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2006, Alastair Fothergill / BBC, Discovery Channel, NHK / KBS Media
가정용 영상매체로 자리매김했던 VHS나 일부 애호가들 사이에서 호평받았던 고화질 포맷 SVHS혹은 LD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디지털 매체인 DVD가 대체하기 시작한 후 10년, 이제는 디지털 HD방송에 발맞추어 HD급 영상과 음향을 수록한 차세대 매체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른바 "블루레이(Blu-ray)", "HD-DVD"로 이야기 되는 차세대 영상 매체의 출현은 올 1, 2월을 분기로 "블루레이" 쪽으로 기울어져 버렸고 디지털 전송 규격인 HDMI 1.3b 및 블루레이 타이틀 저작 규격인 BD-JAVA, BD-Profile 2.0(BD Live)등의 새로운 표준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 아직은 블루레이 시스템에 발을 담구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어찌되었건, 살짝 업계에 관련된 나는 엉겁결에 블루레이 시스템을 구축하고 말았습니다. 원래는 기존에 사용하던 DVD플레이어가 이제 천수를 다하여 교체를 고려하였고 480p의 DVD영상을 1080p의 HD영상으로 업스케일링 할 수 있는 플레이어를 찾던 중, 주위의 뻠뿌에 의해 BD플레이어를 구입하게 된 것이지만 서도요. 잡지사의 리뷰 관계로 해서 이십여장 가까운 블루레이 타이틀이 거쳐갔지만 정작 내가 구입한 타이틀은 단 한개에 불과 합니다. KBS를 통해 방영된 BBC/NHK 합작의 다큐멘터리 <살아있는 지구>는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구입했다고 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고 초도 발매량 2천 카피가 모두 팔려나가는 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북미에서는 DVD로만 250만장 이상이 판매된 메가 히트 시리즈로 아시아에서는 최초의 블루레이 타이틀로 우리나라에서 발매되었고 전세계 최초로 음향을 돌비 디지털 5.1로 리마스터링 하였으며 오리지널 내레이션과 더불어 TV시리즈 <X-Files>의 "폭스 멀더"역으로 유명한 성우 "이규화"씨의 우리말 내레이션이 포함된 명실공히 세계최고, 국내최초의 블루레이 타이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일까? 살아있는 지구가 사야하는 지구, 이미 사버린 지구 등의 우수갯소리로 불리워 지는 것이 조금은 경망스럽게 까지 느껴지기도 합니다.
4장의 블루레이 디스크 패키지로 11편의 에피소드, 총 9시간에 달하는 장대한 HD영상이 수록되어 한 장면 한 장면이 마치 윈도우즈 배경화면을 보는 것 처럼 맑고 선명하기 때문에 장대한 지구의 생태계를 감상하며 큰 감동을 얻을 수 도 있습니다.
사실 그 간 나의 블루레이 플레이어에 문제가 있어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습니다. 상영이 시작된 후 25분이 지나면 화면과 음향이 심하게 끊어지기 때문에 제대로 볼 수 가 없었던 것이지요. 결국 플레이어를 교환받고(이 S사와 나 사이에 무슨 마가 끼었는지, 매번 구입하는 제품마다 한번에 깔끔하게 마무리 되는 적이 없네요.) 정상 플레이 환경이 마련되고 나서, 퇴근 후 한편 씩 느긋하게 감상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 편의 에피소드를 감상하는 시간은 50분, 이 50분 사이에 너무나도 환상적인 장면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살아있는 지구>가 그리도 성공한 이유가 아닐런지요. 시베리아에 살다가 겨울에 한반도로 날아오는 30만 마리의 가창오리의 군집, 백상아리의 공격을 피해 목숨을 걸고 최고 속력으로 질주하는 수백 마리의 물개들, 해저 3,000미터에 밀려온 향유고래의 시체를 뜯어 먹는 심해 갑각류, 적을 만나면 푸른 불빛을 내뿜는 흡혈 오징어, 지하로 수백 킬로나 뻣어 있는 지하/해저 동굴에서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곳의 경계가 선열하게 그려지는 것을 보면 좁은 사무실에 앉아 더 좁은 모니터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나의 답답함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립니다.
가혹한 촬영 환경 때문에 화질의 편차가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과연 이런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얼마나 힘든 작업을 했으며 그 화면을 마스터링 하는데 또 얼마나 고된 과정이 있었을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시리즈의 마지막에 지구 온난화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어 가는 북극곰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살아있는 지구>가 아닌 이제 <죽어가는 지구>의 느낌을 받는 것이 나만의 편견과 아집일지 그런 생각에 조금은 우울해져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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