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하나뿐이라고 생각하지 말게나. 곧 누군가가, 바우돌리노보다 더한 거짓말쟁이가 그 이야기를 들려줄 걸세"
"움베르토 에코"의 최신작 <바우돌리노>를 완독했습니다. 지금 까지의 에코적 글쓰기에 일대 전환을 일으킨 참신한 작품이자, 사실과 허구, 그 중 논리의 비약을 일삼을 만큼 중세의 허상에 집착한 <바우돌리노>는 지금까지 읽었던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중 가장 "에코"스럽지 못한 텍스트가 아니었나 합니다.
<바우돌리노>는 중세의 <포레스트 검프>라 할 수있겠습니다. 천한 집안 태생으로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 "바르바로사 프리드리히"의 양아들이 되면서 벌어지는 놀라운 스케일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4차 십자군 원정, 불타는 콘스탄티노플, 알렉산드리아의 탄생, 성배의 발견, 동방박사의 동방견문록, 요한부제의 왕국 픈다페침과 백인 훈족의 전쟁 등, 11세기 중세 유럽을 아우렀던 대형 사건의 한 복판에 매번 등장하는 "바우돌리노"와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는 엄청난 뻥으로 얼룩진 판타지를 들려줍니다.
아이러니 한 것은 이 모든 거짓말의 주체 "바우돌리노"는 자신의 이야기에 과하다 싶을 정도의 진지함을 보여준다는 거지요.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이 늘 그랬듯이 몇 단계를 거치며 돌입하는 액자 구조 속에 결국 화자는 작가라는 간단한 명제를 생각해 본다면 88년 발표된 <푸코의 추>의 귀신나부랭이들의 위대한 영도자 "에코"의 이중적인 단면을 찾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소설 = 허구 라는 원론을 최대한 증폭 시켰던 "움베르토 에코"의 신작 <바우돌리노>는 허구라는 양념이 역사를 얼마나 뒤틀고 있나에 대한 좋은 교훈은 아니었을까 하네요.
세상이 진실되지 못한 것은 결국 우리 자신의 책임이 아닐런지요.
나는 잠시 에코를 떠나 가벼운 텍스트를 한권 정도 거친 후 <장미의 이름>으로 복귀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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