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17일 <사진으로 만나는 사람>

취미생활을 하다 보면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된다. 물론 사진도 예외는 아니다. 나이도 성격도 직업도 각양각색이지만 사진을 보다 진지하게 바라보고자 하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뭉치게 되는 것이다.

PC통신 시절부터 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온라인 커뮤니티 생활을 해왔고, 그 동안 온라인 커뮤니티는 빛 좋은 개살구이며 소수의 독불장군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짧은 기간 안에 화기애애한 커뮤니티를 조져 놓는가를 수도 없이 반복해서 보아 왔기 때문에 이제 염증을 느끼고 있다고 해야 하나?

그러던 차에 아내의 권유로 인사반에 들어가게 되었다. 딱히 사진을 업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진을 제대로 배워 본 적도 없으니 강좌를 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권유로 시작된 인사반 생활은 요즘 온라인 커뮤니티의 딱딱하고 권위적인 문화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던 나에게 진정한 커뮤니티의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준 기회가 되었다.

인사반에서 사진은 두 번째로 중요하다.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하기 위해 자주 모임을 갖는다. 물론 사진을 찍는 모임은 아니다. 수업이 끝나면 매일 밤늦게 까지 술자리를 가지고, 서로의 집에 놀러가기도 하고 스튜디오에서는 사진 찍는 시간 보다 이야기 하는 시간이 더 많다.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마음을 열 수 있는 준비가 되었을 때, 비로서 사진이 시작된다. 제대로 된 사람사진은 카메라, 조명, 필름의 레티튜드 그리고 예쁘장한 모델만으로는 만들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할 때 비로서 인물사진이 시작된다. 그래서 인사반은 전문 모델을 사용하지 않는다. 서로가 돌아가며 모델이 되고 또 위치가 바뀌어 사진사가 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적정노출, 계조, 디테일, 발색이 사진의 수단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절대 판단 기준이 될 수 없음을 느낀다. 그리고 언제나 빠지지 않는 숙제 바로 “부모님 사진 찍기”를 통해 배운 것을 다시 꺼내 놓게 된다.

Hasselblad 503cx / Carl Zeiss T* CF 80mm F1:2.8 / Kodak E100VS

2003년 3월 인사반18기@studio hani


언젠가 인사반 18기 시절,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기념사진 한 장 찍자고 해서 스튜디오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청바지에 흰색 티셔츠를 입는 컨셉 이었는데 전달이 잘 되지 않아 복장불량자도 눈에 뜨인다. 그리고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 다시 단체사진 원고를 꺼내 본다.

사진은 남들 앞에서 가오를 잡거나 누구를 가르치려고 찍는 것이 아니다. 사진을 통해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 주고 또 그들로부터 나누어 받기 위함이다. 너무나 당연하고 소박하기에 쉽게 알아채지 못 할 뿐이다...


10/17 22:11
"2003년 10월 10일 <식스판(브로니판)의 매력>

6X6이란 판형은 사진작업을 하시는 분들에게도 생소한 포맷이 아닐까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135(35mm:3.6cmX2.4cm)필름은 독일의 라이츠(現라이카)사가 카메라를 더욱 작게 만들기 위해 영화용으로 사용하는 필름을 스틸 카메라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제안한 것이며 실제로 이 포맷은 큰 성공을 거두어 수십년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아왔다.

135가 대중에게 사랑받기 이전에는 8인치X10인치 나 4인치X5인치 크기의 어마어마하게 큰 대형 쉬트 필름이 많이 사용되어졌고 2차 세계대전 이후에 120(브로니판) 중판 카메라가 큰 인기를 얻은 적도 있었다.

8X10이나 4X5 혹은 120판형과 135판형의 차이는 필름의 크기라고 할 수 있겠는데, 필름의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고운 입자와 디테일한 계조 그리고 확대를 해도 입자가 돌출되는 현상이 없기 때문에 135판이 대세인 지금에서도 광고, 상업 스튜디오에서는 120 이상의 크기를 가지는 중,대형 판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필름의 크기가 커져 정밀 묘사가 가능해짐에 따라 중판 이상의 카메라들의 렌즈 품질 역시 135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정보량을 소화해 내야했고 그 때문에 렌즈 자체의 품질이 좋고 가격도 고가인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4X5이상의 대형 카메라(업계에서 불리우는 통칭 원판사진)는 풍경이나 스튜디오 초상사진에 많이 사용되고 120(브로니판) 중형 카메라는 패션이나 웨딩, 광고 사진에 많이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나는 브로니의 표준판형이라 할 수 있는 식스판을 좋아한다. 6cmX6cm라는 넉넉한 필름면적과 가로, 세로의 변화가 없는 정사각형의 프레임이 박진감 넘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필름의 판형이 커지면 커질 수록 카메라의 크기도 커지고 카메라의 크기가 커질 수록 카메라를 휴대하기 어렵게 되고 또 촬영에 많은 주의가 요하게 되면서 사진작업에 꽤나 끈질긴 노력과 시간이 요구되어지기 마련이다.

때로는 이런 귀찮음이 사진작업을 보다 진지하게 하기도 한다. 쉽고 빠르지는 않지만 약간의 인터벌을 가지고 여유롭게 촬영에 임할 수 도 있고 어쩌다 의도한 대로 이미지가 창조되었을때 결과물의 품질은 135에서는 맛보기 힘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Hasselblad 503cx / Carl Zeiss T* CF 80mm F1:2.8 / Fujichrome RDP III

2002년 8월 porori@studio hani


꼭 120이상의 카메라를 사용해야 작가가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끔씩은 중형이 만들어 주는 사진이 매력적인 것만은 사실이다.
10/10 10:30
"2003년 9월 30일 <사진쟁이와 사진가>

최근 몇년 사이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 난 것 같다. 디지탈 카메라가 대중화되면서 DP점을 들락거리지 않아도 사진을 바로 뽑아 볼 수 있고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사진을 손쉽게 전시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오랜기간 동안 은염으로 사진을 만들어 오신 분들은 디지탈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디지탈 카메라로 사진을 시작한 분들도 은염사진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질감과 묘사력에 매력을 느껴 은염사진을 시작하게 되고 현란한 멤버체인지에 카메라 제조업체들만 배가 부르는 것이 아닐런지...

열명이 모이면 그 중 한 두명은 꼭 카메라를 가지고 있고 나름대로의 작품(?)활동에 여념이 없게 마련이다. 하지만 사진의 대중화가 이루어진 지금에서도 파인아트로서의 사진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몇몇 작가들만의 전유물이 아닌가 싶다.

나는 꼭 프로페셔널 사진사 혹은 예술혼에 불타는 작가들만이 사진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분들은 취미로 사진을 찍는 나같은 사람과 다른 목적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다. 먹구 살기 위해서든 또 다른 이유가 있어서든...

어쩌면 사진업과 등진 그야말로 취미로서 사진작업을 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말 그대로 파인아트라는 영역에 진입하기 딱 좋은 위치에 서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물론 쉽지는 않은 이야기겠지만

올초에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여성지, 패션지의 화보를 담당하는 대형 상업스튜디오 디렉터의 특강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분 왈 "프로사진사라고 해서 여러분과 다를 것이 없다. 다른 것이 있다면 촬영에 필요한 경비와 시간이 더 주어질 뿐이다."라고 한다.

사실 그게 전부 아닌가? 취미로 사진을 찍는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을 여유도 경비도 없기 때문에 매일 골목길이나 찍어야 하고, 지나가는 여자분들 뒤통수나 찍어야 하는것이 아닌가? 가진 것이 카메라와 열정 뿐이라 내 마음 속의 이미지를 끌어낼 기회 조차 부여받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최근 아마추어 사진을 접할 때 이런 생각에 회의를 느끼곤 한다. 양적으론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지만 결국 사진가가 아닌 사진쟁이가 되버린 아마추어 사진사들의 모습이 나를 힘들게 한다.

이미지의 창조라는 거창한 제목은 차제에 두고서라도 기본적인 노출 시스템을 이해 하는지 못하는지 의도한 사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잡는 격으로 백장에 천장에 만장에 한장 건져낸다. 그러니 사진의 느낌이나 표현을 이야기 하기가 어렵다.

사진에 글자 집어 넣는 타이포를 남발하고 사진 이어 붙히기에 음악까지 걸어 논다. 댓생도 제대로 안되는데 추상화 그리는 모양세다.

이러니까 프로페셔널들 한테 무시당하는 거다. 니들하고 우리하고 똑같은데 왜 니들은 안돼냐... 이런 말 듣는거다. 기분나쁘지 않은가?

나 자신 부터가 이런 문제에 떳떳하지 못하기에 더욱 기분이 나쁘다...

이제 더 이상 쪽팔리게 사진 하지 말자. 목수는 연장을 다룰 줄 알기에 자유로운 거다. 표현에 필요한 테크닉을 정확히 이해해야 자유자재로 사진을 구사할 수 있는 거다. 아무 생각 없이 남발하는 사진을 자유라 하지 말자.

MINOLTA FLASH METER V


L카메라 모임인 L클럽의 대문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이곳은 L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무언가를 얻기 위해 자신과 맞서는 그런 사람들의 모임이다."

맞서자 그리고 얻어내자...
09/30 18:17
"2003년 9월 26일 <유명인사진>

나는 작가도 아니고 업으로 사진을 찍는 프로페셔널 포토그래퍼도 아니다.

사진과 전혀 상관 없는 일을 함은 물론이려니와 거창하게 작품활동이라 부를 만한 작업을 하기에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지 않은 그냥 보통의 평범한 민초라 할 수 있다.

이런 나에게도 가끔은 유명인의 사진을 찍을 기회가 오곤 한다.

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일본의 여성 3인조 중창인 "소녀대"를 촬영해 본적이 있고, 게임관련 케이블 TV에 진행자로 출연하는 "최은지"씨를 촬영해 본적 있다.

그리고 어릴적 열렬한 팬이었던 만화 <루팡 3세>의 원작 만화가인 "몽키펀치"의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본인의 만화를 홍보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을 때 사인을 받으며 사진을 찍어도 괜찮겠느냐 물었는데, 흔쾌히 허락하셔서 가지고 있던 컴팩트 카메라로 촬영하게 된 것이다.

어릴적에 "OUT"이나 "아니메쥬"(뉴타입 같은 잡지는 창간되기 전이었음)의 작가 소개나 인터뷰란의 사진을 통해 보아왔던 "몽키펀치"의 모습에서 한 20년은 더 나이가 들어버린 모습이라 팬과 함께 늙어 버린 만화가의 모습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음은 물론이려니와 서글서글한 인상과 소박한 차림세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만화가라는 인상보다 그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감님의 모습처럼 느껴진다.(내가 정기적으로 DVD타이틀의 리뷰를 기고 하고 있는 홈 시어터 전문지 HIVI의 일본어판에 이 사람의 홈 시어터 시스템과 리스닝 룸이 소개된 적이 있다. 몽키펀치는 내가 상상한 것 보다 훨씬 더 부자였다.)

어떤 사람이 이토록 뛰어난 네러티브와 위트 그리고 미려한 화풍의 만화를 그릴 수 있을까 생각해 왔지만 막상 본인을 실제로 만나고 보니 그냥 웃음만 나왔다.

샤넬 향수로 유명한 "코코 샤넬"이나 "알베르또 까뮤"와 같은 당대의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사진을 남긴 "앙리 까르띠에 브뢰송"의 유명인 사진에 비해 소박하지만, 몽키펀치의 사진은 나의 소중한 원고로 남겨질 것 같다.

Yashica T5D / Konicachrome Centuria 100

2002년 5월 남산에서...


가끔은 꿈이 현실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09/26 11:30
"2003년 9월 23일 <名品과 똑딱이>

Nikon 35Ti & Leica minilux


내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만 해도 카메라는 그리 흔한 물건이 아니었다. 수학여행이나 소풍이라도 갈라치면 사진관에서 하프사이즈카메라(35밀리 필름을 절반으로 나누어 쓰는 카메라, 지금은 생산 안됨)를 몇천원에 빌려 오는 친구가 대부분이었던 시절이었다.

우리나라에 건설경기가 좋았던 70년대, 중동에 일하러 가셨던 분들이 가지고 들어온 "펜탁스 MX"나 독일에 광부로 간호원(당시에는 간호원이었음)으로 다녀오신 분들이 가지고 오신 "롤라이"정도만 가지고 있어도 큰 자랑이 아닐 수 없었던 시절... 어쩌면 지금 처럼 아쉬움 없는 포토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것도 다 그분들이 열심히 일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먹고 살고 남아서 다른 나라 도와줄 정도가 되니 카메라 가지고 있는 것이 그다지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집집마다 카메라 한 두대 정도는 가지고 있고 식당에서 생일파티만 해도 점원들이 디지탈 카메라로 기념사진을 만들어준다. 카메라 한대 사면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쓰는 것이 아니고 신제품이 나오면 아쉬움 없이 접고 새것을 구입한다.

특히 요즘 처럼 디지탈 카메라가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시절이 되니 주위에 이런 광경을 어렵지 않게 보게된다.

주말에 종묘공원이나 경복궁에 나가보면 사진 좀 하신다는 분들이 묵직한 일안리플렉스 카메라에 삼각대를 메고 라이카 베레모와 사진협회 회원증을 가슴에 단 탐락 촬영 조끼를 입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떤 분들은 라이츠판 135도 모잘라 120의 마미야, 팬탁스, 핫셀블라드를 들고 있기도 하고 4*5인치 쉬트필름을 사용하는 필드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도 한다.

카메라가 무거워 지면 무거워 질수록 사진의 장수는 그만큼 줄어든다고 할 수 있다. 일례로 일전에 한번 얼굴을 비쳤던 모 사진모임에서 콘탁스와 팬탁스 중형을 들고 나오셔서 사진 한장 안찍고 뒷풀이자리에서 카메라 펼쳐놓고 화려한 라인업만 자랑하다 가시는 분도 봤다.(아직도 그 아저씨 사진 못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진 이십년 찍었내, 삼십년 찍었내 하시는 분들 보다 똑딱이 카메라로 마구 갈겨댄 여중생들 사진이 더 느낌이 좋다. 고급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노출에 대한 지식이 해박 한 것도 아닌데 많이 찍고 많이 쏫아 내다 보니 가슴 속에 이야기가 사진으로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똑딱이는 위대하다.

똑딱이... P&S카메라, 말그대로 겨누고 쏴버리기만 하면 되는(Point & Shoot)카메라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똑딱 똑딱 셔터버튼만 누른다고 해서 똑딱이라고 부르는데, 가볍고 사용이 간편해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사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똑딱이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입학식, 졸업식, 야유회에는 여지없이 등장하는 카메라...

한동안 똑딱이는 사진 한다는 사람들에게 없수이 여김을 받아왔다. 일단 뽀대가 안나고 흐리멍텅한 렌즈와 대강 두들겨 맞춘듯한 측광 시스템, 확대하면 뭉개지고 조금이라도 어두워지면 홀라당 발가벗겨지는 성능이 눈에 차지 않았을께다...

그래서 카메라 만드는 회사에서 이런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털어갈 똑딱이 카메라를 만들어 냈다.

<名品>... 이란 부제가 항상 따라다니는 고급 똑딱이들, 럭셔리 하고 정확하며 날카로운 묘사력으로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놀림거리가 아니라고 당당히 일어섯다. 그리고는 무지막지한 가격으로 사진 좀 하신다는 분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다.

흔히들 말하는 고급똑딱이 "니콘 35Ti"가 있고 "미놀타 TC-1", "리코"의 GR시리즈, "콘탁스"의 T시리즈가 있고 그리고 절대지존 "라이카"의 미니룩스가 있다. P&S카메라의 소형경량화를 계승하면서 렌즈의 품질은 기함급 SLR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정확한 자동초점과 정확한 전자 노출제어 시스템은 주머니 속에서 나온 카메라로 촬영된 사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최고의 사진을 만들어 준다.

나는 똑딱이를 사랑한다. 내가 처음 만져 본 카메라도 똑딱이고 지금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도 똑딱이다. 그리고 나 역시 명품 똑딱이의 유혹에 영혼을 팔아버린 펭귄 중 한 사람이다. "코니카 빅미니"를 시작으로 "콘탁스 T2" 그리고 지금은 "라이카 미니룩스"를 사용한다. 하지만 적어도 사진에 있어서 세상은 공평하다. <명품>똑딱이를 사용한다고 해서 결코 <명품>사진이 나오는 것이 아님을 그리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라이카를 사용한다고 결코 라이카가 될 수 없음을 사진을 통해 알게된다. 카메라는 목적에 의해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기계에 불과하다. 그 기계를 지배해서 내 속에 울컥 솟아오르는 감정을 쏫아낼 것인지 아니면 카메라의 지배를 받아 뒷풀이 자리에서 여러사람 앉혀놓고 말도 안되는 뻐꾸기를 날릴 것인지 그것은 생각의 차이이고 사진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아닐런지...

36mm*24mm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에도 꿈은 얼마든지 그려낼 수 있다. 그래서 <명품>의 의미는 변해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09/2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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