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19일 <잘나고 똑똑한 사람들의 세상>나는 잠실에서 어린시절의 대부분을 보냈다.
나는 시멘트 블록같은 조립식 서민아파트와 새마을 시장, 그리고 한강 개발을 위해 쌓아놓은 거대한 모래언덕을 기억한다.
80년대 부터 불기 시작한 부동산 열풍은 결국 서민들의 삶터였던 잠실까지 몰아 쳤고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을 거치면서 유랑극단이 공연하던 재래시장에는 룸살롱과 나이트 클럽이 들어서고 재래상인들은 조직 폭력배들에게 쫓겨나 버렸으며 대규모 유락시설과 대형백화점에 이어 마침내 재개발이란 판에 박힌 정책이 잠실이란 두글자에 마침표를 찍어 버렸다.
13평짜리 연탄 아파트가 3억, 4억, 5억을 호가하고 각 아파트 단지마다 "경축 재건축조합 결성", "환영 재개발 환경 평가단 방문" 등의 배너들이 나부끼는 것을 볼때 마다 뭔지 모를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재개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저 집값만 올라간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것 같은 주민들, 그 주민들 부추겨 바람 한번 일으켜 보려는 업자들, 그 업자들 등에 업고 뭉칫돈 불려 보려는 선수들, 그 선수들 흉내내서 이웃을 따돌리려는 개미들...
그들이 잠실을 내 기억 속에서 지워 버리려고 한다. 밑돌 빼서 윗돌에 올리고 서로 서로 모가지 틀어 잡고 누가 먼저 올인하나 비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절로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세상 물정 모르고 고지식하게 살려고 하는 나만의 삐딱한 생각일까?
벌써 원주민들 이주가 시작되었고 내 기억속에 서민 아파트는 이제 영영 볼 수 없게 된다. 대신 평범한 월급 쟁이 20년치 급여를 모두 합한 것 보다 높은 가격의 대형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고 교통난은 더욱 심각해 질 것이고 없는 사람들은 또 내몰리고 그 자리에 도로가 피트니스클럽이 멀티플렉스극장이 생기겠지...
그리고는 또 다른 이의 고향일지도 모르는 곳에서 같은 일이 계속 해서 반복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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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ympus Camedia 2100Uz / 2001년 봄, 잠실 |
2001년 봄, 두번 다시 볼 수 없을 모습이라는 생각에 사진을 남겼다.
그리고 2004년 그 생각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난 내일 광화문에 간다. 세상이 한심하게 굴러가는 걸 그저 바라만 보는 것이 너무나 힘겨운가 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