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구 오기가 발동 하고 과거에 클리어 했었지만 가장 인상에 남았던 RPG게임을 하나 더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포스트 파이널판타지를 제창하며 어쩌면 <파이널판타지 7>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게임 98년 스퀘어(現스퀘어에닉스)사에서 발매한 게임 <제노기어스>는 방대하고 치밀한 네러티브와 뛰어난 게임 디자인, 심도있는 주제로 8년의 세월 동안 저의 기억 속에 사라지지 않는 명작으로 남아 있었지요. 8년 전에는 용산 등지에서 흔히 구할 수 있었던 이른바 서민CD(중국 등지에서 복제한 복제품 게임;엄연한 불법임)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서 플레이 했었고(나름대로의 변을 말하자면 당시에 플레이스테이션은 물론이고 그 게임 조차도 국내에서는 발매가 되지를 않았던 시절이었기에…) 2년 전 쯤에 아내와 일본여행을 갔을 때 BOOK OFF(중고 책, 음반, 게임 판매 체인)에서 중고품 <제노기어스>를 발견하고 500엔(당시 환율로 약 5,000원 그러고 보니 8년 전에 구입했던 서민 CD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서 가지고 있었기에 마음 단단히 먹고 8년 전의 감동을 되살려 보고자 <제노기어스>를 플레이 하기 시작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약 100시간을 투자해서 완벽하게 플레이 했고 지난 1월 16일 대망의 엔딩을 보았습니다. 언젠가 나름대로 <제노기어스>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 해보자고 생각한지 8년 만에 그리고 두 번째 클리어의 감동을 만끽한지 2개월이 지나서야 키보드를 들게 된 것이 한 없이 게으른 나의 성격과 어쩔 수 없는 여러 가지 환경적 요인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제노기어스>는 방대한 이야기 입니다. 인류의 과거와 미래 그리고 그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 군상들 5,000년에 걸친 죽음과 환생 그리고 사랑, 테크놀로지가 이제는 생사여탈을 관장하는 신의 영역을 넘어 버린 그런 세상의 이야기 그리고 종교와 믿음의 초라한 단면 등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면서도 뛰어난 게임성과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플레이어를 빠져들게 하는 매력만점의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류가 어머니의 별 지구를 떠나 먼 항성계로의 여정에 오른 미래, 이민 우주선에 탑재된 두 개의 가공할 기술이 사건의 발단이 됩니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미지의 적을 발견하면 자체적으로 판단해 별 하나 쯤은 손 쉽게 날려 버릴 수 있도록 설계된 대행성 공격 무기 “데우스”와 “데우스”에 무한한 동력을 제공하는 생체 동력 수퍼 컴퓨터 “조할”의 만남이 비극의 시작이지요. “데우스”기동의 첫 실험일, 조할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에너지를 우주로부터 끌어들여 “데우스”에 주입하면서 예상치 못한 무엇인가가 “데우스” 안에 갇혀 버리게 됩니다. 자신이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가려는 그 무엇은 자신을 가둔 우주선의 인간을 공격 하게 되고 대행성 공격 무기 “데우스”에 의해 격침된 이민선은 우주의 어느 곳, 어떤 행성에 침몰하게 되지요. 슈퍼컴퓨터 “조할”은 자멸을 막기 위해 “데우스”와 분리되면서 스스로를 복제한 후손을 남기게 됩니다. 후손은 여성의 모습으로 어머니로서의 “조할”과 무기로서의 “데우스”의 특성을 가지게 되는데 이 여성이 불시착한 행성에 새로운 인류를 만들어 내면서 게임이 시작됩니다.
“조할”이 만들어 낸 어머니로서의 여성 “에리”와 우주 이민선의 유일한 생존자 “칸”의 5,000년에 걸친 만남과 이별, 죽음과 환생이 거듭되면서 이어진 이야기는 그들의 다섯 번째 삶에 그 마침표를 찍게 되는데 그래서 <제노기어스>의 원제목은 < Xenogears Episode V >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을 견디지 못해 생체기술로 수천 년을 살아가며 신이 되고자 했던 남자 “라칸”, 역시 같은 여자를 사랑했지만 죽음 앞에 무력한 자신을 증오하며 육체를 바꿔가며 수천 년을 살아 남아 궁극의 힘을 얻어 세상을 파멸 시키려 했던 “그라프”, 몇 개의 인격 속에 숨어 자신을 속이고 도망하려 했던 “페이”, 그 “페이”의 인격 속에 숨어 있는 그녀가 사랑했던 태초의 남자 “칸” 그리고 이 모든 사랑 싸움에 한 복판에 서있는 어머니 “에리”는 신화와 전설, 역사와 전쟁이란 파란만장한 세월 속에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하는 아름답고 애절한 그러면서도 매력만점의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기본적으로 <제노기어스>의 필드는 3D 그래픽스로 캐릭터는 2D 그래픽스로 만들어져 있지만 자세히 보면 캐릭터들도 입체감을 가지기 위해 몇 장의 2D 이미지를 몇 겹으로 겹쳐 놓아 미술팀이 얼마나 힘든 과정을 겪었는지 실감케 해줍니다. 박진감 넘치는 전투 시스템이나 아기자기한 퍼즐들, 그리고 배틀링과 카드게임으로 양분되는 미니게임들은 게임의 재미를 더욱 배가 시키는 동기를 부여합니다. 비록 두 번째 디스크에서는 많은 부분들이 생략된 채 독백으로 일관하는 <카마이들의 밤> 혹은 <오토기리소우>같은 사운드 노블이 되어 버렸지만 이러한 약점이 어떻게 보면 이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여운을 남긴 것이 아닐까 합니다. 플레이스테이션2 시절에 와서 <제노기어스>는 <제노사가>란 이름으로 타이틀을 바꾸고 3부작으로 탈바꿈 한 채 “에리”와 “칸” 이전에 인류의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지만 아직 완결이 되지 않은 터라 그 이야기의 진면목을 찾기는 힘들 듯 합니다.
이제는 명곡이 되어버린 주제가 “Small Two of Peaces”가 흐르며 엔딩 스크롤이 올라갈 때의 찡한 여운… 그 여운이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의 기억 속에 남아 다시금 <제노기어스>의 세상에 뛰어들게 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간혹 시간이 날 때 마다 에닉스(現스퀘어 에닉스>사의 RPG게임 <스타오션 세컨드 스토리>를 진행 중인데, 발매 당시 호평에도 불구하고 플레이 해 보지 못했던 것이 한으로 남아 발매된지 8년이나 지나버린 추억의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게임은 나에게 어떤 존재일까? 그 해답을 이야기 하기엔 내가 아직 너무 어린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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