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 27일 <레뷔35cc/치논벨라미, 20년만의 부활>첫경험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다.
처음 버스를 탓을때, 처음 영화를 보았을때, 처음 사진을 찍어 보았을 때...
기억을 더듬어 올라가면 내가 처음으로 사진을 찍었던 카메라가 생각난다. 1976년, <캐논 레인지파인더 A35 데이트룩스> 당시 우리나라에 카메라는 고가품이었고 정상적으로는 수입도 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사 온 사람에게 비싼 값을 주고 구입했다고 하는데, 이 카메라로 좋은 사진 많이 찍었던 기억이 있다.(내장 스토로보가 동작하지는 않지만 지금도 나는 이 카메라를 사용해 사진을 찍는다.)
광주민주화 항쟁이 있었던 1980년 독일에 가셨던 아버지께서 가지고 오신 컴팩트 카메라 <REVUE 35cc>야 말로 처음으로 내가 소유해 본 카메라가 아닐런지...
당시로서(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는 컴팩트 바디(담배갑 크기)에 착탈식 전용 스토로보를 가지고 있고 특이하게도 렌즈가 바디 안으로 쏙 들어가기 때문에 휴대도 간편하고 만듦새도 아주 좋아 다른 친구들이 <올림푸스 펜 EE-3>를 가지고 다닐때 난 레뷔라는 이름의 이 생소한 카메라(당시에도 지금도 레뷔라는 브랜드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물론 독일과 유럽에선 꽤 인지도 있는 브랜드지만)를 애용했다.
20여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일회용 종이 카메라에서 린호프 테크니카나 지나 같은 4*5인치 대형카메라 이르기 까지 온갖 종류의 카메라를 사용해 오면서 레뷔는 책장속에 처박혀 버렸다.
그리고 2001년 다시 레뷔를 꺼내 들었을때 이미 전용 스토로보는 온데 간데 없고, 렌즈 도어의 한쪽은 스프링이 부러져 덜컥거렸으며 렌즈 전면 패널마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노병은 초라한 모습으로 다시 한번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배터리를 교체하고 36컷트 용량의 코닥 수프라 필름을 한롤 장전하고 거의 매일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다녔다. 열흘에 한컷, 한달에 한컷... 그렇게 한롤의 필름을 모두 사용하는데 1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나버리고 어제 현상된 1년 전의 이미지들은 뭐라고 말해야 하나? 충격적이었다고 해야하나?
사진의 느낌을 떠나서 카메라가 가지고 있는 그 렌즈의 품질이 내가 이넘을 왜 20년간 잊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수했던 것이다.
최고의 소형 레인지 파인더라고 알려진 <올림푸스 XA>보다 월등히 뛰어났고, 칼짜이스 소나 렌즈를 탑재한 <롤라이35SE>나 칼짜이스 테사렌즈를 탑재한 <콘탁스T2>에 필적하는 이미지가 나와버린 것이다.
|
REVUE 35cc / Kodak Supra 100 |
2003년 6월 |
"어머나 세상에!"
그래서 <REVUE 35cc>라는 카메라에 대해 조사를 해보기 시작했다. "너는 도데체 누구냐?"
레뷔는 독일 브랜드이기는 하지만 80년대 당시에 판매된 레뷔의 카메라는 대부분 일본산이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바르다사가 레뷔에 OEM납품했고 요즘들어 제2의 전성기를 구가 하고 있는 고성능 로커렌즈(라이카와 미놀타 합작품)를 탑재한 미놀타의 하이매틱도 레뷔브랜드로 독일과 유럽에 판매되었었다.
그리고 문제의 <REVUE 35cc>는 일본 치논사의 <벨라미>의 유럽버전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독일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구할 수 없는 벨라미(이태리어로 나의 아름다운 친구 정도 될 것 같다.)는 일본의 사진인들 사이에서 지금도 적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구할 수 만 있다면...)
치논역시 도산하여 미국 코닥사로 넘어간 상태였고 이제는 레뷔역시 독일에서 그다지 크게 잘 나가는 편이 되지 못하고...
35mm F1:2.8 치논렌즈, 목측식, 자동노출...
그리고 오늘 새롭게 일포드의 초미립자 흑백필름을 한롤 건다. 25년 이상 사용하고 있는 <캐논 A35 데이트룩스>그리고 치논 벨라미의 유럽버젼인 <REVUE 35cc> 이제 135 은염카메라는 멸종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일반화되어버린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의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일본 고물카메라 사이트에 공개된 치논 벨라미의 모습 |
디지털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리라는 맹신은 잠시 잊어버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