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terfly Kiss 21

사토미팔견전 / 里見八犬伝

2008/01/04 13:36 영화일기/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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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983, 深作欣二 / 角川映画 / 里見八犬伝

지금으로부터 약 백 년 전,

우리들의 조부는 “사토미 요시자네(里見義)”공을 도와 “히키타 사다카네(田定包)”의 성에 쳐들어갔다. 당시, “사다카네”는 희대의 요부 “타마즈사(玉梓)”의 주색에 빠져 주지육림의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때문에 “요시자네”공은 빈곤에 고통 받고 있던 백성들의 바람에 따라 “사다카네”토벌군을 일으켰던 것이다. “사다카네”는 결국 목을 내놓았지만, 요부 “타마즈사”는 마지막까지 저항하다 무서운 저주의 말을 토해 내었다.

“네 이놈 요시자네 자자손손의 후대 까지도 사토미 집안을 저주하겠다.”

그 저주 때문인지 곧 사토미성은 이웃 나라의 군사에 포위 되어 함락 일보 직전까지 몰리게 되었고 힘에 부친 “요시자네”공은 키우고 있던 개 “야쓰후사(八房)”에게 적장의 목을 가져온다면 “후세공주(伏)”를 아내로 주겠다고 푸념했다.

“아바마마 야쓰후사는 보통 개가 아닙니다!”

그날 밤 “야쓰후사”는 훌륭하게 적장의 목을 가져왔고 싸움은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푸념으로 이야기 했던 빈말이라도 군주인 자의 말은 거짓이 되어서는 아니 되었고 “후세공주”는 “야쓰후사”에게 몸을 맡기고 성을 떠나게 된다.

“이것이야 말로 틀림없는 “타마즈사”의 저주아닌가?”

개에게 공주를 떠나 보내고 면목이 없었던 우리들의 조부는 철포대를 이끌고 산속으로 “야쓰후사”를 쫓아갔다. 하지만 철포대의 탄환은 “야쓰후사”를 감싼 “후세공주”의 몸을 관통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때 공주의 몸에서는 여덟 개의 구슬이 빛과 함께 튀어 나왔고 공주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슬퍼하지 마세요. 백 년 후, 이 빛나는 구슬은 여덟 명의 검사가 되어 사토미(里見)의 공주를 도와 타마즈사의 저주를 쳐부술 것입니다. 나는 이를 위해 태어나 이를 위해 죽을 운명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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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983, 深作欣二 / 角川映画 / 里見八犬伝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22년 정도 전 이었던 고교생 시절이었고 당시에는 불법복제 비디오 카세트가 일반화되어 있던 시절이라, 동네 단골 비디오 대여점 점장의 추천으로 손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짬바라영화(일본의 칼싸움 영화)라면 “구로자와 아키라”감독의 <요짐보>나 <7인의 사무라이>를 생각하고 있던 나는 <사토미팔견전(里見八犬)>을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금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현란한 액션과 특수촬영, 영어가사로 된 록음악 주제가 등, 그 때까지의 시대극과는 다른 신선한 아이디어와 풍성한 이야기가 대단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 때의 그 비디오 카세트는 대여점으로 회수되었고 그리고 십 수년이 지나도록 <사토미팔견전>을 추억하며 지냈습니다. 런닝 타임이 140분 가량이었기 때문에 120분향의 비디오 카세트에는 오프닝 일부와 엔딩이 모두 잘려 있었지만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조악한 불법 비디오였음에도 불구 하고 번역이 대단히 뛰어 났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러다가 지난 ’98년 경 일본의 유료 위성채널 JSB-3 WOWOW에서 시청자의 인기 투표로 구성된 일련의 영화들을 방영했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다시 <사토미팔견전>을 보고 불타 올라 버렸습니다. 이 번에는 첫 시청 시에 보지 못했던 오프닝과 엔딩이 고스란히 수록된 온전한 릴리즈였기에 더욱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결국 일본 HMV에서 DVD를 구입하게 되었고 구입 후 사실상 시청하지 않고 모셔만 두었던 것을 얼마전 DVD플레이어의 1080i 업스케일링 화면을 테스트 하면서 다시 보게 되었는데 중간에 도저히 끊을 수 없어 결국 마지막까지 완청하기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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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983, 深作欣二 / 角川映画 / 里見八犬伝

이야기는 이 글의 처음에 적어놓은 전설의 마지막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요부 “타마즈사”는 “사토미 요시자네”에게 불타, 죽임을 당한 후, 악령 “미타마”(悪霊霊様)”의 힘을 빌어 그녀와 함께 불타 죽은 아들 “히키타 모토후지(田素藤)”와 함께 요괴로 환생하고 사토미 성을 함락한 뒤 그 일족을 참살하지만 막내 딸 “시즈공주(静姫)”를 놓치고 맙니다. “시즈”는 “타마즈사/모토후지”의 어둠의 군사들의 눈을 피해 숙부인 “무사시(武)”집안으로 피신하려 하지만 겹겹 둘러 싸인 포위망을 쉽게 벗어 나지 못하지요. 탈주 도중 시녀와 가신을 모두 잃고 홀로 방황하던 공주는 전설의 구슬을 가진 일련의 사무라이들과 만나게 되고 “야쓰후사”의 힘을 가진 구슬의 전사들은 “모토후지”와 “타마즈사”를 쓰러뜨리고 세상을 다시 평온하게 만들게 된다는 구성으로 흘러갑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사토미팔견전>의 매력은 권선징악의 액션 판타지로서의 구성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시즈공주”를 봉양하는 8명의 검사들, 그들의 얄궂은 삶이 어찌 보면 “타마즈사”와 “모토후지”를 쳐부수고 사토미의 공주를 구한다는 큰 줄기 속에 스며들어 이야기를 더욱 정교하게 만들었기 때문은 아닐까 합니다. 8검사의 리더격으로 궁극의 무공을 자랑하는 “이누야마 토오세쯔(犬山道節)”는 살이 썩어 들어가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문둥이이며 폭약전문가 “이누무라 다이카쿠(犬村大角)”는 노모를 “모토후지”의 가신인 요괴 “후나무시(船)”에게 죽임을 당했고, 유일한 여자검사인 “이누사카 케노(犬坂毛野)”는 고아로 자라 살인을 업으로 삼고 결국에는 “모토후지”의 가신인 “요노스케(妖之介)”와 사랑에 빠져 최후를 같이 하게 되지요. “이누카와 소우스케(犬川助)”와 “이누타 코분고(犬田小文吾)는 장님과 그 흉측한 외모 때문에 마을에서 쫓겨나 동굴에서 생활하였고, “이누카이 켄파치(犬飼現八)”는 “타마즈사/모토후지”의 어둠의 군단의 장수였으며, “이누즈카 시노(犬塚信乃)는 배다른 여동생을 사랑했기에 가족을 몰살하고 결국 요괴가 된 여동생 “하마지(浜路)”와 함께 최후를 맞이 합니다. 8검사 중 유일하게 살아 남게 되는 “이누에 신베이(犬江親兵衛)”는 “타마즈사”의 아들이자 “모토후지”의 동생으로 환생되었다는 과거를 가지고 “시즈공주”와 사랑에 빠지게 되지요.(재미있는 것이 8검사의 이름에는 모두 개를 의미하는 이누(犬)자가 들어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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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1983, 深作欣二 / 角川映画 / 里見八犬伝

원작은 에도 시대 후기(1814년~1842년)에 “쿄쿠테이 바킨(曲亭馬琴)”이 중국의 수호전에서 원안을 얻어 총 98권, 106책으로 저술한 “난소우사토미핫켄덴(南里見八犬)”을 “카마다 토시오(鎌田敏夫)”가 번안한 (이문열 삼국지 정도의 개념으로 보면 될 듯), <신사토미팔견전(新里見八犬)>을 기초로 하고 있지만 원작과는 거리감이 꽤 있는 이색작으로 생각됩니다. 감독은 우리에게는 <배틀로얄>로 잘 알려진 “후카사쿠 킨지(深作欣二)”, 주인공 “시즈공주”역은 <세라복과 기관총>의 히로인 “야쿠시마루 히로코(師丸ひろ子)”, “이누야마 토오세쯔”역에는 <킬빌>에서 명검을 만들어 내는 “핫토리 한조”를 연기했던 “치바 신이치(千葉一)”, “시즈공주”와 사랑에 빠지는 “이누에 신베이”역에는 <무극>에서 “장동건”과 공연했던 “사나다 히로유키()”가 출연하는 등의 호화 캐스팅을 보여줍니다.

최근에는 도쿄방송 개국기념으로 지난 2006년 TV시리즈로도 방영되기도 했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이걸 보신 분들이 꽤 있으신 듯 합니다.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으로도 몇 번 이나 영상화가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나는 ’83년 공개된 “후카사쿠 킨지”판의 <사토미 팔견전>을 최고의 작품으로 꼽고 싶습니다. 20여 년의 세월이 흘러도 다시 찾아 볼 수 밖에 없었던 영화, <사토미팔견전>은 나만의 영원한 명작으로 남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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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04 13:36 2008/01/0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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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대호 님의 글입니다.

    혹시나.. 사토미 핫켄들 파일이 이으시면 공유를 해주셨음합니다.
    물론 구입도 원합니다.
    goennal@nate.com 이쪽으로 메일좀 부탁드립니다.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010-2785-1432

    • akane 님의 댓글입니다.
      2010/06/10 10:23 고유 링크 수정/삭제

      <사토미 핫켄덴>의 동영상 파일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메일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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