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열번도 더 읽었던 소설이지만 읽을 때 마다 어렵기는 마찬가지더군요. 기본적으로 추리소설의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14세기 유럽의 기괴한 로마 카톨릭역사에 대한 조롱과 풍자 그리고 정확한 역사에 대한 기술을 내포하고 있는 찾아 보기 힘든 수작이지요.
내가 이 책을 손에 잡게 된 계기가 된 것이 지난 '86년 국내에 공개된 "장 자끄 아노"의 영화 <장미의 이름> 덕택인데 당시 영화는 유럽에선 성공을 거두었지만 미국과 우리나라에서는 처참하리 마치 흥행에 실패를 했더랬습니다. 감독이 영화를 그만 둘 생각을 했을 정도로요.
6개월 전 쯤에 이 영화가 워너브라더스의 배급으로 우리나라에 DVD타이틀로 발매되었습니다. <버터플라이 디지털>의 자매 사이트(?:오늘 계약된 것 같은데... ^^;)인 <하이파이넷>의 리뷰관계로 디스크를 받게 되었고 지금도 간혹 생각날 때 마다 꺼내 보곤 합니다.
개인적으로 대단히 좋아하는 영화이고요. 완성도도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c)1986, Jean-Jacques Annaud / Constantin Film, France 3 Cinéma / The Name of the Rose
<장미의 이름>을 읽거나 보거나 할 때 마다 카톨릭과 기독교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렸을 때 <쿼 바디스>나 <벤허>같은 에픽 역사영화를 보면 로마인들은 극악무도한 이교도로 묘사되지만 실제 전세계적으로 위세를 떨치고 있는 천주교나 기독교는 모두 유대교가 아닌 로마 기독교가 아닌지요.
유대교도들을 심하게 박해한(영화에서 보면) 로마 황제가 편집한 성경과 그 내용을 가지고 찬미를 드린다는게 어찌 좀 앞뒤가 안맞는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 <장미의 이름>은 바티칸(역시 로마에 있습니다)이 굉장히 미워할 수 밖에 없는 소설, 영화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불손하다고 해야 하나?
원작 소설에는 이런 구절이 있더군요.
"오늘날 만큼이나 참회라는 말이 난무하던 시대도 나는 알지 못한다. 옛날에는 설교자는 물론, 주교도, 엄격주의파 수도사들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통회(痛悔)는 그런 것으로 유도해 낼 수 없는 것이라고들 믿었다."
결국 로마 기독교가 원하는 참회란 무엇일까요? 나는 아직도 알지 못하겠습니다. 내가 어리고 너무나도 무지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정기적으로 글을 기고 하고 있는 S사간의 홈시터어 월간지의 원고 관계로 이번에 DVD로 출시된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Ultimate Edition>을 보게 되었는데 매니어층이 두터운 영화라 그런지 모두 6장의 디스크로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컨텐트를 수록하고 있더군요. 여자고등학교와 귀신이야기란 꽤나 흥미 있는 소재 인 것도 같고 너무 식상한 이야기 인 것도 같은 내용으로 관객들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애쓴 흔적은 보입니다.
그게 좋은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도요...
코멘터리를 들어보니 감독하신 두 분 어지간히 수줍음 많고 말주변도 없으시더라고요. 개인적인 성향에 대해서는 가타부타하고 싶지는 않지만 자신들의 성격을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으시면 공적인 자리에서 타인들이 본인들 때문에 겪을 고초도 인정을 해주셔야지... 차라리 배우들이 나와서 코멘터리를 진행하는 편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류의 감독들은 표면에 나타나지 말고 그저 좋아하는 영화를 만드는 선에서 관객과의 관계를 정리해주셨으면 하고요.
(c)1999, 김태용, 민규동 / Cine2000 /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메멘토 모리
부제가 된 라틴어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의미인데 필요 이상 유치한 것 같습니다. 굳이 라틴어를 영화에 끼워 넣을 필요가 있었는지...
fabulas poetae a fando nominaverunt, quia a non sunt res factae sed tantum loquendo fictae / 파불라스 포에타에 아 판도 노미나베룬트, 퀴 아 논 순트 레스 팍타에 세드 탄툼 로쿠엔도 픽타에
<시인은 "말하는 것 자체"에 바탕을 두었기 때문에 이것을 "이야기"라고 명명한다. 다시 말해서 "그냥 생긴 것"이 아니고 "말에서 솟아난 것" 이란 뜻이다.>
라틴어에 관심이 많다면 또 당신이 다른 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이라면 위 귀절에 대해 조금 더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달린 코멘트
Butterfly Kiss 21 - 최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