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2월 16일 < PlayList_20050216 >내가 중고생이었던 시절에는 음악감상이란 것이 나름대로 고급스러운 취미였던 것 같다.
우선 집에 레코드를 들을 수 있는 콤포넌트 시스템이 없었고 그래서 좋아하는 가수의 음반을 구입하면 음향기기가 있는 (나름대로 부잣집)친구집에 들고 가 듣고 다시 집으로 들고 오고 그런 식으로 음악을 들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음악감상이란 것이 자랑 거리도 아니고 또 음악 안듣는 사람도 없다. 아날로그 방식의 예전의 비닐 레코드는 사라지고 디지털방식의 "컴팩트 디스크"가 등장했으며 이젠 손가락 두개 정도 크기 밖에 안되는 고성능 디지털플레이어나 디지털플레이어 기능이 합쳐진 휴대용 전화기에 음악을 다운로드시켜 주머니에 넣고 들고 다니기 때문에 장소와 시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음악을 즐기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이 음악듣는 사람은 예전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 났는데도 음반시장은 불황에 허덕이다 못해 아사직전의 상황이고 이른바 대박 음반이란 빅타이틀의 판매량도 과거의 1/3에 미치지 못한다고 아우성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다시피 음악을 듣는 사람은 많아졌는데 이젠 음악을 돈을 내고 사서 듣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음악저작물에 대한 권리가 희박해 졌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에도 이런 경우는 있었다. 친구의 음반을 빌려서 듣거나, 카세트 테잎으로 복제를 해서 듣거나 동네 레코드가게(이제는 거의 사라졌지만)에서 원하는 곡만을 뽑아서 카세트 테잎에 넣어서 판매하기도 했었다. 물론 엄연한 불법이다. 사람이 살다 보면 꼭 규칙과 규범 안에서만 움직일 수 는 없는 노릇이고 나두 이런 식으로 음악을 복제해서 들었던 경우가 많다. 음악 저작권자들도 그 정도는 애교로 보고 그다지 문제 삼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예전 처럼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고음질로 인코딩된 MP3파일은 P2P와 같은 파일 공유 플랫폼과 고속 네트워킹을 통해 하루면 수천만명에게 전파된다. 자신의 블로그에 음악을 수십, 수백곡 씩 걸어놓고 광빨을 낸다. 물론 이런 블로그엔 방문자도 많다. 남의 것을 도둑질 했으면 행여나 들킬까봐 몰래 몰래 듣는 것도 아니고 마치 큰 벼슬이나 한 것 처럼 여기 저기 선심쓰며 더 많이 복제 해 주지 못해 안달이 난다.
이러니 음악 권리자들은 눈이 뒤집힐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저작권법이 날이 갈수록 치졸해지고 각박해지는 것이다.
들을 만한 음악이 없는데 무슨 저작권 행패냐 반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유가 어찌되었건 일차적으로 도둑질 한 사람이 가장 나쁜 사람이다. 클래식 시장이나 재즈시장은 이제 산 입에 거미질 칠 수준인데 정말 들을 만한 음악이 없어서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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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난 음악을 듣는다. 할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만큼 음반 구매에 돈을 지불한다. 어떤 사람은 미쳤다고 한다. 음반을 돈을 주고 사다니 병신 소리도 듣는다. P2P가면 자료실 가면 널렸는데 뭐하러 삽질하냔다. 그래서 음반사들이 자빠지면 작곡가도 작사가도 가수도 연주자도 자빠진다. 자켓을 디자인 하는 회사도 쓰러지고 음반을 프레스하는 공장도 쓰러진다. 프레스 기기를 납품하는 제조사도 없어지고 그 회사에 제조기기를 납품하는 회사들도 망한다. 그럼 어쩌면 그 납품회사에 솔루션을 판매하는 나의 작장도 없어지고 나두 실업자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병신 소리 들으면서도 아날로그 시절에 했던 것 처럼 음악을 듣는다. 요즘은 집에서 레코드를 걸고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구입한 컴팩트 디스크의 음악을 모두 컴퓨터로 다운로드해서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 꺼내 듣던지 휴대용 디지털플레이어에 다운시켜 출퇴근 시간에도 듣는다.
요즘은 일본의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주로 듣기 때문에 플레이리스트에 관련 앨범들만 집어 넣고 있다. (사진에는 어째 "Tommy February 6"가 나와 있는데 복고풍 쿵짝 테크노이긴 하지만 언더는 아닌...) 어쩌면 내가 하고 있는 방식이 많이 틀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짜피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사는거 아닌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