와 함께 때로는 동료로 때로는 적으로 등장하는 뼈대있는 괴수 모스라와 모스라의 숙적으로 묘사된 신인 괴수 배틀러와의 삼각 매치를 그리고 있는 영화는 사실 상 지루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고지라 시리즈의 기본적인 네러티브가 엉망이라는 점은 충분히 숙지하고 있지만서도 특촬 부분의 박진감이 떨어지며 나방들이 들러 붙어 싸움을 벌이는 것이 그닥 아름다워 보이지는 않더군요. 모스라 시리즈에 반드시 등장하는 인판트 섬 주민들이나 소미인의 모습도 과거 시리즈에 비추어 볼 때 퇴행된 모습을 보여 준 것도 아쉬웠습니다. 본 작은 십오륙년전 티비 방영 때 처음 보았는데, 세월이 흘러 다시 보아도 그 때의 부족함(?)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일작이었습니다.

32. 우주대괴수 도고라 (宇宙大怪獣ドゴ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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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대괴수 도고라 宇宙大怪獣ドゴラ | 1964년, 일본
혼다 이시로 本多猪四郎 감독

이 영화는 좀 댕했다는 표현이 걸맞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토호의 특촬영화는 크게 고지라물과 변형인간물 그리고 SF특촬물로 삼분화 되어 있는데 본 작은 그 어느 영역에도 해당되지 않을 뿐아니라 향 후 시리즈 물로 이어지지 않고 단명한 뜬금 없는 괴수 영화 중 하나 였습니다. 토호 특촬 최초의 우주 괴수물이란 점에선 의미가 크지만 괴수의 등장이 영화 후반에나 이루어 지며 등장하자 마자 영화가 끝나 버리는 아흐트랄한 전개는 참으로 그로테스크 하게 느껴 졌습니다. 해파리를 연상케 하는 도고라의 디자인이나 등장 시 밀려오는 먹구름 같은 특수효과에서 "쓰브라야 에이지"의 숨결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시간에 쫓긴 듯, 엉성하게 만들어 졌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습니다.

33. 고지라VS메카고지라 (ゴジラVSメカゴジ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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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라VS메카고지라 ゴジラVSメカゴジラ | 1993년, 일본
오가와라 다카오 大河原孝夫 감독

쇼와 고지라 시리즈에서 처음 등장하여 팬들로 부터 각광 받았던 메카 고지라가 헤이세이 고지라에서는 특수 부대 G-Force의 대 고지라 병기로 부활한 점이 이색적이었습니다. 기본적인 영화의 골격은 고지라와 대 고지라 병기로 특수 제작된 메카 고지라가 치바의 광산에서 일전을 벌이고 고지라는 실컷 두들겨 부신 후 유유히 떠나간다는 내용이지만 다른 한쪽으로는 고지라의 원류라 할 수 있는 고지라사우루스의 새끼인 베이비 고지라를 등장시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또 하나의 드라마를 선보인 점이 알쏭달쏭 합니다. 전반적으로 장난감 병정 같은 G-Force의 분위기는 최정예 특수부대라는 설정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엉성했으며 메카고지라의 디자인이나 전투 장면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수준이었습니다.

34. 혹성대전쟁 (惑星大戦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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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대전쟁 惑星大戦争 | 1977년, 일본
후쿠다 쥰 福田純 감독

이 영화는 다음의 링크를 참고 하세요.
혹성대전쟁 / 惑星大戦争

35. 괴수섬의 결전 고지라의 아들
(怪獣島の決戦 ゴジラの息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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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섬의 결전 고지라의 아들 怪獣島の決戦 ゴジラの息子 | 1967년, 일본
후쿠다 쥰 福田純 감독

기상 실험을 위해 남해의 무인도로 파견된 사립 연구소의 연구원들이 목격하는 고지라 생태계의 아름다운(?)모습을 그린 싸비스 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기상실험과 괴수라는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를 갈무리한 영화는 고지라의 적자라 일컬어 지는 미니라의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괌 로케로 진행된 실사 파트의 완성도는 그럭저럭 낙제점을 면하기는 했지만 유일한 여성 등장인물이기도 한 여주인공 "사에코"의 외모는 참으로 거시기하네요. 사마귀 괴수 카마키라스가 고지라의 카운터파트로 등장하며 기상실험 실패로 인한 이상기온과 날뛰는 괴수들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결국 기상실험에 성공하는 연구원들의 모습이 참으로 눈물겨웠습니다. 인공 강설로 함박눈이 펑펑 쏫아지는 열대섬에서 자신의 아들인 미니라를 꼭 껴앉고 동사(?)해 가는 고지라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36. 고지라VS스페이스 고지라 (ゴジラVSスペースゴジ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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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라VS스페이스 고지라 ゴジラVSスペースゴジラ | 1994년, 일본
야마시타 켄쇼우 山下賢章 감독

우주괴수 도고라와 같은 우주괴수물도 있지만 고지라의 DNA가 우주로 날아가 블랙홀을 타고 미지의 세계로 사라진 뒤 우주 미생물과 결합하여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찾아온 스페이스 고리자의 설정 및 모습은 엽기 그 자체였습니다. 그 비둔한 몸매와 수정 바늘로 장식된 외모는 포악하다기 보다는 애처럽게 느껴졌을 정도 였습니다. 거두 절미하고 영화의 후반 20 여분에 달하는 고지라와 스페이스 고지라의 액션 장면은 볼 만한 수준입니다. 도시 하나를 완전히 잿더미로 만드는 사투 끝에 간신히 승리를 거둔 고지라의 모습 또한 인상적입니다. 현란하게 때려 부수는 특촬 액션 장면은 볼만 하지만 그 외의 전개에는 그다지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던 것이 아쉬운 일작이었습니다.

37. 일본탄생 (日本誕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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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탄생 日本誕生 | 1959년, 일본
이나가키 히로시 稲垣浩 감독

당시 최고의 배우였던 "미후네 도시로"를 기용하고 일본영화 최초로 Versatile Process라는 컬러 시네마 스코프 합성기술을 도입하여 일본영화 기술상을 수상하기도 한 <일본탄생>은 3시간이 넘는 긴 상영시간을 통해 일본의 건국 신화를 몇 개의 굵직 굵직한 에피소드로 나누어 보여줍니다. 원래 일본 역사나 건국 신화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은 지루했습니다. 전형적인 어린이 국사 교육 영화의 분위기가 물씬 하지만 토호 특촬의 아버지라 불리는 "쓰브라야 에이지"의 전성기 시절의 특수효과와 "구보 아키라", "히라다 아키히코" 등 토호 특촬 영화 단골 출연진의 등장은 눈여겨 볼 만 합니다.

38. 고지라 대 해도라 (ゴジラ対ヘド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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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라 대 해도라 ゴジラ対ヘドラ | 1971년, 일본
반노 요시미쓰 坂野義光 감독

암울하고 그로테스크 하며 전위적인 아방가르드 고지라 무비의 등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파격적인 설정, 등장 인물들의 엽기적인 행동,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듯 한 공해괴수의 등장은 기존의 고지라 영화에 익숙한 팬들에게 조차 충격으로 다가가지 않았을 까 합니다. 고지라의 상대 괴수 중 가희 최강이라 할 수 있는 헤도라는 바다, 육지, 하늘을 나는 3단 변신과 온갖 악취를 뿜는 가스, 액체 등의 공격으로 고지라를 그로기 상태까지 몰아갑니다. 실험적이며 감각적인 화면과 편집이 돋보이며, 음산한 분위기와 염세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영화적 설정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공해괴수 헤도라의 그 지저분한 모습에 조금은 비위가 상하기도 했던 일작이었습니다.

39. 고지라VS디스트로이어 (ゴジラVSデストロイ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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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라VS디스트로이어 ゴジラVSデストロイア | 1995년, 일본
오가와라 다카오 大河原孝夫 감독

1954년 공개된 초대 고지라에 대한 오마쥬가 가득한 헤이세이 고지라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본 작 공개 후 고지라 시리즈는 4년 간 휴지기를 가진 후 1999년 <고지라 2000 밀레니엄>으로 밀레니엄 고지라 시리즈로 다시 돌아 옵니다. 초대 고지라 영화에 대한 오마쥬 뿐 아니라 <에이리언2> , <터미네이터2>, <쥬라기 공원>의 엄청난 패러디가 등장하는 황당무개한 설정에 잠시 움찔하기도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특촬의 레벨이 높으며 전투신이 화려합니다.1984년 <고지라>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헤이세이 고지라 시리즈의 원점이된 <고지라VS비오란데>로 부터 계속 되어진 하나의 세계관이 종말을 고하는 조금 아련한 영화로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40. 세계대전쟁 (世界大戦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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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전쟁 世界大戦争 | 1961년, 일본
후루사와 켄고 古澤憲吾 감독

한국전쟁 이후 시작된 냉전의 사회적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기 시작한 60년대 초반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으로 얼룩진 세계 전쟁이 발발되는 과정을 그린 염세적인 영화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는 연합국과 동맹국으로 구분된 두 세력이 핵전쟁에 이르는 과정과 더불어 일본에 거주하는 외신 기자들의 운전사로 일하는 중년 남성의 가족사에 그 시점을 고정합니다. <모스라 대 고지라>, <삼대괴수 지구최대의 결전>의 히로인인 "호시 유리코"의 앳된 모습을 다시 만나 볼 수 있었던 영화이며 <고지라>시리즈의 단골 손님은 "다카라타 아키라"의 젊은 모습도 정겨웠습니다. 이 할머니, 할아버지는 두 분 모두 한국계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한국계이건 아니건 그건 전혀 상관 없는 그런 일 지만 서도요.

3번째 포스트에서 어영부영 또 5개월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간 일본 동북부에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해 한동안 정상적인 DVD 입수가 어려워졌던 적도 있습니다. 2년 전인 2009년 말 시작된 특촬영화 컬렉션이 이제 그 종점을 향해 달려가는 시점에 내 년 초에 종료될 남은 15편의 시리즈에게 다시 한번 기대를 걸어 봅니다. 이미 41번째 시리즈인 <고리자x메카 고지라>는 발매가 이루어 졌지만 서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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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6 23:20 2011/04/26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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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宝 특촬영화 DVD 컬렉션 3/6

2010/11/18 10:10 영화일기/DVD
21. 대괴수 바란 (大怪獣バラ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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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괴수 바란 大怪獣バラン | 1958년, 일본
혼다 이시로 本多猪四郎 감독

이 역시 또 한편의 풋풋한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토후쿠東北지방의 울창한 삼림 속에 위치한 아름다운 호수에서 편한한 삶을 영위하고 있던 바란을 들쑤셔 재앙을 초래한 과학자들과 방위청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날다람쥐 괴수라는 특이한 설정 때문인지 나무와 나무사이를 초음속(?)으로 활공하는 모습이 어처구니 없어 보이기도 했으며 본 편을 마지막으로 주연급 괴수 자격을 박탈 당하고 이 후 <괴수총진격怪獣総進撃>과 <고지라 파이널 워즈ゴジラ ファイナル ウォ―ズ>에 단역출연이라는 아쉬운 족적을 남긴 바란의 인생여정에 아쉬움이 많았던 일작이었습니다. 토호 특촬영화의 마지막 흑백 필름으로 아련한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니다.

22. 위도 제로 대작전 (緯度0大作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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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도 제로 대작전 緯度0大作戦 | 1969년, 일본/미국
혼다 이시로 本多猪四郎 감독

"안노 히데아키庵野秀明"의 TV시리즈 애니메이션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ふしぎな海のナディア>를 주위 깊게 보신 분들이라면 본작에 등장하는 알파호アルファ号나 흑상어호黒鮫号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에 등장하는 만능잠수함 노틸러스의 원형이 된 "맥킨지함장"의 알파호(하늘을 날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특촬팬들의 기억 속에 또렷히 각인되어 있는 악의 과학자 "마리크박사"의 흑상어호의 디자인은 4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니까요. "쥘 베른Jules Verne"의 공상과학 소설 <해저 2만리Vingt mille lieues sous les mers>를 원안으로 온갖 기괴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는 그 의욕만큼이나 강인한 콘텐츠를 보여주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합니다. 사자의 머리에 독수리의 날개, 인간의 뇌가 이식된 그리폰グリフォン의 모습이나 박쥐인간コウモリ人間, 거대 식인 쥐大ネズミ(정부로 부터 고소 당할까 두렵습니다.) 등 인상적인 몬스터의 모습도 볼거리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제작 당시 있었던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건 때문에 토호는 이 작품 이후로 미국과의 합작영화는 절대로 제작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23. 고지라 파이널 워즈 (ゴジラ ファイナル ウォ―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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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라 파이널 워즈 ゴジラ ファイナル ウォ―ズ | 2004년, 일본
키타무라 류헤이 北村龍平 감독

제 3기 고지라 시리즈(일명 밀레니엄 시리즈)의 6번 째 작품이자 현재까지 고지라 시리즈의 최종작으로 본 작 이후 6년 간 새로운 고지라 시리즈는 제작되지 않고 있습니다. 고지라 탄생 50 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고지라 파이널 워즈>에는 그 때 까지 가장 많은 괴수가 등장했던 <괴수총진격>을 능가하는 15두의 괴수 뿐 아니라 X성인X星人, 우주전함 고우텐轟天号에 이르기 까지 토호 특촬 영화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요소들이 두루 등장합니다. 전통적인 일본의 특촬과 할리우드 스타일의 CGI가 혼용된 특수기술의 수준은 상당하지만 전반적으로 영화적 완성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 수준입니다. 역시 고지라의 최대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가이강ガイガン과 킹기도라キングギドラ가 그 화려한 마지막 결전에 투입되며 현란한(?) 무술액션을 선보이는 뮤턴트 군단과 X성인들의 싸움이 다채롭게 그려집니다. 영화 초입에 등장하는 <혼다 이시로本多猪四郎, 쓰부라야 에이지円谷英二, 다나카 토모유키田中友幸에게 헌정한다.>라는 글귀에 만감이 교차했던 일작이었습니다.

24. 메카 고지라의 역습 (メカゴジラの逆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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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 고지라의 역습 メカゴジラの逆襲 | 1975년, 일본
혼다 이시로 本多猪四郎 감독

고지라 시리즈의 정신적 지주라 할 수 있는 "혼다 이시로"감독의 은퇴작으로 혼다 감독은 이 후 "구로사와 아키라黒澤明"감독의 <카게무샤影武者>, <란>, <8월의 광시곡八月の狂詩曲> 등의 영화에 조연출로 마지막 영화 인생을 불사르게 됩니다. 전작인 <고지라 대 메카 고지라ゴジラ対メカゴジラ>를 통해 큰 인기를 얻은 메카 고지라의 러닝 메이트로 해저괴수 치타노 사우르스チタノザウルス가 등장하는데, 이 치타노 사우르스의 등장 장면은 이후 "오시이 마모루押井守"감독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기동경찰 패트레이버/4억 5천 만년의 함정機動警察パトレイバー/4億5千万年の罠>편에 제대로 패러디 되기도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평이한 구성에 심심한 영화로 본 작 이후에 9년간 고지라 시리즈가 제작되지 않도록 한 일등공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질적인 쇼와昭和 고지라의 마지막 작품인 본 작 이후 고지라 시리즈는 헤이세이平成 고지라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25. 고지라 대 비오란테 (ゴジラVSビオラン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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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라 대 비오란테 ゴジラVSビオランテ | 1989년, 일본
오모리 카즈키 大森一樹 감독

어정쩡한 위치에 있었던 1984년작 <고지라>의 후속작으로 헤이세이 원년 개봉한 본격적인 헤이세이 고지라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본 작에는 식물괴수라는 특이한 설정의 비오란테가 등장하는데 이전 작인 '84년판 <고지라>에서 고지라가 쓰러진 신쥬쿠新宿 도심에서 획득(?)한 고지라의 세포를 장미에 융합시킨 모양세의 이 듣보잡 괴수에게 고지라가 상당히 고전을 면치 못한 점이 이색적입니다. 당시 막 주목받기 시작한 바이오 테크놀러지란 신 기술에 대한 동경과 고지라라는 전통적인 상징성이 결합하여 몸부림을 쳐보기는 했지만 영화적으로는 그다지 명쾌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자위대의 초병기 슈퍼-X2スーパーX2의 모습이나 장미에서 괴수로 변해가는 비오란테의 변이 과정이 조금은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26. 킹콩의 역습 (キングコングの逆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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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콩의 역습 キングコングの逆襲 | 1967년, 일본
혼다 이시로 本多猪四郎 감독

1962년 작인 <킹콩 대 고지라キングコング対ゴジラ>의 후속작으로 등장한 <킹콩의 역습>은 남극 기지의 위용과 기계화된 킹콩인 메카니 콩メカニコング의 멋진 디자인을 제외하면 속빈 강정 같은 영화였습니다. 할리우드의 오리지널 킹콩을 답습 하듯 여자 주인공을 납치하여 도쿄 타워에 기어오르는 킹콩의 모습과 타워에서 킹콩과 일전을 벌이다 추락사 한 메카니 콩의 모습이 원전에 대한 오마쥬 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전 작인 <킹콩 대 고지라>가 조금은 코믹한 느낌이라면 본 작인 <킹콩의 역습>은 보다 음산한 느낌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킹콩의 카운터 파트로 등장한 고로 사우르스ゴロザウルス는 고지라 시리즈를 통털어 가장 비극적인 괴수가 아니었나 합니다. 킹콩에게 얻어터지기 위해 등장한 고로 사우르스는 훗날 <괴수총진격>, <고지라 파이널 워즈>등의 괴수 선물 세트에 수 초가량 등장하기도 합니다.

27. 고지라 모스라 킹기도라 대괴수 총공격 (ゴジラ.モスラ.キングギドラ 大怪獣総攻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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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라 모스라 킹기도라 대괴수 총공격 ゴジラ.モスラ.キングギドラ 大怪獣総攻撃 | 2001년, 일본
카네코 슈스케 金子修介 감독

헤이세이 가메라ガメラ 시리즈로 잘 알려진 "카네코 슈스케"가 메가폰을 잡은 이색적인 고지라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수십 년간 악역으로 고지라와 대결해 온 킹기도라가 본작에서는 신적인 영물인 "천년용왕千年竜王"의 모습으로 그려지며 전통의 괴수왕 고지라는 눈이 뒤집어 진 채 악역으로 등장하여 킹기도라, 모스라 연합군과 대결하게 됩니다. 상당히 의외의 전개를 보여주는 일작으로 고지라 시리즈의 정통성을 부여 받기에는 조금 엇나간 면이 없지는 않으나 특촬의 수준이나 영화적 구성은 나름 괜찮은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 작의 감독인 "카네코 슈스케"는 고지라/가메라 양대 괴수영화의 감독을 맡은 현존하는 유일한 감독이라고 합니다.

28. 고지라 대 킹기도라 (ゴジラVSキングギド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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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라 대 킹기도라 ゴジラVSキングギドラ | 1991년, 일본
오모리 카즈키 大森一樹 감독

이 영화는 조금 (많이)웃겼습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TV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のだめカンタービレ>에서 부채선생 역으로 등장했던 "토요하라 코스케豊原功補"가 본 작의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젊고 댄디한 이미지로 어필하는 배우였는데 몸도 어느정도 만들었는지 웃장을 깐(?) 장면도 간혹 등장합니다. <노다메>의 부채선생의 이미지 때문에 이런 장면이 나올 때 마다 폭소를 참기 힘들더군요. 타임머신을 타고 온 미래의 인류가 2차 세계 대전 당시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힘 없는)고지라 사우르스를 말살하고 자신들이 조종하는 괴수인 킹기도라로 일본을 멸망 시키려는 계획을 저지한다는 도라에몽ドラえもん 스러운 줄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미 해군 중에 스필버그의 아버지가 있어 자신이 목격한 타임머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아들에게 들려준다는 개그스러운 설정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29. 고지라 에비라 모스라 남해의 대결투 (ゴジラ.エビラ.モスラ 南海の大決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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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라 에비라 모스라 남해의 대결투 ゴジラ.エビラ.モスラ 南海の大決闘 | 1966년, 일본
후쿠다 쥰 福田純 감독

개인적으로 고지라 시리즈에 등장하는 괴수 중 가장 맛(?)있어 보이는 새우 괴수 에비라의 데뷔작입니다. 영화 도입부에 당시 일본에서 유행했던 랠리 댄스 대회 장면이 대단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본 작에는 내가 가장 재미있어 하는 고지라 시리즈 아이템인 인판트섬 주민들이 등장하는데 수수께끼의 군사 조직인 "아카이다케赤イ竹"로 부터 연행되어 강제 노동에 동원되는 모습이 아흐트랄 합니다. 물론 고향의 인판트 섬 주민들은 속절 없이 절 만 해대고요. 모스라 시리즈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소미인 역이 기존의 "피넛츠"에서 "페어 밤비ペア・バンビ"로 변경되었습니다. 외모는 오리지널에 비해 더 나을 것이 없기는 하지만서도요.

30. 에스파이 (エスパ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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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이 エスパイ | 1974년, 일본
후쿠다 쥰 福田純 감독

일본에서는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SF작가 "고마쓰 사쿄小松左京"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가면라이다仮面ライダー>로 유명한 "후지오카 히로시藤岡弘"가 주인공 "다무라 요시오田村良夫"로 출연하며 육체파 배우로 잘 알려진 "유미 카오루由美かおる"가 다무라의 연인 "마리아 하라다マリア原田"를 연기합니다. 제목인 에스파이는 초능력자를 뜻하는 에스퍼와 스파이의 융합어지만 실제로 영화에서 에스파이들의 주된 임무는 요인 경호에 가깝습니다. 영화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테러를 자행하는 초능력자 집단인 역 에스파이의 요인 암살음모를 저지하는 에스파이들의 활약 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스위스, 터키, 프랑스 등 화려한 해외 로케와 당시 24세였던 "유미 카오루"의 슴가를 감상할 수 있는 토호 특촬영화 역사 상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초 울트라 서비스 작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액셕과 로맨스 그리고 SF적 요소가 적절히 섞어 있기는 하지만 영화 자체는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2009년 9월 제 1권이 발행 된 이후 2010년 11월 제 30권이 발행되기 까지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총 55권으로 예정된 컬렉션의 일정상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는 기분입니다. 아마도 내 년 이맘 때가 되어 최종권을 손에 잡는 순간,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해 버렸을 나의 모습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지금으로 부터 30년 전인 1980년, 능력개발사에서 일본의 "SF괴수와 우주전함"이란 어린이 용 문고본을 불법 복제하여 국내에 출간한 "우주전쟁대백과"로 시작된 특촬영화에 대한 동경, 그리움 그리고 그 실존에 대한 일련의 과정이 이번 DVD컬렉션을 통해 조금씩 모양세를 갖추어 가는 느낌입니다. 아직까지 출시가 되지 않은 몇편의 쇼와 고지라 시리즈, 토호의 변형인간 시리즈, 고지라 밀레니엄 시리즈 등의 라인업에 다시 한번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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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18 10:10 2010/11/1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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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몇장 / 2010년 10월 26일

2010/10/26 23:39 음악감상/Jazz

이미 너무 추워져 버리기는 했지만 가을입니다. 음악을 듣기에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지요. 여유시간이 생기면 그간 틈틈히 모아놓은 음반 중 한 장을 걸어 놓고 하염 없이 멍 때리던 경우도 잦았습니다. 어쩐지 삶이 지루해 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음악을 많이 듣기는 한다지만 가수 이름이나 음악사, 빌보드 이런 쪽으로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길을 걷다가 혹은 까페에서라도 알고 있는 음악이 들려오면 누가, 언제 연주(혹은 노래)한 어떤 곡인지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하건데 그간 틈틈히 모아놓은 음반이 천여장에 육박하면서도 그 쪽 방면으로는 잼뱅이 아닐 수 없는 것이 나란 인간의 기본 나가리가 아닐까 합니다. 가수이름, 노래 제목 암기는 음악을 즐기는 것과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필요충분 조건은 아니라는 것이 막연한 나만의 신념이 되어 버린지도 오래되었습니다.

음악감상이란 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취미생활이라는 것(언젠가 어떤 분이 그러시더군요. 쇼파에서 시작해서 쇼파에서 끝나는 취미라고)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있지만서도 내가 듣고 다니는 가락들이 TV나 라디오에서는 잘 들을 수 없는 것들인지라 근자에 접했던 음반 중 몇 장을 추려서 몇 자 적어 봅니다.


Love Standards(PCCY-30114, PONY CANYON) / 石原江里子 /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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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거주 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겸 재즈보컬인 "이시하라 에리코"의 첫 번 째 스탠더드 앨범으로 무난하게 선별된 스탠더드 넘버 10곡에 오리지널 넘버 4곡을 더한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보컬이 깔끔하기는 하지만 강단이 느껴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조금은 들척지근한 느낌을 풍기는 것이 나같은 아저씨들이 다가가기엔 너무 닭살 스러운 면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무대가 그다지 넓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각 악기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갈무리한 녹음이 인상적이며 자켓에서 보여지는 늦가을 풍경이 요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편안하게 청취할 수 있는 BGM 성격의 음반이었습니다.

Barbara Lea with the Johnny Windhurst Quintets(OJCCD-1713-2, Prestige) / Barbara Lea / 1991
Barbara Lea with the Johnny Windhurst Quintets
CD가 발매된 것은 1991년 이지만 원래 이 음반은 1957년 "바바리 리"가 프리스티지 레이블에서 녹음한 첫 번째 앨범을 디지털로 리마스터 한 것 입니다. 모노녹음입니다. 뉴올리언스 재즈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바바리 리"의 악센트가 매우 극적인데 가사의 내용에 따라 미묘하게 변하는 뉘앙스가 일품입니다. 매끄럽지는 않지만 힘있고 풍성한 마스터링 역시 인상적이었습니다. "바바라 리"는 여든이 넘은 현재 까지도 현역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클래시컬한 멋이 물씬 풍기는 썩 괜찮은 음반이었습니다.

Swing Swing Swing(CCD-4882-2, Concord) / Keely Smith / 2000
Swing Swing Swing
70에 가까운 나이에, 더욱이 15년이 넘도록 특별히 앨범 작업이 없었던 "켈리 스미스"가 오랜 침묵을 깨고 1999년 할리우드의 캐피톨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앨범 <Swing Swing Swing>은 진정한 보컬의 힘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반만을 들어서는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저돌적이며 울퉁불퉁한 근육의 질감이 느껴지는 "켈리 스미스"의 보컬은 스윙 스탠더드의 대표작 16곡을 숨도 쉬지 않고 휘두룹니다. 스테이지가 넓고 정위감이 뛰어난 녹음과 굵고 힘있는 보컬이 인상 깊었던 음반이었습니다.

White Trash Girl(RUF1084, RUF) / Candye Kane / 2005
White Trash Girl
앨범 자켓만을 보면 애니메이션 영화의 OST 혹은 힙합 앨범으로 착각하기 쉽겠으나 블루스 음반입니다. 샌디에고 출신의 블루스 싱어(겸 영화배우) "캔디 케인"의 걸쭉한 목소리가 고속 피아노 건반위를 거침 없이 내달립니다. 상당히 스타일리쉬하면서도 공격적인 것이 외향적이인 성격의 보컬의 성향을 그대로 드러낸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수록된 14개의 넘버 중 9개의 넘버를 "캔디 케인" 스스로가 작곡하거나 편곡했을 정도로 자신감에 가득찬 모습 또한 엿볼 수 있습니다. 꽉 막힌 듯한 일상에 마주했을 때 미치도록 소리치며 달려 볼 수 있을 법한 음반입니다. 일렉트릭 블루스와 부기가 어우러진 흥겨운 넘버가 가득하니까요.

Shiny Stockings(ENJ-9317 2, ENJA) / Jenny Evans / 1997
Shiny Stockings
이 앨범의 타이틀 곡인 "Shiny Stockings"는 십 수년전 국내 오디오파일 사이에 화제가 되었던 XLO사의 Test and Burn-in CD의 데몬스트레이션 곡으로 수록되어 빅 밴드 스윙의 화려함을 레퍼런스급 녹음으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기도 했었지요. ENJA 레이블의 간판 보컬이라 할 수 있는 "제니 에반스"의 1997년 녹음인 Shiny Stockings는 원숙미 넘치는 유연한 보컬과 윤기가 반짝거리는 듯 한 브라스의 금속질감이 상쾌하게 들려 옵니다. 베이스가 지나치게 둔탁하지 않으면서도 묵직한 중량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며 코넷의 뻣침이 그다지 공격적이지 않습니다. 보컬은 너무 느슨하지도 그렇다고해서 너무 빡빡하지 않은 적당한 텐션을 들려 줍니다. 개인적으로도 꽤 괜찮은 음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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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26 23:39 2010/10/26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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