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terfly Kiss 21

움베르토 에코 전집읽기 프로젝트 ~푸코의 추~

2005/05/20 11:16 도서관/한국어도서
만일에 우리의 가설이 옳다면 성배는...... 그리스도의 피를 받은 후예였고, 이 <왕통>의 수호자가 바로 성당기사단이었다......, 동시에 성배는 글자 그대로 예수의 피를 받아 담은 그릇이었을 것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막달라 마리아의 자궁이었던 것이다.

- M. 베이젱뜨, R. 리. H. 링컨, <성혈과 성배>, 1982, 런던, 케이프, 14장

FujiFilm FinePix S1 Pro / AF Nikkor 50mm F1:1.4 D / Metz 45 CT-1

<푸코의 추>를 완독 했습니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중 가장 난해하고 어렵다고 알려진 <푸코의 추>를 돌파한 것이 이제 팔부능선은 넘은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이 소설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로마 교황청은 공식 미디어를 통해 "신성 모독과 폭력, 냉소주의로 가득 찬 음탕한 쓰레기"라고 즉각적인 비난을 퍼부었고 얼마 전 선종한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조차 공식 강론에서 이 책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을 정도로 문제를 일으킨 소설이기도 하지요.

"움베르토 에코"는 영리한 사람입니다. 그는 자신의 소설에서 작가의 존재를 지워 버리는데 능숙한데 첫번째 소설인 <장미의 이름>에서는 소설의 도입부를 통해 이야기가 멜크의 수도사 "아드소"가 썻다고 "마비용"이 주장한 것을 "뱅자민 발레"가 옮겨 적은 것으로 작가의 존재를 희석시켰으며 역시 두 번째 소설인 <푸코의 추>에서는 주인공 "까소봉"이 "야코포 벨보"의 백부의 집에서 이틀전 파리의 국립공예원에서 보낸 하룻밤을 뒤돌아 보며 그날 밤 하루 전 "벨보"의 아파트에서 지난 십여년 간의 일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니 초입부터 뭐가 뭔지 어디가 어딘지 전혀 알 수 없는 미궁 속에 몸서리를 칠 수 밖에 없는 노릇이지요.

지난 일천년을 아우르는 시간에 유럽을 지배했던 밀교와 비밀결사, 은비학과 수비학 그리고 세계정복의 비밀이 마치 실존 하는 것 인 양 디테일하게 묘사되며 그 엄청난 정보량의 압박은 독자를 거의 미치게 만들도록 합니다. 하지만 원작자인 "에코"는 이렇게 말합니다.

"만일 내가 영화 감독으로서 어두운 장면을 연출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그 장면에서 어두움이 어떤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내가 이 작품에서 온갖 신비로운 마술과 생전 처음 듣는 이름들을 늘어놓는 것은 독자가 유식한 학자여야 한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이상스런 마술들에 둘러싸여 참을 수 없을 만큼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을 강렬하게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나 자신도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경우가 많다."

결국 작가는 <푸코의 추>에 등장하는 모든 컨텐트에 대한 이해를 촉구하는 대신 이야기의 분위기를 자아내게 하는 하나의 장치로서 이용된 기교라 설명하지만 그 기교가 너무나도 정교하고 정밀하기에 독자들은 그것이 이 책의 본질이라 착각하기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런지...

결국 진실은 없고 맹신만이 존재하는 현대사회에서 하나님을 믿지 않는 다는 것은 모든 것을 믿는다는 반어법 속에 드러내는 조소와 조롱이 이젠 유럽을 넘어 전세계를 아우루는 로마 기독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은 아닐까 합니다.

결국 믿음이란 무엇일까요? 인간이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존재일까요? 아니면 누군가가 우리의 귀를 막고 입을 봉하고 눈에 색안경을 끼워 놓은 것일까요? 아니면 우리들 스스로가 각박한 봉인의 길을 선택한 것일까요? 그래도 세월은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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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0 11:16 2005/05/2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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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과일가게 님의 글입니다.

    푸코의 추가...에코의 소설 중 가장 난해한 소설이라는 데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만....정말 재밌죠. 갈수록 해결이 안보여서 갑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사진 정말 멋있게 찍으셨어요.

    • akane 님의 댓글입니다.
      2009/11/23 15:52 고유 링크 수정/삭제

      맞습니다. 에코의 소설 중에 저 개인적으로도 푸코의 추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열 번 이상을 읽어도 읽을 때 마다 새로운 것이 어쩌면 그 방대한 텍스트의 정보량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요즘은 신간인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을 읽고 있지만, 과거 장미의 이름이나 푸코의 추에서 보여주었던 에코의 강단이 많이 죽어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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