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시 읽기 시작한 <장미의 이름> 때문인지 몰라도 문득 다시 한번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의 소설들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읽었던 <전날의 섬>은 벌써 10년 전 이야기가 되어 버렸고, 그 뒤로 에코의 소설에 대한 우리말 개역작업이 있어 새로운 판본의 책들이 출판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초판을 구입했던 <푸코의 추>와 <전날의 섬>이 사라져 버린것이지요. 주말에 창고에 들어있는 책 박스를 모두 뜯어 보고 책장을 뒤져 보아도 보이지를 않는 것이 결혼하면서 소중하지 않은 책을 내다 버릴때 휩쓸려 나간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빌려 준 후 까맣게 잊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더군요.
내가 에코의 책을 알면서 내다버렸을 이유는 없고 여러 책들 사이에 같이 섞여 나간 것일까요? 집사람에게 구박을 받아가며 몇일을 두고 수색했지만 찾아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너무나도 억울하고 하소연 할 곳이 없는 일이지만 방법이 없다고 결론짓고 새롭게 책을 구입했습니다. 많이 변했더군요. <장미의 이름>은 260여곳이 수정된 개역 3판이 출간되었고(제가 지금 읽고 있는 것은 개역 2판입니다.) <푸코의 추>도 어렵고 어려운 텍스트에 주석을 첨부하고 완전히 새롭게 번역한 개정판이 출간되었더군요. 상,하 두권이었던 <전날의 섬>은 단권 양장이 되어 있었고, 내가 읽지 못한 새로운 소설 <바우돌리노>도 물론 역자가 바뀌기는 했지만 두권으로 출판되어 있었습니다. 지금 내가 처해있는 경제적 상태가 소설책 몇권 구입하기에 조차 어려울 정도로 힘이 들지만 미래의 나 자신을 위한 투자라 곱씹어 자기합리화를 시키며 모두 구입했습니다.
조만간 완독 할 것이라 생각되는 92년판 2차 개정 <장미의 이름>을 시작으로 저자의 집필 후기라 할 수 있는 <나는 장미의 이름을 이렇게 썻다>, <푸코의 추>의 개정판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 <바우돌리노> 그리고 새롭게 개정된 <장미의 이름>으로 여정을 마치고저 합니다.
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적고 또 쉽게 빨리 읽을 수 없는 에코의 소설이라는 것을 돌아보면 언제 여정이 끝날지 나 자신도 알지 못하지만 몇차례의 개정을 반복하고 새롭게 번역될 정도의 가치를 가지는 소설은 그리 흔치 않은 것이고 나에게는 놓치고 싶지 않은 소중한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기회라 생각합니다.
매니어(난 개인적으로 매니어란 말을 아주 싫어합니다만 이 언어에 합당한 분들을 소개할 때에는 이 이상 좋은 표현도 없는 것 같습니다.)분들의 꼼꼼한 질책에 여러 판본으로 진화해 온 <반지의 제왕> 정도가 그럴까요? 하지만 같은 역자의 손에서 새롭게 거듭나는 에코의 소설은 그 심지가 더욱 깊은 것이 아닐런지요?
내가 이탈리아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오리지널 출판본을 경험 할 수 없는 것이 통탄할 일이긴 하지만 어줍지 않은 영어 중역본 보다는 우리말 출판본의 품질이 더욱 뛰어난 것이 아닌가 감히 생각해 봅니다.
이십대 중반에 읽었던 텍스트가 나의 인생에 어떻게 관여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이제 삼십을 훨씬 넘어 사십에 가까와 진 나는 오래전의 기쁨과 흥분을 다시 한번 만끽하고자 합니다.
"스타트 로사 프리스티나 노미네, 노미나 누다 테네무스 / Stat rosa pristina nomine, nomina nuda tenemus"
"지난날의 장미는 그 이름뿐,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그 덧없는 이름뿐..."
전체
893741
오늘
49
어제
109
최근에 달린 코멘트
Butterfly Kiss 21 - 최근 댓글