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terfly Kiss 21

Handmade Nikon MC-31

2009/08/25 15:20 mono(物)/카메라
요즘에는 디지털 사진 파일에 촬영 일시 뿐 아니라 각종 촬영 정보, 별매품을 사용한다면 촬영 장소의 위도 및 경도까지 함께 첨부되어 촬영 데이터를 어렵지 않게 확인해 볼 수 있지만 필름 카메라 시절에는 이러한 촬영 정보 수집을 위해 별도의 데이터백을 장착, 필름 혹은 필름의 프레임 사이에 작은 글씨로 간략한 촬영 날짜와 정보를 기록하거나 그것이 용이하지 않을 경우에는 일일히 손으로 메모하여 현상된 필름과 비교해 보며 데이터시트를 만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니콘의 일안 반사식 카메라인 F5가 발매되었던 1996년의 상황도 앞서 언급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F90, F90X, F100, F5로 구성되는 니콘 F의 5세대 카메라들은 그간 진보를 거듭해 온 전자기술과 더불어 당시로서는 최신 IT기술의 일부가 접목되었는데도 불구하고 큰 주목을 받지 못했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니콘 F5는 최대 80롤의 필름 촬영 데이터를 동시에 내부 메모리에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촬영 데이터를 확인해 보기 위해서는 별매품인 MC-31 데이터 케이블, 전자 릴리즈 겸용 혹은 MC-33 데이터 케이블과 Nikon Photo Secretary-I For F5라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지요.

발매 당시에 MC-33 과 Nikon Photo Secretary-I For F5의 가격이 4만엔대 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선뜻 구입하기에 너무나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MC-33도 Photo Secretary도 단종이 되어 신품을 구입할 곳이 없어지고 또 4~5년 전에 MC-33의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는 RS-232 시리얼 컨버터 회로가 인터넷에 떠돌면서 많은 사용자들이 MC-33을 자작하여 서드파티에서 판매되는 SoftTALK2000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촬영 데이터를 확인하거나 카메라의 커스텀 세팅을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일안반사식 은염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이 줄어 이 마저도 시들해져 버렸지만 말입니다.

나도 당시에 어떤 분의 도움으로 SoftTALK2000을 구해 6핀 마우스 선과 만능기판에 조악하게 조립한 사제 MC-33으로 몇 번 카메라에 접속하여 데이터를 확인해 본 적이 있지만 그것도 잠깐 사이에 흥미를 잃어 어딘가 던져 버리고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얼마전에 환상 속의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했었던 Nikon Photo Secretary-I For F5을 또 다시 어떤 분의 도움으로 입수하게 되고 과거의 그 자작품 MC-33을 뒤집어 찾아 보아도 어딘가로 망실되어 발견할 수 없었기에 다시 한번 예전의 인터넷 자료를 찾아 부품을 구입해 휴가 중에 다시 하나 만들게 되었습니다. 여담이지만 다 만들고 나서 인터넷에 완제품을 5,500원에 파는 곳을 발견, 다시 한번 망연자실하기는 했었지만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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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장터를 통해 니콘 F 및 D시리즈에도 사용가능한 전자 릴리즈 MC-30도 구입했습니다. MC-30의 중고가격이 3만원, 기타 다른 부속 일체 해서 배송료까지 만원 안팍으로 가격은 저렴했습니다. MC-30에서 제공되는 니콘 전용 10핀 케이블을 잘라 전자릴리즈와 데이터케이블 겸용의 MC-31을 제작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재미있는 것이 요즘 나오는 컴퓨터에는 25핀 혹은 9핀 시리얼 단자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시리얼을 USB로 변환해 주는 케이블 까지 구입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겪고 나서야 카메라를 PC에 연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다행히도 Nikon Photo Secretary-I For F5는 윈도우즈 98용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XP에서도 큰 문제 없이 작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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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카메라를 접속 시키자 아래와 같이 카메라의 아이디가 출현 합니다. 기본값은 255, 시리얼 포트만 지원해 준다면 동시에 256대의 카메라를 접속하여 제어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기존에 사용했던 SoftTALK2000은 니콘 F 5세대 계열 공용인데 비해 Photo Secretary For F5는 F5 전용 소프트웨어로 보다 정교한 제어가 가능해 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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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확인 해 본 것은 지금도 디지털 일안반사식 카메라인 니콘 D를 통해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3D RGB측광의 패턴보고, 피사체의 명암 뿐 아니라 컬러패턴까지 인식하여 최적의 노출을 찾아 낸다는 그 막강한 반사식 노출계의 패턴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상당히 그로테스크 하기는 한데 지금도 그렇고 과거에도 그러했듯이 니콘의 제품에 대한 철학은 조금 우직하고 무식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경쟁 C사는 카메라에 잔재미를 조금 많이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사석에서 우수갯소리로 혓바닥이 길다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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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 F5의 커스텀 세팅입니다. 니콘 F5는 24개 항목에 달하는 사용자 지정 옵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카메라 본체에 A, B 두개의 뱅크에 저장 시켜 놓고 필요할 때 로드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Photo Secretary를 사용하면 이 커스텀 세팅을 보다 정교하게 지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앙부 중점 측광의 측광 범위를 1mm 단위로도 조종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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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원격 제어부입니다. 카메라에 손대지 않고 개인용 컴퓨터를 통해 카메라의 모든 기능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스튜디오에서 제품 촬영 같은 정적인 촬영을 수행할 때에는 카메라를 삼각에 고정 시키고 노트북을 통해 원격 조정, 릴리즈 촬영을 할 수 있어 정교한 작업에 도움이 될 듯 합니다. 물론 필드에서야 크게 쓸 일이 없는 기능이지만 서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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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제어시 콘솔에 카메라 상태가 아래와 같이 표시됩니다. 액정 콘솔이나 뷰파인더 HUD와 비교해 큼직하고 가시성이 좋기 때문에 특수목적, 예를 들어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일주일 정도에 걸쳐 인터벌 촬영 같은 것을 수행하고자 할 때 상당히 쾌적한 환경을 마련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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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촬영 데이터에 관한 건인데, 꺼내 보니 카메라를 구입하고 지금까지 약 160롤 정도를 촬영한 것으로 되어 있더군요. 원래 사진을 많이 찍지는 않지만 내 카메라가 자동차로 치자면 이제 1,000키로도 주행하지 않은 완전 신품인 것에 즐거워 해야 할지 아쉬워 해야할지 만감이 교차합니다. 기본적인 데이터는 자동적으로 저장이 되며 기타 코멘트 부분에 특이사항을 입력할 수 있고 귀찮기는 하지만 필름을 스캔하여 BMP타입의 섬네일로 만들 경우 프리뷰 기능까지 제공하는 것으로 볼때 당시로서는 너무 앞서간 모듈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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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두 시간 정도 투자해서 만들어 놓은 시스템 치고는 색다른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사실 니콘 F는 가장 많이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좋아하는 카메라이기도 하고요. 그 동안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사용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기능들을 확인해 볼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혹시 니콘 F90, F90X, F100, F5를 사용하시는 분 중에 아직 MC-33 연계 기능을 사용해 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한번 쯤 시간을 투자해 확인을 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관련 자료는 인터넷에 많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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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5 15:20 2009/08/2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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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본 영화 #3

2009/08/20 18:33 영화일기/DVD
1. 마이크로 결사대 (Fantastic Voy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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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결사대 Fantastic Voyage | 1966년, 미국
리처드 플레이셔 Richard Fleischer 감독

지난 2006년 타계한 "리처드 플레이셔"감독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2007년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를 통한 회고전으로 극장에서 상영되기도 했던 작품으로 당대 최고의 섹스심볼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는 "라켈 웰치"가 출연 합니다. <마이크로 결사대>는 사실 일본 공개 당시의 제목이고 원제목은 빤따스틱한 여정입니다. 70, 80년대 명화극장 등을 통해 수 차례에 걸쳐 국내에 방영되기도 했던 <마이크로 결사대>는 동서냉전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던 60년대 망명 도중 뇌에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 동구권 과학자를 살리기 위해 관련 의사와 해군 장교들이 마이크로 크기로 축소된 잠수정을 타고 인체에 주입되어 종양을 제거하는 일련의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특수효과와 지금은 전설이 되어 버린 잠수정 프로테우스호의 미래지향적(?)인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전반적으로 평이한 영화이기는 하지만 공개된지 4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까지도 SF영화 애호가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셀 애니메이션과 기괴한 조명, 펄럭이는 휘장으로 연출한 인체의 모습 등 60년대의 열악한 특수효과 기술을 뛰어넘는 아이디어에 찬사를 보냅니다.

2. 마이너리티 리포트 (Minority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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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 리포트 Minority Report | 2002년, 미국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 감독


다수결의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교묘한 조소와 냉소를 보내고 있는 "필립 K 딕"의 단편 소설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스템이 총아라 할 수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화 했습니다. 국내외적으로 흥행적으로 크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다양한 특수효과를 사용한 미래 사회의 모습은 눈요기거리로 충분합니다. 기술을 맹신하며 소수의견을 묵살하고 범죄예방이란 인권침해의 소지가 만연한 미래사회의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집니다. <라이언일병 구하기>를 통해 쏠쏠한 재미를 보았던 블리치 바이패스란 현상 기법을 남용하여 화면 자체가 거칠고 말쑥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일작이었습니다.

3. 일본의 가장 긴 날 (日本のいちばん長い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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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가장 긴 날 日本のいちばん長い日 | 1967년, 일본
오카모토 키하치 岡本喜八 감독

사실 이 영화는 8.15 광복절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보았기 때문에 만감이 교차했다고 해야할까? 여하튼 그런 영화였습니다. 제 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 패색이 짙은 제국주의 일본의 마지막 24시간 (1945년 8월 14일 정오에서 1945년 8월 15일 정오까지)을 실록 형식으로 그린 <일본의 가장 긴 날>은 영화적으로 상당히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줍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붐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오시이 마모루 押井守"나 "안노 히데아키 庵野秀明"에게 지대한 영향을 준 "오카모토 키하치"감독은 대일본제국의 마지막 24시간을 섬세한 터치와 디테일을 곁들인 157분의 장대한 드라마로 선보입니다. 특히 학도병의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꾸겨 넣어진 교과서나 너덜 너덜 닳아 버린 짚신의 커트 등은 제국주의 시절 전쟁을 돌아보는 감독의 날카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종전선언(일본은 공식적으로 패전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을 앞두고 "2천만, 아니 일본 남자의 절반만 특공 시킨다면 일본은 반드시 이긴다"라는 말을 서슴치 않는 각료, 종전반대, 본토결전을 선언하는 육군 청년 장교들의 8.15 궁성 반란 사건(물론 모조리 자살로 종지부를 찍지만서도), 종전 선언을 앞두고 할복으로 생을 마감하는 육군대신 "아나미 고레치카 阿南惟幾"의 모습 보다는 지금까지도 문건의 문제성이 지적받고 있는 천황 히로히토의 "종전조서 800자"의 집필 과정에 더욱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짐은 세계의 대세와 제국의 현 상황을 감안하여 비상조치로써 시국을 수습코저 너희 신민에게 고한다. 짐은 제국정부로 하여금 미,영,소,중 4개국에 그 공동선언을 수락한다는 뜻을 통고토록 하였다" 로 시작하는 종전조서의 내용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얼마만큼 알고 있었던가 자문하게 됩니다.(흔히들 알고 있는 무조건적인 항복 이런 말은 종전조서에 나오지도 않습니다.) 히로히토의 종전조서를 통해 일본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미국의 신탁통치를 거쳐 대한민국으로 거듭난 우리는 과연 우리를 해방시킨 종전조서의 내용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요. 천황의 전쟁책임을 삭제하고 기만에 가득찬 이른바 옥음방송의 내용이 집필되는 과정에 보여지는 정치인들의 권모술수가 가희 예술의 경지에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이런저런 내용 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하루라도 빨리 전쟁을 끝내고 싶었던 연합군의 시대적 판단 아래 받아들여진 종전조서가 종전 후 5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국주의 시절의 피해자였던 우리에게 고스란히 짐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한 없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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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0 18:33 2009/08/2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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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olta Flash Meter V

2009/08/05 17:27 mono(物)/카메라
카메라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자랑거리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소풍이나 나들이 갈 때 사진관에서 몇 천원 주고 하프카메라(올림푸스 펜 EE, 요즘은 펜 F가 마이크로 포서드라는 렌즈군을 가진 디지털 카메라로 환생하여 큰 인기를 얻고 있지요.)를 빌려 24컷트 짜리 필름으로 48컷트를 찍으며 즐거워 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사진찍을 기회도 여유도 많지 않았던 시절이었지요.

그러던 것이 어찌 어찌 하다보니 이제는 누구나가 한 대 이상의 카메라를 가지고 있고 엄청난 양의 사진이 쏫아져 나오는 세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필름이 필요 없고 사진을 찍으면 그자리에서 바로 바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는 담뱃갑 보다는 작은 최신형 디지털 카메라는 물론이고 휴대용 전화기에도 카메라가 부착되어 있어 언제 어디서나 사진을 찍고자 마음 먹으면 바로 실행에 옮기고 그 자리에서 사진을 볼 수 있는 그런 세상 말입니다. 특히나 예전에는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생각되었던 일안반사식 카메라를 (왜 꼭 어깨에 메고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어깨에 메고 다니는 아가씨들을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싸이월드로 대표되는 SNS형 웹로그 시스템의 대표적인 아이템이라 할 수 있는 자랑질에는 이런 카메라들이 없어서는 안될 필수 요소가 아닐런지요. 특히 식당에서는 음식이 나오면 먹기 전에 카메라로 요리의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반드시 목격하게 됩니다.

자, 그럼 자랑질(taking photo)과는 별도로 사진을 만드는 작업(making photo)를 생각해 봅시다. 개인적으로 사진을 만드는 작업은 사기(欺)와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 보다 더욱 아름답게, 더욱 간결하게, 어쩌면 더욱 추하게 피사체를 담아내는 것에는 하나의 이야기 만들기란 허구성이 상당히 많이 개입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잡설이 길어졌습니다만, 사진으로 이러한 허구의 세상을 만들어 내는데는 빛의 양과 유입 속도를 조절하는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게 되지요. 사진사는 피사체에 반사된 빛을 얼마만큼 받아들일 것인가를 결정해 자신의 이야기에 적당한 사진을 찍게 됩니다. 흔히들 개소말닭소라고동말미잘 누구나 다 쉽게 이야기하는 노출(exposure)이 바로 그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카메라에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노출계가 하나 씩 부속되어 있습니다. 피사체로 부터 반사되는 빛을 판독해 얼마만큼의 빛을 받아들여야 피사체가 정상적인 모습으로 촬영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해 사진사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게 되지요. 더욱이 전자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카메라에 장착된 마이크로 프로세스는 노출계가 전달해 주는 값을 기반으로 카메라의 조리개와 셔터속도를 자동으로 제어해 단지 셔터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프로그램 모드를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카메라에 장착된 노출계는 "앤설 애덤스"와 "프레드릭 아쳐"가 정해 놓은 존 시스템의 존5, 18% 회색 반사율을 기준으로 동작하는 반사식 노출계이기 때문에 완전한 흰색과 완전한 검은색이 반반씩 배열된 벽을 찍는다는 가정 하에 이론적으로는(물론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만) 둘 다 회색으로(흑백 사진에서)촬영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연광(태양을 광원으로 하는)의 경우에는 광원이 지구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있기 때문에 동일 기후조건과 시간에서 서울에서 측정한 노출과 도쿄에서 측정한 노출에 차이가 없지만 스튜디오 처럼 인공 조명을 사용하는 경우(광원에 따른 노출 변화가 급격한)와 스토로보 같이 수십분의 일초 사이에 번쩍하는 광원의 경우에는 반사식 노출계로는 측정할 수 없거나 힘든 경우도 존재합니다.

간혹, 뇌출계(뇌로 재는 노출, 상식적으로 이게 가능한지 모르겠지만)운운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디지털 카메라로 대강 몇 번 찍어 보면 된다는 분도 계시기는 하지만 단연코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그렇게 찍은 사진은 결코 자랑질 이상의 사진이 될 수 없습니다. 내것이 아니라 그냥 우연의 결과일 뿐이지요. 그래서 나는 노출계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정확한 노출의 측정이 나의 사진을 만드는데 시금석이 된다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신념입니다. 특히 노출계가 없는 카메라, 찍으면 바로 결과를 확인 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은염 카메라를 사용할 경우가 빈번한 나 같은 경우에는 한번의 노출측정 실패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노출계의 필요성이 극대화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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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사라져 버린(소니 알파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미놀타의 입사식 노출계 플래쉬 메타V는 지난 8년 간 단 한번도 그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미놀타가 사라지고 난 뒤, 고센, 세코닉 등, 더욱 편리하고 진화된 노출계들이 많이 출현했지만 그간 손에 익어 버린 메타V를 떠나 다른 노출계를 생각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나에게는 이미 소중한 물건이 되어 버렸습니다. 디스플레이 패널에 표기된 몇 몇 숫자를 조합해 최종적으로 촬영될 사진을 미리 예측하는 일은 마구잡이로 셔터를 눌러대고 LCD를 통해 프리뷰 사진을 보는 것 보다 훨씬 재미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그랬습니다.

세상이 바뀌고 카메라도 사진의 의미 마저도 과거와는 사뭇달라져 버린 지금, 곰삭은 노출계를 바라보는 일상의 시선 마저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져 버린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진을 만들고, 이야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노출의 의미 마저 달라져 버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진이 언제까지 살아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빛이 존재하는 세상이 사라지기 전까지 노출계 역시 어떠한 모습으로든 생존해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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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5 17:27 2009/08/0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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