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terfly Kiss 21

성혈과 성배

2005/09/21 15:23 도서관/한국어도서
생각이 깊은 기독교인이라면, 예수가 지니는 근원적인 의의는 그가 전파하려 했던 메시지에 있다는 의견에 동의 할 것이다. 그런데 그 메시지가 남편이자 아버지이기도 했던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밝혀진다고 해서 그 가치가 떨어질 리는 없을 것이다. 또한 독신자에게서 나온 것이라고 해서 더욱 타당해질 리도 없을 터이다.

M. 베이젱뜨, R. 리. H. 링컨, 신판<성혈과 성배>, 1996, 런던, 케이프, 서문中

최근 국내외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제대로된 삼류소설(개인적인 생각에) <다빈치 코드>의 영향 때문인지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80년대 이미 번역서가 등장했었지만 당시에 국내 기독교계의 의도적인 방해때문에 그리 주목 받지는 못했었지요. 이번에 재간된 <성혈과 성배>는 1996년 내용상 오류를 수정하고 부록을 첨부했으며 새로운 서문과 종문을 추가한 신판을 기준으로 번역되었고 고유명사 표기의 혼란과 너무나 자주 발견할 수 있는 오탈자를 제외하고는 무난한 번역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성혈과 성배>가 가지는 의미는 대단히 파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서를 종교가 아닌 역사의 관점에서 바라본 수많은 출판물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책이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빈치 코드>를 통해 일반화되어 버린 "십자가에서 죽지 않은 유부남 예수"라는 다소 충격적인 주제를 중립적이고 심도있는 접근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는 <성혈과 성배>는 수많은 지식인들이 오랜 시간 동안 조사를 거듭한 후 발간한 역사의 시점에서 바라본 성서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조금 씩 배껴와 무지한 대중을 가르치고자 했던 싸구려 소설 <다빈치 코드>와 현재 표절 소송이 진행 중에 있기도 합니다.

<성혈과 성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저자들은 이 책의 준비 단계에서 부터 기독교(정확히는 로마황제가 신성화하고 로마황제에 의해 편찬되었으며 로마황제에 의해 공표된 정통 로마기독교)의 교리를 의도적으로 부정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20세기 초, 프랑스의 한 조그마한 시골마을에 존재했었다고 믿어졌던 보물의 존재에 대한 호기심에 조사를 시작하였고, 이 보물이 중세 유럽에서 많은 재물을 모았으나 이단으로 몰려 사라져 버린 성당기사단의 그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이 기사단에 설립과 몰락에 관련된 시온수도회에 대한 조사로 이어지고 시온수도회는 현재에도 존재하며 그 존재목적이 어떤 소중한 혈통의 보존이라는 단서를 잡게 되면서 처음에 생각했던 보물이 단순히 물질적인 것이 아닌 개념적이고 추상적인 혈통에 대한 가계도라는 확신 속에 예수는 십자가에서 죽지 않았을 수도 있고 결혼을 했을 수도 있으며 그 자손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왕족의 혈통을 이루었을 수도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 것 뿐입니다. 물론 10년에 걸친 오랜 조사와 연구가 그 기반이 된 것이고요.

이상하게도 <성혈과 성배>가 출판되었을 당시 예수의 혈통들과 사제로서의 권위를 이양받는 대신 왕으로서의 권위를 부여해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로서의 권력을 부여하기로 합의했고 이를 파기했다고 의심되는 로마 카톨릭은 침묵으로 일관했고 "마르틴 루터"의 종교계혁을 통해 로마 카톨릭에서 분파된 프로테스탄트(성결회, 감리회, 장로회 기타 등등 이른바 오늘날 우리땅에서 할렐루야 제국을 건설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교구들)는 참을 수 없는 이단의 씨앗, 선정적이고 상업적인 가십 운운하며 과거 도미니크 수도회가 자행했던 비인륜적인 종교재판의 부활까지도 성토했을 정도로 심한 반박을 가했었지요.

"움베르토 에코"전집읽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된 성당 기사단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어쩌면 나도 역사와 과학의 선악과라고 하는 두 번째 원죄를 저지른 것은 아닐까 합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진화론 보다는 창조론을 더욱 지지합니다. 아울러 복음서의 내용도 그 가르침도 믿음으로 대하려 최선의 노력을 다합니다. 조물주를 믿고 그 가르침을 믿고 이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나는 하지만 목사님을 믿지는 않습니다. 아울러 목사님의 가르침도 믿고 싶지 않습니다.

성당기사단에 대한 호기심이 이제는 혈통에 대한 호기심으로 바뀌었고 그래서 혈통에 대한 책을 한권 더 짚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싸구려 소설 <다빈치 코드>에서도 인용되고 있는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원제 : <옥합을 든 여인>)를 거치고 다시 에코 프로젝트의 마지막에 있는 신판<장미의 이름>으로 복귀할 생각입니다. 과연 혈통에 대한 미스테리, 그 한복판에 서 있는 "옥합을 든 여인", 그녀는 누구일까요? 진실은 너무나도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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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1 15:23 2005/09/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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