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terfly Kiss 21

움베르토 에코 전집읽기 프로젝트 ~장미의 이름~

2005/04/28 17:05 도서관/한국어도서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의 <장미의 이름>은 추리소설로 읽기에는 너무나 고급스럽고 풍성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한 권의 소설 속에 응집된 역사적 철학적 텍스트의 인용이 일만권에 달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니까요. 어찌 보면 이렇게 까다로운 책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능한 사고의 수준을 단순화 시키는 것이 아닐까합니다. 너무 고상하게 혹은 너무 학문적으로 요목 조목 집어 나가려는 시도 보다는 그저 텍스트의 흐름을 즐기는 것에서 그 의미를 찾아 낸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지... 간혹 모든 기호와 상징(영화라던지 음악이라던지 게임이라던지 기타 등등 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대해 마치 게임완전공략 수준의 결과를 도출해야 성이 차시는 분들도 계신데 이런 사고의 획일화야 말로 가장 저급한 접근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우리는 운이 대단히 좋습니다. 우리말로 번역된 <장미의 이름>은 각종 매체에서 조사한 해방이후 가장 잘된 번역서란 카테고리에 최고의 자리에 올라 있을 정도로 뛰어난 수준입니다. 86년 초판 발행 이래 92년과 2000년 두 번에 걸친 개정이 있었고 수백 항목에 달하는 각주를 통한 해설은 어떤 언어권의 번역서에서도 혹은 원서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물론 <장미의 이름>의 주석서 혹은 해설서는 많이 나와 있지만 서도요.)


<장미의 이름>은 내가 읽기에 크게 세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14세기 유럽이라는 시대적 역사적 이야기 입니다. 때는 1327년 아비뇽에서 교황에 오른 도미니크회의 "요한22세"는 교황은 재물을 소유해야 할 뿐 아니라 교회의 우두머리로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임명하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던 시절입니다. 그는 예수그리스도의 모습에 전대를 채웠고 성직을 매매했으며 자신의 반대파를 무자비하게 박해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이런 이유로 수도자는 물질을 소유해서는 안되고 청빈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던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소형제파는 교황에게 눈에 가시같은 존재였지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루드비히 4세"는 이런 프란체스코회 소형제파를 통해 교황을 견제하려고 하는 형국에 교황파(도미니크 수도회)와 황제파(프란체스코 수도회)의 협상이 중립지역인 베네딕트 수도회의 수도원에서 열리게 된다는 배경이 이 소설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로마 기독교의 피의 역사 속을 살아야 했던 지식인의 고뇌입니다. 대단히 이데올로기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두 번째 이야기는 속권에 들러 붙어 배를 불리는 (가짜)성직자를 몰아내자는 극단적인 개혁세력에 대한 이단심판과 처형에 대한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현실에 자신의 소신을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고 주류세력의 둘레를 겉돌 수 밖에 없던 지식인의 답답한 모습을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줍니다. 세번째 이야기는 소설의 표면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는 연쇄살인 추리극이 되겠습니다. 묵시록의 시나리오에 따라 벌어지는 7일간의 살인사건과 이 사건을 조사하는 수도사의 이야기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야기와 잘 맞물려 흥미 진진한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인터넷 도서 판매사이트에서 본 독자 서평에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에 와서야 이 책의 제목인 <장미의 이름>의 의미를 알 수 있게 되었다라고 하신 분도 계신데, <장미의 이름>은 이렇게 딱히 그 의미를 규정할 수 없는 의미의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인디아나 존스류의 활극 액션극을 통해서는 더더욱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 모든 것에 이거다 저거다 테두리를 둘러야 성이 차는지요. <장미의 이름>에서 악마는 진리에 대한 맹종 및 맹신이라 이야기 합니다. 진리에 이르는 길이 영겁에 달할진데 왜 하나의 길만을 고집 하는가, 아울러 이런 실패에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성급함이란 말도 잊지않고 있습니다. 진리는 오랜 세월의 흐름(인간의 억울하리 마치 짧은 생의 울타리 안이 아닌)속에 존재하는 것이지 제도권 교육에서 모든 것을 취하고자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의미로 생각됩니다. <장미의 이름>에는 짧지만 간략한 저자의 집필에 관한 변이 존재합니다. <나는 "장미의 이름"을 이렇게 썻다> 제목 만을 보면 마치 소설에 대한 해설서 같은 이미지를 풍기지만 실제 내용은 소설의 내용과는 거의 무관한 원작자가 생각하는 소설의 범주와 글쓰기의 방법론에 대한 내용이고 두시간 정도면 완독할 수 있는 분량이기에 <장미의 이름>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한번 쯤 보아두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은 94년도출간의 1판이고 최근에는 <장미의 이름 창작노트>라는 제목으로 출판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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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28 17:05 2005/04/2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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