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terfly Kiss 21

카르카손(Carcassonne)

2005/06/27 15:33 게임/보드게임
(c)2000, Rio Grande Games / Carcassonne

얼마전에 회사 근처 보드게임까페가 문을 닫았습니다. 기회다 싶어 게임 몇개를 헐값에 집어 왔는데, 아무래도 여러 사람 손을 탄 게임이니 컴포넌트들이 많이 상했더군요. 그래도 부속이 빠진 것은 없어 게임하는데는 큰 지장이 없었습니다.

(c)2000, Rio Grande Games / Carcassonne

이번에 획득(?)한 게임 중에 <카르카손>이 있습니다. 2003년 우리나라 보드게임까페를 먹여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인기를 얻은 게임이지요. 기본적으로 땅따먹기라고 할 수 있겠는데, 땅만 아니라 길도 따먹고 성도 따먹고 수도원도 따먹고, 프랑스의 작은 마을 <카르카손>을 무대로 지도를 만들어 가며 점수를 얻는 형식의 게임입니다.

(c)2000, Rio Grande Games / Carcassonne

게임 룰이 아주 간단하고(10분이면 설명이 모두 끝납니다.) 무작위로 오픈되는 지도타일들 때문에 의외의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선견지명을 가지고 이어질 길이나 완공될 성을 미리 잡아 놓으면 순식간에 고득점도 가능하고요. 바닥에 깔리는 타일들이 아기자기 하기 때문에 쉽게 싫증을 느끼지 않는 완성도 높은 게임 인 것 같습니다.

(c)2000, Rio Grande Games / Carcassonne

서너명의 친구들이 함께 어울린다면 최고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게임이 아닐까 합니다. 너무 승부욕에 집착하면 친구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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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7 15:33 2005/06/2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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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 전집읽기 프로젝트 ~전날의 섬~

2005/06/21 20:39 도서관/한국어도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이라고 믿었던 시절, 땅과 우주 사이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믿었던 시절, 하늘의 별은 태양 저편에 반짝이는 수정이라고 믿었던 시절...

믿음이란 신념으로 수많은 과학자를 화형대에 매달았던 로마기독교의 오류가 논리정연한 과학 앞에 무릅을 꿇기 시작한 17세기는 공명약과 경도에 대한 의문에 가득 찬 대항해시대였습니다.

FujiFilm FinePix S1 Pro / AF Nikkor 50mm F1:1.4 D / Metz 45 CT-1

움베르토 에코의 3번째 소설 <전날의 섬>을 완독했습니다. <장미의 이름>이나 <푸코의 추>에 비해 적은 부피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몇권으로 분권된 전작들과는 달리 700페이지 단권으로 출판된 한국어판의 두께는 적지 않은 압박으로 다가왔습니다. 17세기 경도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태평양을 항해한 이탈리아 귀족의 모험담을 담은 소설은 대략 간략한 네러티브 보다는 그 가지를 이루는, 당시에는 진실로서 받아들여지던 과학적 정의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에 대한 갈구로 가득합니다.

프랑스와 스페인 간에 벌어진 30년 전쟁, 파리의 살롱에서 벌어진 귀족적 지식의 허세, 경도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강대국들의 보이지 않는 암투, 그리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짝)사랑의 환상은 에코 특유의 고급스럽고 지적인 문장과 섬세한 묘사를 통해 감동적으로 그려집니다. 지금까지의 에코소설과 마찬가지로 <전날의 섬> 역시 교묘한 액자구조로되어 있습니다. 이태리 하급귀족 "로베르토 라 그리바"가 난파선에서 적었던 수기와 소설을 한 고문서 수집가가 다시 풀어 적은 구조로 되어 있는 <전날의 섬>은 14세기를 배경으로 한 <장미의 이름> 그리고 20세기(이제는 지나가 버린 세기지만)를 배경으로 한 <푸코의 추>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17세기라는 절묘한 설정으로 온갖 미신이 판치고 거짓이 진실로서 대접받는 구태의연한 세상의 인간과 새로운 세상을 향해 새로운 진실을 향해 나아가려 하는 지식인들의 뜨거운 설전을 담고 있다고 해야 옳을 것 같습니다.

<전날의 섬>을 읽으며 오래전 친구 B군에게 빌렸던 책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 났습니다. '94년 출판된 "데이바 소벨"저의 <경도-해상시계이야기(사진의 책은 최근 재판된 삽화가 첨부된 양장본입니다. 나는 96년도 버젼으로 읽었습니다.)>, <전날의 섬>의 주인공 "로베르토"와 유럽의 실력자들이 반드시 손에 넣고 싶어했던 경도의 비밀이 어떻게 인류에게 정복되었는지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전날의 섬>의 참고도서로도 유용할 듯 합니다. 결국 빌려 놓은지 몇년이 지나 어렵사리 찾아내어 읽어 보았을 때 교차하는 만감은 책을 읽으면서 얻을 수 있는 작은 기쁨이 아닐까 하네요. 경도의 비밀은 <전날의 섬>의 세상에서 100여년이 흐른 18세기, 영국의 한 시계수리공이 제작한 해상시계(이제는 크로노미터라고 부르는)에 의해 풀리게 되지요. 달과 목성의 거리와 그 위성들의 움직임으로 경도를 측정하고자 했던 수많은 천문학자들의 훼방과 멸시를 뒤로 하고요. 당시에 천문학적 방법으로 경도를 측정하는데 제 아무리 빨라야 4시간이 넘겨 걸렸다고 합니다. 해상시계를 사용하면 날씨에 관계없이 단 몇십분만에 경도를 알아 낼 수 있었고...

<전날의 섬>의 세계에서 40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앞으로 400년의 시간이 더 흐르면 우리가 지금 진실이라고 믿고 있던 것들이 제 모습을 찾을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리적으로 빛의 속도를 넘어 설 수 없다고 믿었던 시절, 화폐단위로 이루어진 경제 활동이 사회조직의 기반일 수 밖에 없다고 믿었던 시절, 흡연자에게 온갖 박해를 다해 담배를 끊게 만드는 것이 옳았다고 생각했던 시절...

글쎄요. 이 모든 것이 <전날의 섬>에 갖혀 결코 오늘에 이를 수 없는 허상은 아닐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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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21 20:39 2005/06/2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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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틸러스(NAUTILUS)

2005/06/18 11:40 게임/보드게임
(c)2002, KOSMOS / NAUTILUS

1. Why Board Game?
3D 폴리콘과 예술적인 랜더링을 가진 게임 전용 기기 혹은 PC용의 디지털 게임, 온라인 게임이 넘쳐 흐르는 요즘 세상에 보드게임이란 장르가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30분~2시간 정도로 플레이 타임이 짧아 가볍게 플레이 할 수 있고, 게임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과 직접 마주보고 앉아 게임을 진행하기 때문에, 온라인 게임에서 자주 경험할 수 있는 리셋이나 디스커넥트 같은 추잡한 행위나 욕설 등이 오가지 않고 보다 점잖고 신사적으로 플레이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c)2002, KOSMOS / NAUTILUS

2. Why Nautilus?
본격적으로 보드 게임에 관심을 가진 것은 2년 정도 되었는데 게임을 구입해서 플레이 한 것은 1년 남짓 됩니다. <노틸러스>의 경우에는 그다지 인기가 있거나 유명한 게임이 아님에도 불구 하고 보드의 디자인이 예쁘고 컴포넌트가 정교하다는 생각이 들어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가을 쯤 구입해서 펀칭 작업만 하고 쳐박아 두었다가 날씨가 더워지니 바다생각도 나고 해서 주말을 이용해 플레이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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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Playing Nautilus
<노틸러스>는 2~4명의 인원이 90분에서 120분 사이의 플레이 타임을 가지는 건축/탐사 형 보드게임입니다. 3페이스 1라운드 방식의 턴방식을 사용하며 선 플레이어는 한 라운드가 종료되면 시계방향으로 이동합니다. 일반적인 보드게임에 비해 꽤나 큰 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3명 이상 플레이시 넓은 테이블이 필요 할 것 같습니다. 게임 세팅시 보드에 60개의 보물 타일을 섞어 일일히 깔아 주어야 하기 때문에 세팅에 시간이 걸리는 편입니다.

(c)2002, KOSMOS / NAUTILUS

게임은 건축-이동-탐사 의 3개의 페이스로 구성되며 건축과 이동을 통한 연구점수와 탐사를 통한 발굴점수로 총점을 환산해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플레이어가 승리하는 형식입니다. 게임은 더 이상 건축할 해저기지 모듈이 없거나 아틀란티스 유적이 모두 발굴된 시점에서 종료되는데 게임의 진행이 널널하고 서로 두들기는 전략물이 아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플레이어를 잡아 끄는 매력은 적습니다만 연구원의 이동경로와 해저기지 모듈의 위치를 교묘하게 조합해서 연구점수를 올리고 잠수함을 심해 곳곳 까지 집어 넣어 보물을 건져 올릴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은근한 재미를 가진 게임이기도 합니다.

(c)2002, KOSMOS / NAUTILUS

전체적으로 보드가 시원스럽고 컴포넌트의 디자인이 깔끔하고 예쁩니다. 만듦새도 좋고 게임의 밸런스도 괜찮은 편입니다. 플레이 시간이 길고 진행이 느리며 넓은 테이블을 요구한다는 점이 단점이긴 하지만 나름대로의 매력을 가진 게임 임에 분명 한 것 같습니다. <카탄>이나 <푸에르토리코>같은 메가 히트게임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해저탐사를 주제로 한 만치 이색적이면서도 독특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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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18 11:40 2005/06/18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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