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terfly Kiss 21

충동구매

2007/12/13 16:55 mono(物)/잡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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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런 것을 구입했습니다. 가짜 아닙니다. 정품입니다.
반드시 기계의 몸을 손에 넣고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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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3 16:55 2007/12/1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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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징가Z / マジンガーZ

2007/11/29 17:29 영화일기/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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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972~1974, 永井豪 / ダイナミックプロ / マジンガーZ

마징가Z에 대한 고찰

01. 초합금Z는 후지화산대의 지층에서 발견된 신원소 "재패니움"으로 부터 생성되는 가공의 합금, 금속결정의 원자배열을 뛰어넘는 격자결함이 없는 금속으로 극히 견고하다.(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헬박사의 기계수는 기능적으로나 성능적으로 마징가Z보다 뛰어난 경우가 많으나 어떤 무기나 공격에도 깨지지 않는 초합금Z의 맷집에 번번히 패배의 쓴잔을 마신다. 69번째 기계수인 "발모스Q7"은 광자력 연구소에서 탈취한 초합금Z로 만들어져 마징가Z를 괴롭혔지만 제조 중 초합금Z가 모자라 임시변통한 목부분의 약점이 들통나 절두되고 폭사되어 큰웃음을 선사했다.

02. 헬박사는 모든 기계수를 설계 제조한 것이 아니라 지중해의 바토스섬에서 발견된 고대 미케네제국의 유적으로 남아 있는 기계수 군단을 얄팍하게 수정해 세계정복을 노린다. 간혹 고오곤 대공에게서 원조 기계수인 요기계수를 임대하기는 하지만 이 역시 마징가Z에게 파괴당한다.

03. 헬박사의 몸매는 나이에 걸맞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다. 간혹 망토 아래 보여지는 쫄쫄이 속에는 군살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슬림하고 쫀득 쫀득한 근육질 몸매를 감추고 있다.

04. 아슈라는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백작작위가 아닌 남작작위를 가지고 있다. 작전실패의 책임을 물어 천둥 벼락치는 바토스섬에서 헬박사에게 채찍으로 현란하게 얻어맞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한다.

05. 아슈라남작이 남발하는 대사는 "면목없습니다.", "부디, 용서를..."으로 헬박사에 대한 충성심은 대단하지만 전체적으로 찌질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06. 초기 아슈라남작의 작전 중에는 마징가Z의 조종사 "카부토 코우지"의 학교를 찾아가 급우들에게 현상금 찌라시를 나눠주는 등에 유치짬뽕한 작전이 다수 있다.

07. 헬박사는 일본 근해에 "지옥성"을 건설하기 전까지 지중해에서 잠수함(사루-도)으로 기계수를 실어 나른다. 아마도 1회 공격에 1개월은 족히 걸렸으리라.

08. 헬박사가 가까운 유럽보다 일본을 세계정복의 시발점으로 삼은 것은 후지화산대의 "재패니움"과 이를 정재할 수 있는 "광자력연구소"의 점령이 목적이다.

09. 브로켄백작은 헬박사의 자금원으로 유럽에서 온갖 이상한 사업으로 헬박사의 군자금을 마련하다 TV시리즈 40화 <악마의 지배자 브로켄백작>으로 전선에 투입되며 스크린 데뷔한다.

10. 간혹 "보스"와 그의 동료들인 "무챠", "누케"들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맘보음악에 맞추어 고고춤을 추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마징가Z의 방영 당시인 70년대 초에는 일본에 맘보와 고고춤이 첨단 유행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11. 마징가Z에는 "남자는 배짱, 여자는 애교!"라던지 "어디 여자가 감히 남자 앞에서..." 등등의 현시점에서 보면 성차별적인 대사와 상황이 수도 없이 연출된다.

12. 아프로다이 에이스의 조종사 "유미 사야카"는 초기에는 모범생 이미지로 등장하지만 회가 거듭될 수록 막나가는 말괄량이로 돌변하며 몸매도 점점 착해진다.

13. 마징가Z의 격납고는 일반적으로 수영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오수처리장으로 재패니움을 정재하는데 오폐수가 다량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14. 기계수가 상륙해서 날뛰는 장면에 등장하는 간판들이 압권인데 XX상회라던지, ㅇㅇ양과점 등의 명칭이 새록새록하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늑대마트, 뚫어줄래, 빠리 빠께쓰 정도로 추정된다.

15. 기계수 중에는 의외로 시니컬한 녀석들이 많다.

16. 아슈라남작은 특공자폭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17. 매주 나타나는 기계수 덕분에 쑥대밭이 되는 도시가 다음회에는 멀쩡하게 복구된다. 아마도 최고 호황의 건설경기를 누리던 시절이 아닐까 한다.

18. 유미교수와 함께 일하는 3박사(놋소리, 모리모리, 세와시 박사)는 박사라기 보다는 용접공에 가까워 보인다.

19. 헬박사의 공식 국가명은 "지하제국"이다.

20. 이런 저런 우수꽝스러운 설정에도 불구하고 마징가Z는 TV애니메이션 역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작품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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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9 17:29 2007/11/2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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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립우주군 / 王立宇宙軍

2007/11/27 16:08 영화일기/V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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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987, 山賀博之 / ガイナックス / 王立宇宙軍


지평선을 향해 돌을 던져 보자. 돌은 어느 정도 날아가 땅에 떨어질 것이다. 그런데 이 돌을 일정 속도 이상으로  가속 시키면 땅에 떨어지지 않고 지면과 평행하게 날아간다. 이것이 인공위성이다. 하지만 그 정도의 속도를 얻기 위해서는 높이 올라가 대기권을 벗어 나야 하는데 다시 돌아오기 위해 대기권 안으로 진입하면 급격히 속도가 떨어지며 지면으로 낙하한다. 우리가 만들고 있는 기계는 낙하하기 위해 상승하는 기계다. 난 이런 종류의 기계가 좋다.

- 시로쯔그 라-닷트, 왕립우주군, 1987


우선, 우리나라에서는 VHS로 발매된 적이 없는 <오네아미스의 날개 ~왕립우주군(オネアミスの翼 ~王立宇宙軍)>이 어찌하여 VHS카테고리에 들어가게 되었는지에 대한 사연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하나 꼽으라고 하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망설임 없이 들이 대고 있는 <오네아미스의 날개 ~왕립우주군>(현행 공식 명칭은 <왕립우주군>이므로 이하 <왕립우주군>)의 레이저디스크 에디션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낡은 시대의 사람이기 때문에 영화고 음악이고 손에 잡히는 미디어를 좋아합니다. 한 장, 두 장 모으기 시작한 아날로그 소스가 일정 수량이 되어 재생기기에 투자를 할 때 레이저 디스크 보다 훨씬 많은 수량을 가지고 있는 비디오 카셋트 재생기기에 더 투자 해 TBC(Time Based Corrector)및 3D Y/C분리기가 탑재된 고급형 VCR을 구입하였고 레이저 디스크 플레이어는 가장 싼 제품을 구입하였기에, VCR쪽의 재생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납니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레이저 디스크는 바로 재생하지 않고 3D Y/C분리기를 통해 색과 휘도를 분리한 상태에서 SVHS(VHS의 고화질 규격)에 더빙한 후 TBC를 통해 프레임을 디지털 메모리에 카피 보정한 후 상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장발생 후 재활용 폐품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샘숭 LDP 이후 그림의 떡, 자켓 감상용으로만 보관하던 레이저 디스크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이를 SVHS에 더빙하여 주말을 이용해 다시 한번 돌아 보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일본에서는 '87년 극장 공개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최초 공개 후 20년이 지난 올 시월에 극 일부 극장에서 공개되었습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필름으로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너무나도 아쉽게도 우리나라에 공개된 <왕립우주군>은 지난 '99년 발매된 사운드 리뉴얼의 DVD에디션을 DLP프로젝터를 통해 디지털 상영한 것으로, 나도 이 DVD에디션을 수 년전에 빌려 보았지만 화질이나 음질 모든 면에서 이전에 발매된 레이저 디스크 에디션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차라리 최근에 발매된 블루레이나 HD DVD 에디션으로 상영했었으면 어떠했을까 하지만 세상일이 어찌 내 마음대로 되겠는지요?

<왕립우주군>의 내용을 이야기 하는 것은 참으로 바보스러운 일이 아닐까 합니다. 80년대 말 부터 불기 시작한 일본 애니메이션 붐으로 자막도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한글 번역 대본을 가지고 알음알음 돌고 도는 조악한 화질의 VHS 더빙본을 구해 보던 세대라면 이미 <왕립우주군>을 보았기 때문이지요.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당시 국내에 돌아다니던 <왕립우주군>의 한글 번역 대본이 영어 중역본인 데다 그나마 번역 수준도 좋지 못해 이 불후의 명작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의문도 남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를 돌아볼 때 <왕립우주군>은 몇가지 면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제작비 8억엔이라는 그 때 까지 애니메이션 영화중 가장 비싼 영화이기도 하였고 그 해 가장 흥행이 안된 영화 중 한 편이기도 했습니다.(다행히도 비디오,LD가 오랜 기간 판매호조를 누린 끝에 아직도 사운드 리뉴얼판이나 블루레이, HD DVD로 재판되고 있기는 합니다.) 개인적으로 오타쿠(정보 소비자로서의 히라가나おたく가 아닌 정보 재가공자로서의 가타카나 オタク)업계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가이낙스"의 창립작(왕립우주군의 제작을 위해 설립된 회사)이기도 하지만 "가이낙스"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DAICON FILM"과 "제네럴 프로덕츠"(왕립우주군에 설정작업으로 참여)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에 오타쿠(おたく)에서 오타쿠(オタク)로의 변태과정의 한복판에 놓여있는 작품으로 아련한 그리움이 있습니다. 일본 최대의 IT기업인 라이브도어의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사장도 이 작품의 열광 적인 팬이라고 하더군요. 2부의 제작을 독려한 끝에 <푸른 우르(蒼きウル)>라는 제목으로 '92년도 부터 기획이 이루지긴 했지만 결국 결말을 맺지 못했습니다.

'87년 3월자 "키네마 쥰보(キネマ旬報)"에서 본작품에 대해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이 분 요즘들어 더욱 억압적이고 난폭해 진 것 같은데)는 "젊은이들 손으로 만들어 졌다는 이유로 어느 정도 평가는 줄 수 있지만, (로켓트)발사 시 장군이 간단히 발사를 단념한 것"에 분노해 자식 뻘 되는 젊은 감독 "야마가 히로유키(山賀博之)"와 거의 싸움에 가까운 토론을 진행했다고 합니다.(일본어판 위키피디아 왕립우주군 참조)

<왕립우주군>이 공개되었을 당시 월간 "아니메쥬"를 찾아 보며 "대단한 작화"라고 탐복했던 십대 소년은 이제 아이를 가진 사십의 나이가 되어서도 그 때의 그 감동을 잊지 못해 철딱서니없는 짓거리 까지 해가며 다시 한번 구닥다리 아날로그 판을 돌려 봅니다. 다시 돌아 본 <왕립우주군>... 지금에 와서 보니 "리이쿠니"가 몸을 판다는 암시를 주던 기도의 내용 ("너의 입술이 진실을 말하더라도 네 행실의 허위가 네 입술을 더럽히노라..." 어쩌구 하는)이나 마나와 시로쯔그 사이의 무언의 시선처리 같은 부분에 연출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느껴지기는 하지만 참으로 훌륭하고 패기넘치는 일작이 아니었나 합니다. 20년이 지났고, 또 새로운 20년이 지나도 아마도 이 작품에 대한 열정은 쉽게 사그라 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낙하하기 위해 상승하는 기계를 만드는 사람들, 난 그들을 잊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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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7 16:08 2007/11/2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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