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terfly Kiss 21

Wink / Heart On Wave

2007/11/03 19:52 음악감상/PO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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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989, Wink / Polystar / Heart On Wave

오늘 다락을 정리하다가 울트라 초 민트급 20Cm LD(Laser Disc) 싱글반을 하나 발굴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으로 부터 약 18년 전, 정찰제로만 판매하는 아키하바라의 이시마루전기에서 구입했던 물건인데 한 두번 쯤 틀어보고 어딘가에 던져 놓았던 것을 근 이십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발견되어 마치 어제 발매된 물건 처럼 깨끗한 상태인 것이 타임머신을 타고 18년 전으로 돌아가 구입해서 현재로 가지고 온 것 같은 느낌입니다.

요즘은 대부분 DVD(Digital Versatile Disc)로 영상물을 즐기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고급스러운 영상을 즐기던 사람들은 레이저 디스크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지금은 생산이 중단된 구시대의 유물이지만서도... 이 레이저 디스크라는 물건이 아주 재미있는데, 음향은 디지털로 기록이 되지만 영상은 아날로그로 기록이 됩니다. 다시 말하면 DVD처럼 영상 및 음향을 MPEG Layer2로 압축하는 것이 아니라 원본 그대로 모두 수록하고 있는 것이지요. 해상도면에서 DVD보다 조금 떨어지지만 제대로 된 플레이어로 재생하면 아날로그 화면의 정점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엄청난 정보량 하며...

각설하고 8, 90년대에 일본 대중 가요를 즐겨들으셨던 분이라면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중반까지 활동했던 무적의 이인조 무표정 유니트 "Wink"를 기억하실 껍니다. '87년 여성 아이돌의 수영복 사진집으로 유명한 와니북스(악어출판사)간의 비키니 월간지 <UP TO BOY>의 "미스 업 그랑프리" 전반기 타이틀 수상자인 "스즈키 사치코(鈴木早智子)"와 후반기 타이틀 수상자인 "아이다 쇼우코(相田翔子)"로 구성된 중창 "Wink"가 1988년 결성되고 외국곡을 커버한 넘버들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오늘 발굴된 LD <Heart On Wave>는 "Wink"의 인기가 그 절정에 달했던 1989년 발매된 것으로 아마 지금까지 일본에서 발매된 LD 소프트 중 가장 많이 팔린 음반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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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989, Wink / Polystar / Heart On Wave

데뷔 이래 두 번째 오리지널 넘버이자 56만장의 싱글 판매고를 올린 <외로운 열대어(淋しい熱帶魚)>,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믈랭루즈"의 원곡 <Boys Don't Cry>를 커버한 <눈물을 보이지마(淚をみせないで ~Boys Don't Cry~)>,  영국 출신의 "헤이젤 딘"의 <Turn it into Love>를 커버해 싱글 64만 5천장의 판매고를 올린 <사랑이 멈추지 않아(愛が止まらない ~Turn It Into Love~)>의 3곡이 수록된 <Heart On Wave>는 80년대 말의 일본 가요계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6X6 중판으로 촬영된 자켓 사진은 최고의 구성을 보여주지만 수록된 뮤직 비디오의 품질은 좋게 이야기 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입니다. 80년대 유행했던 그 이상한 모양의 알록이 달록이 빠숑과 유치원 학예회를 보는 듯한 춤사위, 노래방 배경 화면으로나 어울릴 정도로 쌍티나는 구성은 11분의 짧은 상영 시간 내내 아흐트랄한 분위기를 자아 냅니다. 그렇다고 가창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유적발굴의 기쁨이 앗쌀하게 사라지는 느낌을 경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옛날 "Wink"가 현역으로서 그 정점에 있었던 시절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이 밀려 오더군요. 1989년 위성방송으로 시청했던 제40회 NHK홍백가합전, 아마도 제가 보았던 홍백전 중 한국인 출장자가 가장 많았던 해가 아닌가 하지만, "김연자", "패티김", "계은숙", "조용필" 그리고 홍콩의 인기 가수 "알란 탐"도 출장했고 당시 첫 출장자였던 "Wink"가 백조의 롤러스케이트 아이돌 "히카루 겐지"의 홍조 측 상대자가 될 정도로 파괴력을 가졌었던 시절... 그립군요.

간혹 "전두환", "노태우"만 사라진 80, 90년대에 시간이 멈춰져 계속 되어졌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휴대폰, 인터넷, 디지털 카메라도 없고, 비닐 레코드와 카세트 테잎, 축구공 처럼 둥그런 브라운관 TV를 보며 한없이 즐거웠던 시절...

블로그에 음악을 걸어놓는 짓거리를 전혀 하지 않지만 아래 쥬크 박스에 "Wink"의 <사랑이 멈추지 않아(愛が止まらない ~Turn It Into Love~)>를 올려 놉니다. 저작권 때문에 노래는 나오지 않고 반주만 나오는 버전입니다. 듣고 싶으신 분들은 플레이 버튼 함 눌러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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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3 19:52 2007/11/0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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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selblad 503cx

2007/10/29 12:43 mono(物)/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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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렌즈의 품질이 좋아서 가격이 비싸더라도 한번 쯤 사용해 봄직한 카메라를 꼽으라면 롤라이의 SL66 시리즈, 라이카 M 그리고 핫셀블라드 V 시스템의 500시리즈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특히 롤라이의 SL66 경우 칼 짜이스와 슈나이더 렌즈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묘사력이라는 측면에 있어서 그 선택의 폭이 더 넓다고 할 수 있겠고 라이카 M의 경우에는 35mm란 소형 포맷에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계조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즘이야 디지털 카메라, 더욱이 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 디지털 일안 리플렉스(DSLR)카메라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렌즈 묘사력의 판단 기준 역시 디지털이라는 특성에 잘 맞아 가는 쪽으로 이동해 가고 있기는 하지만 사진이란 것이 은염사진이다 디지털사진이다를 놓고 그 좋고 나쁨을 가릴 수 없는 것이기에 어떻게 보면 일반화할 수 없는 무엇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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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사진을 찍어 오면서(요즘처럼 사진작가라는 호칭이 난무하는 시절을 결코 알지 못하거니와 작가나 사진사가 아닌 보통의 취미로서 사진을 찍어온 평범한 일반인으로서) 최고의 디지털 시스템이나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면서도 말도 안되는 결과물을 생산해 내는 경우도 많이 보았고, 잡지사 부록으로 딸려 나온 마데제 플라스틱 단초점, 조리개 고정의 장난감 카메라로 찍은 기똥찬 사진들도 여럿 보았기 때문에 감히 이곳에서 카메라와 렌즈가 좋아야 좋은 사진을 만들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카메라도 그렇고 렌즈도 그렇고 나아가서는 필터라던지 현상/인화 약품, 인화지, 데이터 등등 사진을 만들어가는데 필요한 물건들에 개인 취향에 따른 차이가 있다는 것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인 듯 합니다.

오늘 말씀드리고자 하는 카메라는 핫셀블러드 V시스템 500시리즈 중 1970년 부터 1994년 까지 생산되었던 3번째 모델인 503cx로 렌즈 셔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바디에 밀러와 파인더 그리고 와인더 정도 밖에는(노출계도 달려 있지 않습니다.) 가지고 있지 않은 완전 기계식, 그야말로 석기시대의 유물과도 같은 카메라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카메라가 제 손에 떨어진 것은 20세기가 막바지로 치닫던 1999년경으로 원래는 '92년 즈음 해서 홍콩에서 구입했던 물건이었습니다. 바디와 CF80mm F1:2.8 Planar 기본렌즈 한개, 그리고 12컷트의 필름을 장착 할 수 있는 A12필름 매거진 한개의 기본 세트였고 이 시스템을 실전에 사용하기 위해 CF120mm F1:4 Makro Planar와 CF150mm F1:4 Sonnar렌즈를 추가로 구입했고, 반사식 노출계가 내장된 팬터프리즘 파인더 PME50이 중고도 잘 없고 나와도 가격이 너무 부담스러워 핫셀블러드 500을 카피해서 러시아에서 제조한 KIEV88용 프리즘파인더를 구입해 사용하기는 했지만 여기 장착된 노출계가 황당할 정도로 널을 뛰는 바람에 사용하고 있는 입사식 노출계 미놀타 플래쉬메타V에 장착하는 반사식 5도계를 추가로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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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이런 저런 사정으로 렌즈도 몇개 팔아먹고 핫셀블러드로 사진도 거의 찍지 못하지만서도 심도 있는 사진 작업에 애용하는 카메라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초음파 모터와 손떨림 보정 시스템을 탑재하고 초당 8컷트 혹은 그 이상을 촬영할 수 있는 최신형 디지털 DSLR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성능입니다. 렌즈는 수동 포커싱으로 스플릿 스크린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매우 꼼꼼하게 포커싱을 확인해야 하며 셔터 속도는 최고 1/500초를 넘지 못하며 전자 측광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프레임 구석 구석의 노출을 일일히 측정해 표현될 이미지에 적합한 노출을 계산해 줘야하고 팬타프리즘을 사용하지 않으면 좌우가 거꾸로 움직이기 때문에 프레임을 만들 때 원숭이가 되어 버린 느낌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컷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몇 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디지털바디로 피사체를 대충 흟고 나서 죽죽 긁어 버리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한장 한장 촬영될 때 마다 챙겨야 하는 부분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촬영 당시에 느꼈던 수고스러움을 합당케 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저는 주로 흑백작업에 많이 사용했지만 남성적이고 선이 굵은 계조는 개인적으로 사용해 보았던 어떤 형태의 렌즈군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독특한 매력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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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selblad 503cx / CF 120mm F1:4 Makro Planar / Ilford 100 Delta Professional


6X6이라는 브로니판 중형 필름이 보여주는 그 박진감이란... 루뻬를 통해 원고를 들여다 볼 때 느낄 수 있는 입자감, 확대기에 걸어 인화지에 이미지를 투영시키고 현상액에 던져진 인화지에 마치 수묵화가 피어오르듯 번져 오는 화상은 이런 구닥다리 카메라가 왜 그리 오랜 세월 동안 사랑 받고 애용되어 오는지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나의 경우에는 주로 사람을 많이 촬영하기 때문에 망원계 렌즈를 주로 사용했었고 광각계 렌즈 Distagon 혹은 Biogon은 그 살인적인 가격에 때문에 마운트 해 볼 기회 조차 많지 않았습니다. 특히 스튜디오 작업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는 자연광 상태에서 섬세하게 조정하기 힘든 노출 시스템의 약점을 스튜디오라는 공간이 어느 정도 보완해 주기 때문은 아닌가 짐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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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selblad 503cx / CF 80mm F1:2.8 Planar / Ilford 100 Delta Professional


20여년을 잘 사용하던 카메라에 결국 문제가 생겼습니다. 언제 부터인가 갑자기 셔터가 동작을 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워낙 간단한 구조인데다가 기계식이고 바디에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녀석이기에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렌즈 쪽 셔터를 확인해 본 결과 렌즈 쪽 셔터는 문제없이 동작을 하고 이틀동안 궁상을 떤 후에 남대문에 있는 공식 A/S센터에 찾아 갔습니다. 바디 쪽 셔터 모듈에 습기가 차서 녹이 슬었다고 하더군요. 견적이 솔찮게 나왔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구석기시대의 깡통, 핫셀블러드 라인을 모두 정리하고 집사람과 가까운 곳으로 여행이나 한번 갈 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지만 결국 셈을 치르고 수리를 해왔습니다. 전체적으로 점검을 해 보았더니 다른 곳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간혹 한달에 한번 씩 장에서 꺼내 공방 셔터 몇 방 날려 주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핫셀블러드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을 봅니다. 오래 되었기 때문에 불편하기 때문에 비용이 드는 은염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고지식한 고물은 현실에서 얻지 못한 그 무엇을 사진을 통해 얻을 수 있게 해줍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이녀석을 들고 사진을 찍는 순간이 온다면 사진을 통해 그 감흥을 다시 한번 경험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그 순간에 다시 한번 삶을 뒤돌아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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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selblad 503cx / CF 150mm F1:4 Sonnar / Ilford 100 Delta Profess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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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9 12:43 2007/10/29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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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ストロベリーショートケイクス)

2007/10/24 16:06 영화일기/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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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2006, 矢崎仁司 / フィルムバンディット/ ストロベリーショートケイクス

東京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아니, 여성으로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는 그녀들의 삶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무심한 듯한 시선으로 세상을 몽타쥬 한다.

그렇게 희망적이지 않아도 좋다. 살아가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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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4 16:06 2007/10/2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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